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텍스트[어린이 책들] 펄루, 세상을 바꾸다

‘모든 도전 중에서 가장 위대한 도전은 당신 자신이 되는 일이다.’
토끼와 생김새가 비슷한 몬트머족은 졸레인이라는 현명한 여성지도자가 있었다. 그러나 죽음을 눈앞에 두고 후계자를 정해야 할 순간이 다가오자 자신의 게으르고 욕심 많은 아들 대신 동굴에서 책을 읽으며 혼자 사는 ‘펄루’를 선택했고, 으뜸비서인 루카바라에게 그를 데려오도록 한다. 이 책은 루카바라가 휘몰아치는 눈발을 헤치고 펄루를 찾아가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글쓴이는 펄루가 권력에 휘말리면서 겪게 되는 모험을 펼치면서 권력의 핵심적인 속성을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지도자의 후손이 왜 자만하여 지도자로 성장하지 못하는지, 국민의 지원을 받지 못한 자가 왜 전쟁을 통해 민심을 얻으려고 하는지, 권력 안에서도 개개인의 욕심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자신을 반대하는 자들을 잡아들이는 불안한 지도자의 온갖 속성들이 청소년들의 눈높이로 잘 그려지고 있다.
그러나 더욱 놀라운 것은 할 줄 아는 것이라고는 책읽기 밖에 몰랐던 펄루의 성장과정이다. 급박한 정치적 소용돌이 속에서 펄루는 끊임없이 자신이 읽은 책을 떠올리며 진정한 용기가 무엇인지, 진실이 무엇인지, 약속이 왜 중요한지 깨달아간다. 그리고 ‘모든 도전 중에서 가장 위대한 도전은 바로 자기 자신이 되는 것’임을 확신하게 된다.

“이제 더 이상 한 지도자가 우리를 대표하지 않도록 합시다. 우리 몬트머 종족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든 그건 우리 모두가 결정해야 할 입니다.”
창이 아닌 눈덩이로 전쟁을 막은 펄루의 선택은 민주주의였고, 자신의 따뜻한 보금자리로 돌아가 읽던 책을 다시 펼치는 것이었다.
펄루의 선택은 극심한 경쟁사회를 사는 우리 모두에게 우리 자신이 되는 것이 무엇인지 돌아보게 한다. 일상의 평화와 책읽기의 힘, 민주주의의 소중함도 깨우쳐준다. 따뜻한 대화 대신 형식적인 선물만 오가는 황폐한 가족의 달을 반성하며, 아이들이 읽기 전에 먼저 어른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호주제 철폐를 위해 오랫동안 힘겨웠을 고은광순씨가 이 책을 번역하면서 느꼈던 위안과 기쁨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글 | 장이정수  여성환경연대 간사, 책 읽기를 좋아하는 엄마와 게임을 좋아하는 아이들의 화합을 고민중이다. 


나야, 제비야 

이상대 글, 윤봉선 그림 / 봄나무

어릴 적, 좁은 골목길, 늘청한 전깃줄 사이로 몸을 돌려 바쁘게 날아다니던 제비.
봄의 전령사이며, 또한 비오는 것을 귀신같이 알려주던 제비가 많이 사라진 요즘, 도서출판 봄나무에서 제비의 삶과 생활을 오롯하게 담은 세밀화 그림책이 나왔다. 진흙과 마른 풀을 이용해 처마 밑에 집을 짓는 모습, 새끼에 먹이를 전해주는 모습, 알에서 깨난 제비가 훈련을 거쳐 엄마 곁을 떠나는 모습, 구절초가 필 무렵 먼 길 떠나는 채비를 하는 제비의 모습들이 세밀한 정성으로 그려져 있다.
사라져가는 새들을 바로 앞에서 보는 착각마저 들게 한다 .


바닷속 세 갈래 길
루이트롱댕 글 / 세르히오 가르시아 그림 / 김미선 옮김 / 도서출판 아이세움

겁쟁이꼬마문어, 배멀미 심한 어부, 아마추어 잠수부가 만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심한 배멀미 때문에 도통 낚시를 할 수 없어 투덜거리는 어부와 아픈 엄마를 만나러 가야 하지만 바닷속 세상이 무섭기만한 꼬마문어, 아름다운 풍경을 보기 위해 잠수를 했지만 쓰레기 천지인 바다에 실망한 아마추어 잠수부. 이들은 각각 다른 목적으로 바닷속에 들어가 있지만, 바닷속 세 갈래 길에는 흥미진진한 일들이 가득하다.
유쾌한 상상력과 독특한 구성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루이트롱댕이 만든 유쾌 발랄 상상 가득한 이야기. 2001년, ‘아동 만화의 가장 아름다운 혁신’이라는 극찬을 받으며 시에르에서 어린이 만화부분 최우수상을 받았다.
바닷속이라는 낯선 공간에서의 경험을 통해 다른 사람들과 함께 엉켜 살아가는 세상에 대해 한 걸음 용기를 내볼 수 있게 하는 책.


재활용 아저씨 고마워요

알리미트구치 글, 그림 / 도서출판 풀빛

크링겔씨가 사는 부자동네의 사람들은 무조건 사들인다.
새 물건이 쏟아지면서 대대적인 광고의 홍수 속에 사들이고 나중에는 크링겔씨의 마당에 갖다 버린다. 좋아하는 살구쨈조차 사러갈 수 없던 크링겔씨, 결국 창고와 지하실에 모든 물건을 쌓아두고 고치고, 바꾸고, 색칠해 아이들에게 선물한다.
없는 것이 없는 크링겔씨의 집은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지만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어른들은 크링겔씨를 비난한다.
그러나 결국 크링겔씨의 집에서 다시 필요한 물건을 발견하는 사람들은 새것이 무조건 좋은 것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다시 쓰고 나눠 쓰는 지혜를 배우게 된다. 


다 콩이야 도토리

글 / 정지윤 그림 / 도서출판 보리

콩 할머니와 콩밭 쥐가 콩 밭에서 콩 이야기를 해요.
세계 어느 곳이나 들살림, 갯살림, 산살림을 잘해야 튼튼하고 건강한 나라가 될 수 있다며, 아이들에게 우리의 들살림, 갯살림, 산살림을 알려주고 생명의 소중함과 노동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보리출판사의 어린이 살림 그림책 15번째 시리즈.
- 할머니 뭐해요?
- 콩 심는다.
- 무슨 콩인데요?
- 검다고 검정콩, 푸르다고 푸른콩, 누렇다고 누런콩, 쥐 눈같이 새까만 쥐눈이콩, 메주쑤는 메주콩, 밥에 넣는 밥밑콩, 콩나물 내는 나물콩, 땅 속에서 나는 땅콩, 푸르스름한 녹두, 불그죽죽한 팥, 큼직큼직한 작두콩, 삐죽삐죽 까치콩, 알록달록 강낭콩, 어금니 같은 동부, 푸릇푸릇한 완두...
- 그게 다 콩이예요?
- 그럼.. 다 콩이다.
옛날 이야기처럼 술술 넘어가는 재미있는 콩 이야기와 동요의 운율감을 살린 대화, 민화의 터치를 살린 그림들이 어우러져 콩뿐 아니라 콩밭에 사는 곤충들까지 담아낸 풍성한 콩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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