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서울환경영화제가 드디어 9월 8일 그 포문을 연다! 포문이라고 표현하는 까닭은 환경이라는 테마와 환경영화에 대해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을 모두 깨기 위해, ‘전투적 자세’로 무장하고 손님들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제가 다가올수록 프로그래머들은 많은 질문을 받게 된다. ‘어떤 영화들 해요?’, ‘뭐가 재미있어요?’, ‘애들이 볼 만한 영화도 있나요?’ 등 다양한 연령과 계층의 사람들이 속사포처럼 물어오는 질문에 제대로 대답해야 하는 것이 우리 프로그래머들의 의무이자 권리이다. 권리일 수 있는 이유는 한 해 동안 서울환경영화제에 올 관객들을 머리 속에 그리며 여러 영화제들에서 영화들을 골라온 프로그래머들로서는 마침내 그 영화들을 소개하고 추천하며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보람이자 기쁨이기 때문이다.
개별 영화들을 ‘자랑’하기 전에 이해를 돕기 위해 제2회 서울환경영화제의 섹션을 잠깐 소개한다. 먼저 <널리보는 세상>에서는 최근 2년간의 환경영화를 장르와 시간 구분 없이 볼 수 있다. <지구의 아이들>은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위한 단편과 애니메이션 중심으로 영화를 모아둔 섹션이다. 그 해의 환경 핫이슈를 다루는 <테마전>에서는 ‘핵의 시대’라는 제목으로 핵을 둘러싼 다양한 시각의 영화를 볼 수 있다. 한 감독의 환경영화를 집중 조명하는 <회고전>에서는 독립영화 감독으로 미국 남부의 음식문화를 오랜 세월 관찰해온 레스 블랭크의 ‘슬로우 푸드, 슬로우 라이프’ 관련 영화가 상영된다. 그 밖에도 우수 TV 환경 다큐를 모아 상영하는 <특별상영> 섹션이 마련되어 있으며 올해 처음으로 실시한 ‘사전제작지원제도’를 통해 배출된 두 편의 청소년 환경 영화가 첫 상영을 기다리고 있다.
100년 만의 무더위가 찾아왔다는 역사적 오보를 냈던 올 여름 무더위에 대한 탐구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지구온난화 현상과 올 여름 폭염과의 상관관계를 조명하는 『서울환경영화제』와 SBS 방송 공동제작 다큐 『0.6도의 재앙』에서는 지난 100년간 상승한 0.6도의 온도가 우리들 몸에, 지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상세히 볼 수 있을 것이다.
여기 『함께사는길』 독자들을 위해 특별히 엄선한 영화들을 소개한다. 이곳에 추천하는 영화들은 금방 매진될 수 있으니 8월 22일부터 시작되는 예매를 활용해 얼른 자리를 맡아두시라고 권하고 싶다(제목 옆 괄호 속에는 해당 섹션명을 적어두었다).
『머핀 맨』 (널리보는 세상)
『머핀 맨』은 인류를 멸종위기로 몰아가는 ‘유행성 비만’에 대해 유쾌하면서도 섬뜩하게 그려낸 영화이다. 먼 은하계에서 온 미래의 인류학자들이 고대 행성인 지구를 연구한다. 영화는 인류가 호모 사피엔스(현대 인간)에서 호모 트윈쿠스 (일명 ‘머핀 맨’)로 진화해가는 과정을 추적한다. 동시에 남자가 여자를 만나고 사랑에 빠진다는 고전적 패턴의 러브 스토리 속에, 남자가 너무 많은 도너츠를 먹게 되는 바람에 겪는 비극적 운명을 함께 그려나가고 있다. 『머핀 맨』은 ‘모큐멘터리(Mocumentary)’ 혹은 ‘페이크 다큐멘터리 (Fake Documentary)’라고 불리우는, 다큐멘터리의 형식을 띄고 있되 실상은 허구인 영화이다. 영화 『머핀 맨』의 감독이자 시나리오 작가인 제시카 아이스너는 임상병리학자이기도 한데, 비만이 사람들을 죽이는 전염병이라는 위기 의식에서 직접 이 영화의 대본을 쓰고 제작까지 했다고 한다. 감독 자신이 패스트푸드로만 연명하는 생체실험을 통해 이런 음식의 해로움을 폭로한 다큐멘터리 『수퍼사이즈 미』와 그 의도는 같지만 『머핀 맨』은 그보다 훨씬 더 많은 해학과 풍자로 가득 차 있다.
