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텍스트[에코텍스트 110] 바다는 지구의 자궁일까 지옥일까

 
“바다는 지구 상 가장 큰 서식지다. 바다에는 뭍에서 발견되는 종보다 두 배나 많은 종이 살고 있고 계속해서 새로운 종들이 발견된다. 바다는 지구의 자궁이다. (…) 우리는 바다와 공존한다.”
이 명제를 고쳐 쓸 날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가령, 이런 식으로. 바다는 지구 상 가장 큰 쓰레기 매립장이다. 바다에는 뭍에서 파묻을 수 있는 종보다 두 배나 많은 종이 매립될 수 있으며 계속해서 새로운 종들을 투하할 수 있다. 바다는 지구의 지옥이다. (…) 우리는 바다를 끝장낸다. 
 
과장이라고? 그랬으면 좋겠다. 『플라스틱 바다』는 맨 앞에 실린 몇 장의 화보들부터 매우 사실적인데 그 장면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먹이사슬의 맨 아래에서 플라스틱을 섭식하는 어마어마한 숫자의 심해 생물 샛비늘치, 플라스틱 쇼핑백을 해파리로 오인해서 그것을 먹는 바다거북, 플라스틱을 너무 많이 먹어 소화관이 막히는 바람에 태어나서 생후 5개월 이전에 죽어버리는 앨버트로스 새끼들, 형형색색의 플라스틱 모래로 변신하고 있는 하와이 카밀로 해변. 이것들은 미래의 바다가 아니라 오늘의 바다다. 
 
오늘의 바다를 보지 못한 레이첼 카슨은  『우리를 둘러싼 바다』에서 이렇게 썼다고 한다. “바다의 얼굴은 항상 바뀌는 중이다. 색깔과 빛이 지나가고, 그림자가 움직이며, 햇빛에 반짝이고, 황혼이 질 때면 신비로워진다.” 태평양의 거대한 쓰레기 지대를 처음 발견하고 이것을 전 세계에 알린 저자 찰스 무어 선장은 “나는 우리 목표가 바다를 사람과 해양 생물이 ‘헤엄칠 수 있는 곳’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미 명확하게 두 개의 바다가 있는 셈이다. 아름다움을 상상할 수 있게 해주었던 바다와 헤엄조차 칠 수 없는 바다. 다시 말하자면, 이제는 없는 바다와 곧 사라질 바다. 다랑어 한 마리가 뛰어오르는 것을 발견하기와 플라스틱 쓰레기가 떠내려 오는 것을 발견하기 사이에서 더 현실적이고 친숙한 것은 분명 후자다. 
 
플라스틱 바다 앞에서 고개를 돌릴 수 있는 곳은 없다. “우리는 근본적인 모순에 직면해 있다. 엄청난 부와 예상 못한 성장을 가져다준 이 경제 시스템은 삶과 노동, 충성심을 투자한 우리에게 건강한 지구를 되돌려주지 못한다. 동물들과 우리를 이곳까지 데려다 준 노아의 방주는 지금 침몰중이며 남은 목적지까지 항해를 계속할 수 없다. 기술적으로 가능한 수준에서 인간과 동물에게 안전이 보장되는 그 항구, 정말로 풍요롭고 개인의 잠재력이 실현되고 생물 다양성 속에서 모두가 번창하는 그 항구까지 말이다.” 이 대목에서 우리에게는 진지하게 물어야 할 두 가지가 있다. 정말로 풍요로운 세상과 모두가 번창하는 세상이다. 그러니까 풍요와 번창이다. 당신과 나의 풍요 말고, 당신과 나의 번창 말고. 
 
p.s. 솔직하게 고백하건대, 나는 이 플라스틱 시대의 항해 앞에서 그 어느 것도 불편하지 않다.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에서 커피 한 잔 주문하고, 내 아이에게는 생과일주스를 한 마시게 했다.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된 사실이지만, 1960년대 건강에 관심이 많았던 히피들이 처음 마셨다는 스무디는 프랜차이즈 제국에 영입되어 플라스틱 통에 담겨 팔리고 있다. 사람들은 이것들 두고 혁신이라고 했단다. 책장을 넘기는 와중에 플라스틱 혹은 어떤 식으로든 재활용이 불가능한 것들을 눈앞에서 하나씩 지워보고 있자니, 거의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아이에게 플라스틱이 이러쿵저러쿵하며 물건을 사든 먹을 것을 사든 항상 이게 쓰레기가 될 것인지 아닌지, 물건의 수명 주기 같은 것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해두었는데, 부끄러워하는 내 모습을 눈치 챈 듯하다. 
 
글 | 조은영 무가지로 발행되는 서평 전문 잡지 『텍스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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