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텍스트[에코텍스트 97] 직무유기 동물원을 고발하다

최혁준 지음, 책공장더불어, 1만6000원

 

동물원이 누구를 위한 공간인가? 이 질문에 단 5분 만이라도 진지하게 고민해 본 적이 있다면, 결국은 그것이 사람을 위한 공간이라는 대답을 하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동물원의 탄생이 애초부터 이국적이고 신기한 동물들을 구경하는 데에 있었고, 귀족들의 부와 명성, 그 위용을 떨치기 위해서 구상된 공간이었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동물원의 존속과 그 변화의 과정 속에서 의미와 위상의 변화가 있다한들 ‘사람>동물’이라는 기본 전제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아니 그러니까(!) 오늘날 동물원이 이른바 ‘노아의 방주’와 같은 기능을 맡게 되었으며, 이를 위해 더 나은 동물원의 모습을 구상하는 것이 사람의 일이라는 점에 대해서도 역시 진지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겠다. 

그리고 그 고민의 결과물의 하나인 『고등학생의 국내 동물원 평가 보고서』. 고등학생, 국내 동물원, 평가, 보고서. 재미있게도 이 책의 모든 흥미로운 포인트는 제목에 함축되어 있다. 더불어 ‘한국 동물원은 현대 동물원의 역할을 하고 있는가?’라는 물음의 부제에 이르기까지. 그러니까 이 책은 표지부터 독서 포인트로 꽉 차 있는 셈이다. 

나는 우선 이 진지한 부제에 대해서 먼저 이야기하고 싶다. 살아 있는 동물이 모여 있고, 일반인들이 그 동물들을 관람하는 곳, 그곳이 바로 동물원인 것은 맞다. 그렇지만 ‘현대’ 동물원이라면, 동물의 야생 개체군을 ‘보전’하고, 동물에 대해서 학구적으로 ‘연구’해야 하며, 관람객들에게 동물을 그저 구경시키는 것이 아니라 생명존중의 시간을 ‘교육’해야 하고, 동물원에서 휴식과 오락을 누릴 수 있도록 ‘위락’적 기능을 해야 한다. 저자의 패기가 돋보이는 대목은, 이러한 기준에 대해서 성실한 조사와 연구뿐만 아니라 그에 대한 엄격한 평가를 돌려 말하지 않는 데 있다. 

이를테면 이런 식. “이 책에서는 국내 주요 동물원이 동물복지를 고려하면서 동물원의 네 가지 기능을 잘 수행하고 있는지 평가한다. 물론 모두 원칙대로 잘 운영되고 있다면 고3이 재수의 위험을 무릅쓰며 들고 일어났을 리 없다. 국내 동물원은 전체적으로 현대 동물원 이전에 머물러 있거나 퇴행하고 있다. (…) ‘직무유기 동물원’과 그들이 만든 ‘우매한 관람객’, 이것이 내가 국내 동물원 평가를 시작한 이유이다.” 그리하여 대구의 달성공원 동물원, 대전 오월드 주랜드, 서울동물원, 서울어린이대공원 동물나라, 에버랜드 주토피아, 우치공원 동물원, 전주동물원, 청주동물원, 테마동물원 쥬쥬가 평가대에 올랐다. 그리고 동물복지, 부실한 종 보전 대책, 교육기관으로서의 함량 미달 정책, 경영철학의 부재, 감시와 견제의 부재 등이 고질적인 문제로 꼽혔다. 

아니, 이 책을 이렇게 재미없게 리뷰하는 것은 옳지 않다. 가장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서울어린이대공원의 원숭이 이야기로 마무리해 보자. 

우선, 공영 동물원이면서 동물 공연을 유지하고 있는 서울어린이대공원의 동물공연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바로 영장류, 그러니까 원숭이들이다. 실상 많은 동물원에서 영장류의 출연은 축소되는 추세임에도, 지능이 높고 학습능력이 뛰어난 일본원숭이는 서울어린이대공원에서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알아두자. 쇼에 서게 되는 원숭이는 무리와 함께 지내지 못하고, 단조로운 훈련 공간에 격리되어 훈련 받고, 곧잘 체벌을 당하기도 한다. 사육사의 눈에 일본원숭이는 산만하게 보일 수 있고, 일반인들은 폭력적인 성향으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그저 본성이 ‘지랄 맞은’ 원숭이의 패악질? 혹은 쇼에 투입되면서 나타나는 사춘기 원숭이들의 반항? 저자의 대답은 이렇다. “지능이 높을수록 ‘자신을 잃지 않으려는’ 저항이 강하기 때문이다.” 저항할 줄 아는 원숭이에게 체벌을 가하고, 체벌로 순화된 원숭이들을 공연에 참가하도록 하고, 사람들은 박수를 보내고 사진을 찍는다. “동물공연은 동물을 속이고 착취하고 제한하여 생산한 오락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아이에게 이것을 보여 주면서 아이의 동물교육에 이바지했다는 생각을 하는 부모가 있다면 큰 착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가장 자연스러운 원숭이의 일상이라면 이런 것이다. 원숭이들이 삼삼오오 마주앉아 털을 고르고, 소음에 가까운 굉음을 만들어내며, 밥 때가 되면 개체의 서열에 따라 앉거나 식사 순서를 결정한다. 그러니까 사람의 눈에 귀엽거나 기특하지만 무시해도 좋을 아무렇지도 않은 종류의 행동들을 파악하게 하는 것, 그게 바로 동물체험의 정답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므로 이제 인간들이여, 저항하는 원숭이들에게 이 잡을 자유를 허하라!


글 | 조은영 무가지로 발행되는 서평 전문 잡지 『텍스트』 기자 

 


주간 인기글





03039 서울 종로구 필운대로 23
TEL.02-735-7088 | FAX.02-730-1240
인터넷신문등록번호: 서울 아03915 | 발행일자 1993.07.01
발행·편집인 박현철 | 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현철


월간 함께사는길 × 
서울환경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