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대를 위하여[살대를 위하여 203] 추모와 각성

지난 7월 15일 오전 8시 45분경 ‘미호천 강외지구 하천정비사업’ 구간의 임시제방이 터졌다. 교량공사를 위해 기존 제방을 허물고 세운 임시제방이 폭우로 불어난 미호천 유량과 유속을 견디지 못하고 터진 것이다. 범람한 강물은 인근 궁평 제2지하차도로 쏟아져 들어갔다. 단 2분 만에 6만t의 유수가 430m 지하차도에 들어찼다. 터널을 지나던 17대의 차량이 그대로 침수됐고 14명의 인명이 희생됐다. 장마가 진행되는 가운데 안일한 현장 안전관리를 한 시공업체, 이를 감독하지 못한 환경부(물관리일원화로 하천정비사업은 환경부 업무), 침수 2시간 전부터 시민들이 위험 제보를 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차량의 터널 진입 통제를 실시하지 않은 지자체, 경찰 등 공기관의 부주의한 대처가 빚은 참사였다. 

감사원이 7월 20일 5번째 4대강사업 감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전 정권의 금강과 영산강 보 해체 결정을 내린 <4대강조사평가기획위원회> 위원의 58.1%가 4대강사업 반대 인사였고 때문에 보의 경제성 평가가 편향적이었다.’는 것이다. 환경부는 즉시 이를 받아 <국가물관리위원회>에 금강과 영산강 보 해체, 상시 개방 결정 재심의를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매몰비용을 빼고도 보 유지 시의 경제성이 0.01~0.69에 불과하다는 4번째 감사원 보고서 내용은 이번 보고서에서 언급되지 않았다. 사정이 이런데도 감사원은 당시 국민적 합의로 구성된 <4대강조사평가기획위원회> 전문위원들 다수를 마치 전 정권의 시녀였던 것처럼 모욕하고 그들의 ‘보 해체’ 의견을 수용한 <국가물관리위원회(학계 전문가+정부부처 장관 참여)>의 결정이 잘못된 것이라 몰아갔다. 감사원과 환경부는 지금 누가 정권의 요구에 따라 사실을 왜곡하고 있는지 자문해야 한다. 국민의힘과 정부는 치수업무의 국토부 재이관과 4대강사업의 후속사업으로 지류지천의 대대적 정비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수해와 참사의 책임을 면피하려는 꼼수이고, 수해로 인한 참사마저 제2의 4대강사업으로 비판받는 지류지천 정비사업의 밑재료로 쓰려는 염치 없는 발상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강우빈도와 강도의 폭증은 천재가 아니라 화석연료 남용을 행한 인류가 부른 인재다. 그것이 부른 폭우로 빚어진 참사 또한 충분히 예견된 상황에서 안전 관리를 안일하게 한 행정과 안전불감증 공사를 한 업계가 부른 인재다. 이 명백한 진실은 아무리 전 정권을 때리고 시민환경단체를 욕보여 봐야 가려질 수 없다. 4대강사업은 녹조를 부르고 운하용 물그릇만 키운 단군 이래 최악의 환경 파괴 국책사업이었다. 이 일을 지천까지 확대해 되풀이하겠다는 건 당장의 무능한 수해 대처로 불러온 국민의 비판을 회피하려는 정략일 뿐이다. 수해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국민의 분노와 각성이 ‘물을 토건사업의 밥’으로 삼고 ‘국민을 바보’로 여기는 세력과 그들의 정략을 심판하게 될 것이다.  


글 | 박현철 편집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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