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말 산책길에 산에서 쓰레기를 줍는 청소년들을 보았다.
내가 사는 집 앞에 부엉이가 나오는 낮은 산이 있다. 산이라고 부르는 게 옳은지, 언덕이라 부르는 게 정확한 것인지 모를 정도로 낮고 소담한 산이다. 가끔 부엉이가 나온다고 들었지만 아직 나는 보지 못했다. 내가 이사 오기 전, 이 산을 다이너마이트로 폭파하고 쇼핑몰을 짓자는 의견 때문에 한 차례 곤혹을 치르기도 했단다.
사람 사는 곳 어디나 비슷한 문제를 안고 산다. 환경과 생태가 인간 세상의 발전을 저해한다고 믿는 사람과, 인간의 욕망이 결국 생태계를 파괴하고 다른 생명을 경시하는 풍토로 이어진다고 믿는 사람으로 나뉜다. 이들 사이에 눈에 띄는 차이는 무엇이 우리를 이롭게 할 것인가의 기준점이 서로 다르다는 점이다.
논길을 걷다 보면 공릉천이 나온다. 철새 도래지를 에워싼 이 작은 물줄기에도 적지 않은 사연이 있다. 개천을 막아 논지를 늘리자는 의견과 공원으로 정비하자는 의견 그리고 늘 언제나 다수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있는 그대로 두자’라는 의견이 있다.
수로 정비를 핑계로 시멘트가 들어찬 개천에는 이제 이 지역 명물인 참게가 찾아오지 않는다. 팔뚝만 한 물고기가 퍼덕대고 맨손으로 참게를 건져 올렸다는 이 고장 어르신들의 이야기는 이제 그들 기억에만 남은 오래된 이야기가 되었다.
참게축제는커녕 참게의 앞다리조차 구경하기 힘들다는, 정치인에게 속아 정비를 허락한 자신을 탓한다는 이장님의 말씀만 전해들었을 뿐이다.
건설사 부도로 짓다만 리조트가 폐허처럼 남아있고 곳곳에 아무렇게나 버려진 생활쓰레기를 보면서 자연의 위대함을 느낀다. 어여쁜 동식물이나 멋진 풍광이 아니라 그것들을 덮고 있는 개발의 잔해
들을 볼 때마다 아름다움은 무엇이고 어떻게 지켜낼 것인지 생각하게 된다.
쓰레기를 줍는 청소년들을 보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내 빈손을 본다. 거대 담론 앞에서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찾지 않은 내가 부끄럽다.
나도 마을 사람이 되어 쓰레기 줍는 일부터 시작하는 게 어떨지 스스로 묻는다.
글・그림 | 고정순 어린이그림책 작가이자 화가
주말 산책길에 산에서 쓰레기를 줍는 청소년들을 보았다.
내가 사는 집 앞에 부엉이가 나오는 낮은 산이 있다. 산이라고 부르는 게 옳은지, 언덕이라 부르는 게 정확한 것인지 모를 정도로 낮고 소담한 산이다. 가끔 부엉이가 나온다고 들었지만 아직 나는 보지 못했다. 내가 이사 오기 전, 이 산을 다이너마이트로 폭파하고 쇼핑몰을 짓자는 의견 때문에 한 차례 곤혹을 치르기도 했단다.
사람 사는 곳 어디나 비슷한 문제를 안고 산다. 환경과 생태가 인간 세상의 발전을 저해한다고 믿는 사람과, 인간의 욕망이 결국 생태계를 파괴하고 다른 생명을 경시하는 풍토로 이어진다고 믿는 사람으로 나뉜다. 이들 사이에 눈에 띄는 차이는 무엇이 우리를 이롭게 할 것인가의 기준점이 서로 다르다는 점이다.
논길을 걷다 보면 공릉천이 나온다. 철새 도래지를 에워싼 이 작은 물줄기에도 적지 않은 사연이 있다. 개천을 막아 논지를 늘리자는 의견과 공원으로 정비하자는 의견 그리고 늘 언제나 다수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있는 그대로 두자’라는 의견이 있다.
수로 정비를 핑계로 시멘트가 들어찬 개천에는 이제 이 지역 명물인 참게가 찾아오지 않는다. 팔뚝만 한 물고기가 퍼덕대고 맨손으로 참게를 건져 올렸다는 이 고장 어르신들의 이야기는 이제 그들 기억에만 남은 오래된 이야기가 되었다.
참게축제는커녕 참게의 앞다리조차 구경하기 힘들다는, 정치인에게 속아 정비를 허락한 자신을 탓한다는 이장님의 말씀만 전해들었을 뿐이다.
건설사 부도로 짓다만 리조트가 폐허처럼 남아있고 곳곳에 아무렇게나 버려진 생활쓰레기를 보면서 자연의 위대함을 느낀다. 어여쁜 동식물이나 멋진 풍광이 아니라 그것들을 덮고 있는 개발의 잔해
들을 볼 때마다 아름다움은 무엇이고 어떻게 지켜낼 것인지 생각하게 된다.
쓰레기를 줍는 청소년들을 보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내 빈손을 본다. 거대 담론 앞에서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찾지 않은 내가 부끄럽다.
나도 마을 사람이 되어 쓰레기 줍는 일부터 시작하는 게 어떨지 스스로 묻는다.
글・그림 | 고정순 어린이그림책 작가이자 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