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텍스트[에코텍스트 196] 그들의 편안함, 그리고 우리 모두의 위험

348a1142df897.jpg


에어컨의 계절이 시작되었다. 이미 지난 5월 중순부터 한여름을 방불케 하는 더위가 찾아왔다. 더 일찍 틀고, 더 늦게까지 틀어두게 되리라는 짐작은 아마 사실이 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여름이 자꾸만 더워지는 걸 걱정하게 될 것이다. 전 지구적으로 닥쳐온 기후재난은 실제로 우리의 생존을 위협할 만한 실제적 위기다. 그렇지만 ‘전 지구적’이라는 말속에 담긴 근심은 절반만 진실이다. 위기는 지구에 닥쳤지만, 실제로 그 위기를 돌파하지 못하는 이들은 가난한 나라의 국민들이기 때문이다. 모두가 예상하는 바대로, 경제적으로 덜 지배적인 집단이 가장 고통받는다. 


『일인분의 안락함』에서 에릭 딘 윌슨은, 가난한 사람, 여성, 흑인, 유색인 공동체, 원주민들을 기후 재난의 직접적 피해자로 지목한다. 실제로 2019년에는 이런 일이 있었다. 섭씨 38도를 넘는 폭염이 3일 동안 지속되자 전기회사에서는 브루클린 남동부 지역의 전기를 제한했다. 흑인과 유색인 노동자층의 거주 지역이었다. 폭염 앞에서 전기는 선택적으로 공급된다. 이 책이 흥미로운 대목은, 냉방을 자본주의 서사에 맞물리는 방식으로 소개하고 있다는 점이다. 짐작하는 바대로, 산업혁명 이후 석탄을 실은 열차가 과속을 거듭할 수 있었던 것은, 냉매 덕이었다. 1920년대 미국에서 냉매가 발명된 이후 냉각장치는 의심의 여지 없이 과학적 진보의 산물이었다. 동시에 자본주의의 과열을 부채질하는 도구로 적극적으로 활용되었다. 덥고 습한 여름 날씨가 노동자들을 힘겹게 만든다면, 두 가지 해결 방안이 있을 수 있다. 하나는, 노동량을 줄이는 것이다. 물론 자본가들은 그런 방식을 채택하지 않았다. 대신에 서구 세계가 택한 것은 냉각장치를 활용해서 더 쾌적한 노동 환경과 수면을 보장하는 것이었다. 


이후 냉방은 제국주의를 고조하고, 자본주의를 확산하고, 노동자의 착취를 가속화하며, 미국의 백인 중산층이 누리는 생활방식을 선전하는 효과적인 자리에 놓이게 되었다. “부유한 미국인들은 나머지 다른 나라들의 장기적인 안락과 인류 그리고 인류 외 다른 생명체를 희생시키며 단기적인 편안함을 샀다”는 저자의 말은, 기후위기 시발의 불편한 진실을 내포하고 있다. “백인 중산층에 의해 20세기 미국에서 그처럼 설득력 있게 정의된 편안함은 이제 이 인구집단을 넘어 확장된 모델로, 빈곤층, 백인이 아닌 사람들, 그렇지 않으면 취약한 사람들 그리고 실제로 인간 이외의 많은 생명체의 생존과 상충”하는 결과를 낳고 있기 때문이다. 


『일인분의 안락함』은 냉방에서 출발하여 매우 정성스럽게 어떤 빌드업의 과정을 펼쳐 보이는데, 그것의 목적은 질문을 바꾸는 데 있다. 이에 대해서 저자는 “나는 편안함의 획득이 자격의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 문제에 접근할 때 중요한 것은 누가 편안함을 누릴 자격이 있느냐가 아니라 누구의 관점에서 편안함을 정의하느냐다.” 서구의 백인 중산층의 관점에서, 혹은 부유한 국가의 관점에서 혹은 인간의 관점에서 정의된 편안함은 그 외의 모두에게 위험 혹은 재난으로 급속하게 변환되는 중이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는 누군가 어떻게 그렇게 수많은 생활의 편리를 포기할 수 있었는지 물었을 때, 그저 그런대로 괜찮아서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가 『월든』을 쓴 것은 1854년의 일이었다. 그리고 지금 『일인분의 안락함』과 겹쳐 읽는다면, 그야말로 매우 엄격한 어떤 주거 실험이 200년 전쯤에 이미 이뤄졌다. 누구도 지금의 편리를 무르고 월든의 주거 실험에 합류할 수는 없지만, 누구의 안락함인지를 묻고, 삶의 윤리에 대해서 답하려고 애써 볼 수는 있을 것이다. 진지하게 묻고 현실적으로 행동하기 위해서 우리는 조금 더 열기에 익숙해져야 할지 모른다. 우리는 지금 우리의 생존 온도가 필요한 때니까 말이다.  


글 | 조은영 무가지로 발행되는 서평 전문 잡지 『텍스트』기자


주간 인기글





03039 서울 종로구 필운대로 23
TEL.02-735-7088 | FAX.02-730-1240
인터넷신문등록번호: 서울 아03915 | 발행일자 1993.07.01
발행·편집인 박현철 | 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현철


월간 함께사는길 × 
서울환경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