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대를 위하여[살대를 위하여 206] 내 눈의 들보도 보라

지난 10월 5~23일 사이 일본이 후쿠시마 오염수 2차 해양 방류를 진행했다. 방류 수역 3km 이내에서 삼중수소 기준치를 넘는 데가 곳곳에서 나타났다. 오염수 방류를 비판하는 시민들의 관심과 우려가 여전하고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일본의 오염수 방류에 국민적 관심이 쏠린 사이, 우리나라 원전과 그 원전에서 나온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의 처리, 노후 원전에 관한 중대한 사건들이 벌어지고 있다.

10월 19일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이희택 전 연구원이 월성원전에서 핵 오염수가 계속 누출돼 왔고 지금도 누출되고 있다고 증언했다. 이 전 연구원은 2018년 월성원전 사용후핵연료저장소(SFB)에서 균열이 발생해 오염수가 누출되자 문제를 제기했으나 한수원이 이를 묵살했고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에 보고(허가기준 미달은 원안위 보고사항)조차 안 했다고 증언했다. 원전기업과 안전규제기구 모두 안전불감증인 상황이다.

이날 한수원 감사에서는 현재 각 원전단지에서 중간저장하고 있는 사용후핵연료 처리를 위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이하 특별법)의 국회 통과를 촉구하는 발언(국민의힘 이인선 의원)도 있었다. 여당이 제출한 법안에는 2050년까지 영구저장시설을 확보한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앞서 박근혜 정부가 확정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기본계획’(이후 문재인 정권도 수용)에서는 2061년에 영구처분장 건설을 예상했다. 고준위핵폐기물은 10만 년 이상 안전하게 관리해야 한다. 현재 핵공학, 건설공학 수준으로는 안전한 영구처분장 건설이 불가능하다. 사실상 2050년 건설은 불가능한 일이다. 특별법을 통해 서둘러 2050년에 막장 영구처분장을 건설하게 두면 안 된다. 특별법 제정 촉구는 안전불감증의 소치다.

또 다른 문제도 있다. 지난 10월 10일 한수원이 한빛 1·2호기 수명연장을 목적으로 하는 ‘방사선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을 고창군, 무안군, 부안군, 영광군, 장성군, 함평군에 제출하고 주민공람을 요구했다. 각 지자체는 제출된 초안의 여러 부실 사항을 지적하고 한수원에 보완을 요청했다. 하지만 한수원은 보완은커녕 초안이 규정과 지침에 따라 잘 작성됐다며 지자체에 주민공람을 하라고 압박하고, 안 하면 행정소송을 걸겠다고 통보했다. 한빛핵발전소 1·2호기는 물론 총 10기의 노후 원전들을 대통령 임기 내에 수명 연장하려는 정부 계획에 의해 한수원이 무리수를 둔 것이다.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에 비판과 분노를 표하는 그 이상으로 이러한 국내 현실에 대한 관심과 비판적 시민행동이 필요하다. 핵산업이 사람과 자연에 지속적인 위해를 불러오는 일은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벌어지고 있다. 해법은 탈핵뿐이다.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로 일어난 국민의 관심이 탈핵을 요구하는 목소리와 행동으로 이어져야 한다.


글 | 박현철 편집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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