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여름, 그리고 초가을의 지금까지도 강물이 초록으로 일렁입니다. 물 깊고 맑아서 깊어진 푸름이 아닙니다. 4대강사업 이후 대형보에 막혀 흐르지 못하고 호수가 된 강에는 매년 녹조가 번성하고 강은 초록으로 뒤덮이고 있습니다. 강물 속 수많은 생명들 가운데 민물 어류들은 강의 현실을 잘 알려주는 지표종들입니다. 흰수마자와 미꾸리들부터 쏘가리까지 아가미로 호흡하는 이들에게 녹조의 이상 번식은 치명적입니다. 녹조류들이 물 속 용존산소를 다 소비해버리는 탓에 물고기들은 호흡곤란에 빠지고 수면 위로 올라와 입을 뻐금거리다가 숨 가빠 질식사의 위험에 빠집니다. 녹조류는 독성물질도 내뿜기 때문에 그들의 호흡기는 이중고를 겪습니다. 4대강 물고기 집단폐사는 더 이상 새로운 소식이 아닙니다.
이명박 정권은 대형보 건설사업, 강변 인공화 사업을 강과 경제를 살리는 녹색성장사업이라고 선전했습니다. 그렇게 강을 망친 사업 구조물들을 계속 유지하려고 여전히 세금을 쏟아 붓고 있는 건 박근혜 정권입니다. 녹색의 수난사 맨 앞머리에 극악한 강 살해극으로 남을 사업이 여전히 녹색으로 위장되고 있는 현실입니다.
더 나아가 박근혜 정권은 너무 많은 등산객들로 인해 산이 훼손되는 걸 막고 지역경제도 살리겠다며 국립공원에 케이블카와 호텔을 짓겠다고 합니다. 설악산 케이블카의 사업성을 따져봤다는 보고서는 케이블카 탑승객 수가 설악산에 온 사람들보다 더 많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등산객들이 설악산에 와서 분신술이라도 쓸 거라 믿는 모양입니다. 마치 4대강사업이 녹색성장사업이라고 주장했던 이들의 입을 빌려온 듯합니다. 초록, 녹색, 친환경의 가치는 휘발해버린 암적색의 반환경사업을 친환경으로 포장하는 일들이 횡행합니다.
강에 말로만 녹색성장사업을 일으켜 결국 강을 초록의 공포에 빠뜨리고 망쳤습니다. 산에 말로만 친환경사업을 일으켜 기어이 산조차 초록 밧줄에 감아 죽일 셈인가 싶어 두렵습니다. 입으로 초록을 말하며 손으로 초록을 교살하는 일을 막아야 합니다. 4대강 보들을 걷어내 강을 살리고, 국립공원 명산들에서 강철 케이블의 망령을 걷어내야 진짜 초록이 숨 쉬기 시작할 것입니다. 양고기 내걸고 사실은 개고기를 팔아먹는 행위를 시민들이 더 이상 용납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래야 진짜 초록이 가짜에 말려 고사하지 않게 될 것입니다.
살대를 위하여 111
박현철 편집주간 parkhc@kfem.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