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를 모시고 서초동에 사는 고모님 댁을 찾아갔을 때 일이다. 영등포에 있는 우리 집에서 서초동에 있는 고모님 댁을 가는 동안 할머니께서 내 손을 놓지 않으셨다. 너무 꼭 잡고 계셔서 손에 땀이 흥건하게 베일 정도였다. 지갑을 열거나 전철 개찰구를 지날 때면 할머니의 손을 놓치지 않으려고 신경을 쓰다 보니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이뿐이 아니다. 할머니는 미아가 되지 않으려고 신중을 기하는 아이처럼 내 곁에 꼭 붙어서 한시도 떠나지 않으셨다.
모두 돌아가신 할아버지 때문이다. 짧은 외출에도 할아버지는 할머니 손을 꼭 잡고 다니셨다. 까다로운 할머니의 성정을 거스르는 일도 없으셨다. 할머니가 해가 서쪽에서 떠서 서쪽에서 진다고 하셔도 모두 옳은 말씀으로 여기셨다. 다정하고 인자하신 할아버지는 할머니를 귀하게 여기셨고 암 투병 중에도 오직 할머니 걱정뿐이셨다. 어릴 적 나는 그런 할아버지가 참으로 이상하게 보였다. 우리 아버지는 아내에게 무뚝뚝한 남편이었기에 그런 살가운 남편의 모습이 낯설어보였던 것이다.
깊고 다정한 사랑에도 단점은 있는 것 같다. 할아버지가 떠나시고 할머니는 나들이를 일절 하지 않으신다. 그렇게 20년이 흘러간다. 할머니께서는 남은 자신의 생을 할아버지를 그리워하는 일에 모두 쓰시고 가실 모양이다.
고모님 댁으로 가는 전철 안에서 하늘에 계신 할아버지가 아시면 슬퍼하실 거라고 할머니를 달래보고 싶었지만 그냥 손만 꼭 잡아드렸다. 그날이 할머니의 마지막 외출이 될 줄 알았더라면 더 다정하게 잡아드렸을 텐데. 못난 손녀는 다정한 할아버지를 조금도 닮지 않았나보다.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깊은 사랑을 이해하기 힘들어 국어사전을 펴고 사랑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봤다. 나는 오묘하고 깊은 그것을 영영 이해하기 힘들 것 같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해가 두 번 바뀐 여름이었다.
할머니를 모시고 서초동에 사는 고모님 댁을 찾아갔을 때 일이다. 영등포에 있는 우리 집에서 서초동에 있는 고모님 댁을 가는 동안 할머니께서 내 손을 놓지 않으셨다. 너무 꼭 잡고 계셔서 손에 땀이 흥건하게 베일 정도였다. 지갑을 열거나 전철 개찰구를 지날 때면 할머니의 손을 놓치지 않으려고 신경을 쓰다 보니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이뿐이 아니다. 할머니는 미아가 되지 않으려고 신중을 기하는 아이처럼 내 곁에 꼭 붙어서 한시도 떠나지 않으셨다.
모두 돌아가신 할아버지 때문이다. 짧은 외출에도 할아버지는 할머니 손을 꼭 잡고 다니셨다. 까다로운 할머니의 성정을 거스르는 일도 없으셨다. 할머니가 해가 서쪽에서 떠서 서쪽에서 진다고 하셔도 모두 옳은 말씀으로 여기셨다. 다정하고 인자하신 할아버지는 할머니를 귀하게 여기셨고 암 투병 중에도 오직 할머니 걱정뿐이셨다. 어릴 적 나는 그런 할아버지가 참으로 이상하게 보였다. 우리 아버지는 아내에게 무뚝뚝한 남편이었기에 그런 살가운 남편의 모습이 낯설어보였던 것이다.
깊고 다정한 사랑에도 단점은 있는 것 같다. 할아버지가 떠나시고 할머니는 나들이를 일절 하지 않으신다. 그렇게 20년이 흘러간다. 할머니께서는 남은 자신의 생을 할아버지를 그리워하는 일에 모두 쓰시고 가실 모양이다.
고모님 댁으로 가는 전철 안에서 하늘에 계신 할아버지가 아시면 슬퍼하실 거라고 할머니를 달래보고 싶었지만 그냥 손만 꼭 잡아드렸다. 그날이 할머니의 마지막 외출이 될 줄 알았더라면 더 다정하게 잡아드렸을 텐데. 못난 손녀는 다정한 할아버지를 조금도 닮지 않았나보다.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깊은 사랑을 이해하기 힘들어 국어사전을 펴고 사랑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봤다. 나는 오묘하고 깊은 그것을 영영 이해하기 힘들 것 같다.
사랑
정을 들여 애틋이 그리는 일, 또는 그러한 관계나 마음을 나타내는 명사(국어사전)
글 · 그림 | 고정순 어린이 그림책 작가이자 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