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텍스트[에코텍스트 194] 선 넘는 사람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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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월 18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 두산중공업 본사 건물 두산타워 앞.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퍼포먼스가 펼쳐졌다. <청년기후긴급행동>의 청년들이 두산 로고가 있는 조형물에 녹색 페인트를 칠한 것이다. 베트남 하띤성의 석탄화력발전소(붕앙2) 건설 참여를 비판하는 시위였다. 2020년 대한민국 정부는 ‘그린뉴딜’과 ‘2050 탄소중립’을 선언했음에도, 비슷한 시기 석탄발전소 수출을 검토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이들의 퍼포먼스는 기후 위기의 현실을 배신하는 정치적 선언이었던 셈이다. 이후 <청년기후긴급행동>의 대표가 된 강은빈은 기성 운동에서 자신들이 따라갈 그룹이 없고, 이것이 한국 사회에서 기후운동이 부딪히는 지점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들은 사방으로 그어진 체제의 선을 아무렇지 않게 넘는다. 기존 환경운동의 한계와 실패에 대한 인식 또한 선명하다.

그들은 계보 없이 존재하며, 세상의 가장 큰 위험과 전방위적으로 맞선다. 생태전환정치를 주장하는 세계시민적 삶의 태도가 그들의 운동을 규정한다.

『생태전환을 꿈꾸는 사람들』에는 모두 43인의 생태전환운동가들이 소개되어 있고, <청년기후긴급행동>의 강은빈은 그 첫 번째 인물이다. 우리나라의 최초의 환경운동조직은 1982년에 만들어진 최열의 한국공해문제연구소였다. 그의 시대는 박정희로부터 전두환으로 이어지던 때였고, 공해는 아직 공공의 적으로 등극하기 전이었다. 공장 굴뚝의 검은 연기가 하늘을 가득 메우는 풍경을 성공적인 경제성장의 그림으로 이해하던 시대, 공해가 있더라도 배부르게 먹고 싶던 시대, 그리고 공장 매연은 공공연히 민주화 다음의 문제였던 시대였다. 운동은 이제 환경운동에서 생명운동으로, 마을운동, 동물운동, 녹색정치운동에 이르게까지, 세분화되고 다양해졌다.

이 운동들은 각기 서로 다른 지향이나 가치를 가진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멀리서 조망하자면, “지구의 생태적 한계를 인식하고 인간과 비인간 존재가 함께 어울려서 차별과 불평등 없이 살아가는 새로운 문명과 사회를 만들기 위한 운동이라는 점에서” 공동의 대안운동이라고 할 수 있겠다. 동시대성을 띠게 된 그 운동들을 이름하여 책에서는 ‘생태전환운동’으로 부르고 있다. 생태전환을 꿈꾸는 43인의 삶을 따라 읽는 일은 여러 가지 대목에서 흥미로운데, 다음의 간단한 서술에는 밑줄을 그었다.

“자본, 혹은 자본주의가 환경위기의 근본 원인이라고 보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탈자본 또는 반자본의 녹색정치 전략이 무엇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국가 주도 개발사업과 기후위기를 직시한 소수의 운동가들이 불평등을 구조화하고 사적 소유권 또는 국가 권력을 무기로 모두의 것에 대한 모두의 접근권을 배제하는 자본주의 체제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첫 번째 밑줄은, 탈자본 또는 반자본의 녹색정치 전략이 무엇인지 분명하지 않다는 것. 싸움의 상대는 불분명한 한편 도처에 있다. 그러므로 이 싸움은 곤혼스러운 현실을 반영한다. 생태운동이 힘겹고 고되다면 이게 한몫을 할 것이다. 두 번째는 그럼에도 자본주의 체제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다는 것. 1980년대의 공해 추방 운동과 2023년의 기후 행동, 동물 운동, 미디어 환경 운동 등은 최전선의 운동들이다. 전략보다 먼저 액션에 나선다. 내일의 대안을 제시하고, 오늘의 싸움을 회피하지 않는다. 동시대의 운동이 어떻게 힘을 얻는지 삶으로 보여준다. 사방으로 확장된 그 싸움들은 필연적으로 자본주의라는 거대한 근본적 문제를 늘 새롭게 인식하도록 만들어주기도 한다. 그들은 지금까지는 없었던 방식으로 싸우고, 지금까지는 대답하지 않았던 해답을 말하도록 세상을 부추긴다.

생태 문제에 있어서 우리는 가해자이고 피해자다. 가장 먼저 꿈꾸는 이가 가장 빨리 숨 쉬게 될 것이다. 그들의 꿈을 다 함께 살 때 함께 호흡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숨 쉬려면 우리는 꿈을 꾸어야 한다. 저 멀리로 선을 넘어 전환의 꿈을.



글 | 조은영 무가지로 발행되는 서평 전문 잡지 『텍스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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