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염형철 “내 인생에서 뜨거웠던 시기, 행복했다”

이임을 앞두고 있는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함께사는길 이성수


2012년부터 6년간 환경연합 사무총장을 맡았던 염형철 사무총장이 오는 2월 24일 대의원총회를 끝으로 그 직을 내려놓는다. 10기에 이어 11기 환경연합 사무총장으로 선출된 그는 활동가들 사이에서 ‘돌쇠’로 불리기도 했다. 틈만 나면 사무실 청소하고 마당 정리를 하는 등 궂고 힘든 일을 나서서 하는 그를 보고 활동가들이 붙인 별명이다. 이명박, 박근혜 두 정권의 보이지 않는 탄압 속에서도 환경연합을 지켜낸 데 이어 촛불혁명에서도 역할을 했다. 그가 환경연합 사무총장 활동을 포함해 23년간의 환경연합의 활동을 정리하고 제2의 운동을 계획하고 있다.     

 

요즘 어떻게 지내나. 

바빴다. 그동안 해왔던 일들을 인수인계하고 또 내 스스로도 정리해야 할 일이 많았다. 

 

어렵고 비상식적인 시대에 연이어 환경연합 실무책임자를 맡아 힘들지 않았나.

나보다 더 어려운 전임들도 있었다. 김종남 선배가 그랬다. 물론 나도 꽃길은 아니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 검찰 수사를 받고 탄압 등을 받으면서 사실상 중앙사무처는 붕괴된 상태였다. 2012년 당시 중앙사무처 활동가는 15명으로 줄어있었고 평균 연차가 1.5년이었다. 활동가들은 자괴감을 느껴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4대 보험도 밀려서 과태료까지 나올 정도로 재정상태도 열악했다. 사실 임기 동안 중앙사무처를 복원하는 그 이상으로는 못했다. 다행히 현재 중앙사무처에 활동가들의 연차가 많이 쌓였고 자기 전문성들이 되어서 지금은 꽤 탄탄한 조직으로 정비가 되었다. 재정도 많이 좋아졌다.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크지만 그 정도가 성과 아니겠나 싶다.  

 

환경과 조건이 안팎으로 힘든 시기였다. 그만큼 활동하기 어렵지 않았나.

6년 동안 정부기관에 직접 발언을 하거나 정책을 제안하는 거버넌스가 하나도 작동하지 않았다. 언론의 다수도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시절이었다. 우리가 활동을 잘하기도 어려웠지만 우리 활동을 알리는 것도 힘들었다. 그저 시민들과 밖에서 우리 목소리를 내는 방법밖에 없었다. 그 부분에서 가장 어려웠고 한계를 느꼈다. 환경운동하면서 범죄자가 된 이들이 적지 않다. 김종남 선배는 4대강사업 반대했다가 범법자가 되었고 나도 이포보 올라갔다가 범죄자가 되었다. 결과적으로 현행법 위반이지만 4대강사업이나 원전을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상황에서 이포보 고공농성, 프레스센터 고공시위 등 강력한 액션을 취할 수밖에 없었다.  

 

최근 4대강 블랙리스트의 존재가 확인됐고 환경연합과 염형철 총장이 주요 행위자로 이름이 올랐다. 4대강사업 반대 활동이 가장 어렵지 않았나 싶다.

최근 아랍에미리트 원전 수출과 관련해 이면계약이 논란이 되고 있다. 같은 사례가 4대강사업의 태국 수출이다. 당시 수자원공사가 4대강사업을 태국에 수출하면서 이면계약서를 맺었다. 환경연합이 태국에 가서 4대강사업의 진실, 수공의 정체에 대해 폭로하면서 국내에서 논란이 커졌다. 당시 3개의 지상파 뉴스에서 이 소식을 주요 뉴스로 다루고 보수언론들은 사설에서 내 이름을 거론하며 비난했다. 온갖 보수단체와 수공에서 고소를 하겠다고 난리를 쳤다. 염형철 치면 연관 검색어가 매국노였을 정도다. 다행히 태국에서 쿠데타가 일어나 사업은 무산되었다. 만약 그대로 진행이 되었다면 어땠을까. 4대강사업 수출 역시 우리나라 ODA를 잔뜩 붙여서 내보내는 방식이었다. 실제로 적자인데 4대강사업을 외국에도 수입한다는 사례를 만들고 싶었던 것이다. 결국 지나고 보니 우리가 터무니없는 외국 진출을 막아서 태국의 환경을 지키고 또 한국 국민들의 세금을 지켰다. 또한 4대강사업 같은 시대착오적인 퇴행적인 사업이 더 확산되는 것을 막았다. 의미 있는 활동이었다.

 

다사다난했던 6년, 아쉬움도 클 것 같다. 임기 중에 하고 싶었던 일들이 있었나.

많았다. 개인적으로 물 운동을 해왔기 때문에 강을 복원하고 강과 관련한 교육과 문화를 만들고 시민들이 강과 교감할 수 있는 활동을 하고 싶었다. 또 하나는 운동 플랫폼을 만들고 싶었다. 환경연합이 갖고 있는 네트워크와 스피커, 정보 등을 통해 환경운동을 하려는 작은 조직이나 개인과 연대 또는 지원을 하고 싶었다.  

 

앞으로 계획은?

다음 주부터 한강 발원지에서 하구까지 걸을 계획이다. 돌이켜보면 지난 6년 동안 나는 운동 관료였다. 조직의 회의, 운영, 재정 마련 등 살림하는 것에 중점을 두다보니 내가 하고 싶었던 운동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래서 내 운동의 뿌리를 한번 살펴보고 싶다. 또한 내가 앞으로 해보고 싶은 운동도 그쪽에 있다. 학생운동 때부터 시대적인 사명과 요구에 늘 적극적으로 부응해왔다. 이제는  내 스스로 목표를 세워 만들어가는 운동을 하고 싶다. 그중 하나는 한강을 복원하는 일이다. 남은 20, 30년 동안 강을 통해 수도권 생태계를 복원하는 일을 하고 싶다. 

 

환경연합 활동가와 회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행복이란 자기 스스로 존재 의미를 인식하거나 외부로부터 인정받을 때 느끼는 감정일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6년을 포함해서 환경운동을 했던 23년은 나를 실현하고 열심히 한 것에 대해 인정받는 기간이었기 때문에 행복했다. 그 과정에서 또 많이 성장했다. 내 인생에서 뜨거웠던 시기에 함께 한 이들에게 감사하다. 

 

글 | 박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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