
“보투는 덩치가 우람하다. 길이가 약 2.4미터, 무게가 180킬로그램에 이르는 보투는 여느 돌고래와 전혀 다르다. 등지느러미가 뚜렷이 돌출해 있지 않고, 등마루가 살짝 솟아 있을 뿐이다. 가슴지느러미는 날개처럼 큼직하다. 무엇보다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얼굴이다. 투쿠시의 머리는 단아하고 매끄럽지만, 보투의 구근 같은 이마는 북유럽 신화에 나오는 트롤이나 드워프를 닮았다. 눈은 작고, 얼굴 끝의 주둥이는 대롱 모양인데, 흔히 한쪽으로 살짝 휘어져 있다. (…) 이 아름다움은 나이 지긋한 노인의 아름다움 같으면서도 태아의 아름다움 같다. 이 아름다움은 이제 막 다른 어떤 것이 되어가고 있는 생명의 아름다움, 생성의 아름다움이다.”
2022년은 우영우와 고래의 한 해였다. 우영우가 그랬다. 우리는 고래보다 달의 뒷면에 대해서 더 많이 안다고. 대왕고래가 새끼 낳는 장면을 본 사람이 아직까지 아무도 없다는 사실만 봐도 알 수 있다고. 분홍돌고래라고 다르지 않다. 분홍돌고래는 바다 말고 민물에 산다. 그리고 과학과 신화 사이에 산다. 분홍돌고래의 개체 수, 무리의 사회구조, 영역과 이주 여부, 분홍빛을 띠는 이유에 대해서 과학자들은 설왕설래했고, 분홍돌고래 출몰 지역의 주민들은 그걸 당연하다고 여겼다. 왜냐하면 돌고래들은 인간이 원하는 모습대로 둔갑술을 펼치는 동물이니까. 그리고 어떤 분홍돌고래는 인간을 수중도시 엥캉치로 꾀어낸 다음 돌려보내지 않기도 하니까.
다시 한 번, 분홍돌고래는 과학과 신화 사이에 산다. 사이 몽고메리는 방글라데시 순다르반 탐사에서 처음 민물 돌고래를 목격한 다음, 분홍돌고래의 매력에 이끌려 아마존으로 자꾸만 다가간다. 그 여정에 인류학과 환상동화가 있고, 아마존의 설화와 전설이 있으며 생태학과 위기에 처한 아마존 환경이 있다. 유엔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아마존 인근의 강 유역인 아마조니아에서 가장 심각한 환경 문제 중의 하나는 사금 채취에 따른 수은 오염이다. 강의 침전물은 오래 남을 것이고, 아마존 지역의 파괴와 오염의 현장에서 이 문제는 여럿 중의 하나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은 물론 분홍돌고래 보투에게로 가는 여정이지만, 동시에 지구상에서 살아가는 일의 근본적 태도에 관한 심도 깊은 질문이기도 하다. 거북을 보호하기 위해 거래를 하는 일은 야생동물 보호 차원에서 절대적으로 옳은 일일까? 그것은 야생동물 밀거래를 부추기는 일의 시작이 될지도 모른다. 아마존에 축산과 옥수수 농사를 가르쳤던 사람들이나 인디헤나의 신과 언어를 말살하며 성경을 전파한 사람들에게도 선의가 있었다. 돈을 빌려서라도 거북을 사고 싶었던 사이 몽고메리는 이렇게 쓴다. “아마존에서는 내가 미국에서 배운 어떤 규칙도 통하지 않는 것 같았다. 이곳에서는 생물학적 세계는 물론이고 우주의 법칙조차 달라보였다.”
실은 우리는 이렇게 말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달의 뒷면에 대해서도, 아마존에 대해서도, 분홍돌고래에 대해서도 우리는 아는 게 없다고. 그나마 아는 것들은 인간이라는 필터 때문에 왜곡되어 있다고. 인간은 갈망하는 존재다. “이해한다는 것(under-standing)은 아래에(under) 선다는 것(standing), 즉 저 아래에 있는 것을 탐사하고, 처음 또는 기원을 헤아린다는 것이다.” 미노아 문명의 오래된 전설에 따르면 돌고래가 고대인들을 세계의 중심에 데려다 놓았다고 한다. 아폴로 신전 델포이가 그곳에 있었다는 것이다. 분홍돌고래는 우리를 아마존으로 이끌게 하고, 여간해서는 존재를 드러내지 않는다. 갈망하게 만든다. 세계에 대해서 우리가 얼마나 무지한지, 그 무지가 어떻게 폭력이 되어 왔는지 드러낸다. 그러므로 분홍돌고래 보투, 그는 끝내 저 깊은 아름다움의 중심에 우리를 데려다 놓을 것이다. 걱정스러운 것은 돌고래는 인간을 만났을 때는 익살맞게 장난을 치며 느리게 유영하는데, 우리는 매우 빠른 속도로 세계를 끝장내고 있다는 점이다.
글 | 조은영 무가지로 발행되는 서평 전문 잡지 『텍스트』 기자
“보투는 덩치가 우람하다. 길이가 약 2.4미터, 무게가 180킬로그램에 이르는 보투는 여느 돌고래와 전혀 다르다. 등지느러미가 뚜렷이 돌출해 있지 않고, 등마루가 살짝 솟아 있을 뿐이다. 가슴지느러미는 날개처럼 큼직하다. 무엇보다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얼굴이다. 투쿠시의 머리는 단아하고 매끄럽지만, 보투의 구근 같은 이마는 북유럽 신화에 나오는 트롤이나 드워프를 닮았다. 눈은 작고, 얼굴 끝의 주둥이는 대롱 모양인데, 흔히 한쪽으로 살짝 휘어져 있다. (…) 이 아름다움은 나이 지긋한 노인의 아름다움 같으면서도 태아의 아름다움 같다. 이 아름다움은 이제 막 다른 어떤 것이 되어가고 있는 생명의 아름다움, 생성의 아름다움이다.”
2022년은 우영우와 고래의 한 해였다. 우영우가 그랬다. 우리는 고래보다 달의 뒷면에 대해서 더 많이 안다고. 대왕고래가 새끼 낳는 장면을 본 사람이 아직까지 아무도 없다는 사실만 봐도 알 수 있다고. 분홍돌고래라고 다르지 않다. 분홍돌고래는 바다 말고 민물에 산다. 그리고 과학과 신화 사이에 산다. 분홍돌고래의 개체 수, 무리의 사회구조, 영역과 이주 여부, 분홍빛을 띠는 이유에 대해서 과학자들은 설왕설래했고, 분홍돌고래 출몰 지역의 주민들은 그걸 당연하다고 여겼다. 왜냐하면 돌고래들은 인간이 원하는 모습대로 둔갑술을 펼치는 동물이니까. 그리고 어떤 분홍돌고래는 인간을 수중도시 엥캉치로 꾀어낸 다음 돌려보내지 않기도 하니까.
다시 한 번, 분홍돌고래는 과학과 신화 사이에 산다. 사이 몽고메리는 방글라데시 순다르반 탐사에서 처음 민물 돌고래를 목격한 다음, 분홍돌고래의 매력에 이끌려 아마존으로 자꾸만 다가간다. 그 여정에 인류학과 환상동화가 있고, 아마존의 설화와 전설이 있으며 생태학과 위기에 처한 아마존 환경이 있다. 유엔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아마존 인근의 강 유역인 아마조니아에서 가장 심각한 환경 문제 중의 하나는 사금 채취에 따른 수은 오염이다. 강의 침전물은 오래 남을 것이고, 아마존 지역의 파괴와 오염의 현장에서 이 문제는 여럿 중의 하나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은 물론 분홍돌고래 보투에게로 가는 여정이지만, 동시에 지구상에서 살아가는 일의 근본적 태도에 관한 심도 깊은 질문이기도 하다. 거북을 보호하기 위해 거래를 하는 일은 야생동물 보호 차원에서 절대적으로 옳은 일일까? 그것은 야생동물 밀거래를 부추기는 일의 시작이 될지도 모른다. 아마존에 축산과 옥수수 농사를 가르쳤던 사람들이나 인디헤나의 신과 언어를 말살하며 성경을 전파한 사람들에게도 선의가 있었다. 돈을 빌려서라도 거북을 사고 싶었던 사이 몽고메리는 이렇게 쓴다. “아마존에서는 내가 미국에서 배운 어떤 규칙도 통하지 않는 것 같았다. 이곳에서는 생물학적 세계는 물론이고 우주의 법칙조차 달라보였다.”
실은 우리는 이렇게 말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달의 뒷면에 대해서도, 아마존에 대해서도, 분홍돌고래에 대해서도 우리는 아는 게 없다고. 그나마 아는 것들은 인간이라는 필터 때문에 왜곡되어 있다고. 인간은 갈망하는 존재다. “이해한다는 것(under-standing)은 아래에(under) 선다는 것(standing), 즉 저 아래에 있는 것을 탐사하고, 처음 또는 기원을 헤아린다는 것이다.” 미노아 문명의 오래된 전설에 따르면 돌고래가 고대인들을 세계의 중심에 데려다 놓았다고 한다. 아폴로 신전 델포이가 그곳에 있었다는 것이다. 분홍돌고래는 우리를 아마존으로 이끌게 하고, 여간해서는 존재를 드러내지 않는다. 갈망하게 만든다. 세계에 대해서 우리가 얼마나 무지한지, 그 무지가 어떻게 폭력이 되어 왔는지 드러낸다. 그러므로 분홍돌고래 보투, 그는 끝내 저 깊은 아름다움의 중심에 우리를 데려다 놓을 것이다. 걱정스러운 것은 돌고래는 인간을 만났을 때는 익살맞게 장난을 치며 느리게 유영하는데, 우리는 매우 빠른 속도로 세계를 끝장내고 있다는 점이다.
글 | 조은영 무가지로 발행되는 서평 전문 잡지 『텍스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