『게오르기와 나비들』 (널리보는 세상)
유럽 최빈국으로 국민의 80퍼센트가 빈곤층인 불가리아의 한 궁벽한 시골구석에 다 쓰러져가는 정신병동이 있다. 현실성은 없으나 병원을 살리기 위한 ‘비즈니스 아이디어’로 가득 찬 다소 엉뚱한 원장 게오르기 룰체프 박사와 너무 순박해서 코믹하기까지 한 정신병 환자들을 이 영화는 경쾌하게 그려낸다. 게오르기는 환자들을 데리고 - 다른 방도가 없어 - 자연을 활용해서 생계 해결과 치료, 이름하야 ‘에코 테라피’를 시도한다. 게오르기는 그 하는 행동들이 어이없으면서도 그의 굳건한 믿음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는, 그런 인물이다. 예를 들어 시골이다보니 달팽이가 많고 프랑스 사람들은 달팽이 요리를 좋아하니 이것들을 잡아다가 팔면 엄청난 수입이 있겠다 라고 게오르기는 생각한다. 그래서 환자들에게 달팽이를 잡아오라고 하지만 환자들의 일 속도로는 ‘사업’이 될 만큼 달팽이를 잡아올 수 없어 결국 이는 실패.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버리지 않는 게오르기와 또 그 게오르기를 믿고 따르는 병동의 환자들. 다큐멘터리지만 생생하게 살아있는 인물들과 그들의 낙천적 자세가 극영화 이상의 재미를 주는 작품이다. 동유럽 특유의 음악이 즐거움을 더해준다.
『말리』 (지구의 아이들)
인도 시골마을의 작은 소녀 말리는 숲에서 장작을 주워 가난한 부모를 돕는 착한 꼬마다. 반짝이는 새 옷도, 새 구두도 없지만, 말리는 행복하다. 몸이 약한 부잣집 소녀와 친구가 되기도 하고, 읍내 가축병원의 동물들과 이야기하는 환상에 빠지기도 한다. 그러나 말리에게도 두 가지 소원이 있다. 아픈 친구가 낫는 것, 그리고 마을 축제에 입고 갈 새 옷이 생기는 것. 이런 말리에게 동네 점쟁이는 숲속에 있는 파란 깃털을 구하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이야기한다. 말리는 파란 깃털을 구할 수 있을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파랑새』를 섞어놓은 듯한 이 환상적인 영화는 동화적 상상력을 인도 발리우드 영화 특유의 흥겨움으로 펼쳐 보인다.
『마늘이 엄마보다 더 좋아』 (회고전: 레스 블랭크)
미국 남부 뉴올리언즈 지방의 독특한 음악과 음식문화를 오랫동안 카메라에 담아온 독립 다큐멘터리 감독 레스 블랭크는 마늘에 대한 푸대접에 정면으로 도전한다.
이른바 ‘케이준 (cajun)’이라는 이름으로 유명한 뉴올리언즈 지방의 음식을 중심으로, 블랭크는 마늘의 역사를 흥미롭게 담아낸다. 소박한 사람들의 지방 문화를 고집스럽게 포착하는 블랭크의 카메라는 대상에 대한 객관적인 거리를 유지하는 동시에 기계적인 대상화를 넘어 애정 어린 시선을 던지는 영상민족지의 미덕을 보여준다.
여기에 이 영화는 마늘 음식문화를 통해 ‘슬로우 푸드 (slow food)’를 찬양하면서 패스트푸드에 익숙해진 우리의 먹거리 문화에 대한 조심스러운 비판을 던지기도 한다.
『이 땅은 너의 땅』 (널리보는 세상)
지난 한 세기 동안 우리의 거리와 우리의 마을은 어떻게 변해왔을까? 추수와 축제가 끊이지 않고 가족과 이웃 간의 온정이 넘치던 우리의 공간은 어느새 다국적 기업의 간판과 네온 사인, 그리고 각종 브랜드로 넘쳐나는 3차원의 광고판이 되어버렸고, 자본은 지역의 다양한 색깔을 지워버렸을 뿐 아니라 지역의 생존까지 위협하는 괴물 같은 힘이 되었다.
영화는 이에 맞서 싸우는 사람들을 보여준다. 러시아 정교의 트라이폰(Tryphon) 신부는 자신이 개발한 커피의 이름인 ‘크리스마스 블렌드(Christmas Blend)’라는 상표를 사용하기 위해 다국적 커피 대기업인 스타벅스와 오랜 법정 공방을 거쳐야만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대도시 시민은 대기업과 명품 브랜드의 힘에 굴복한다. 영화는 미국 사회의 과거와 현재, 상이한 사회적 스펙트럼 사이의 차이와 충돌을 드러냄으로써, 현대 도시 공간과 우리의 생활 환경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소비자본주의와 대기업의 논리를 냉철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울트라맨-어윈 발데베니토 이야기』 (널리보는 세상)
『울트라맨』은 칠레 사람 어윈 발데베니토의 이야기다. 매일 아침 그는 산 베나르도의 그의 집에서 산티아고에 있는 직장까지 대략 23킬로미터나 되는 길을 달려서 출근한다. 매일 고속도로 갓길을 따라 하는 이 하프 마라톤에서 그는 종종 지나가는 이들에게 욕을 먹기도 하고 달리는 차에 치일 뻔하는 위기를 맞기도 한다. 도시의 오염된 공기, 특히 도로를 달리면서 맡게 되는 배기가스 탓에 그의 얼굴은 붉게 변하고 책상에 자리잡고 앉아 일을 시작해도 한두 시간 가량 여전히 피부가 화끈거린다. 표준국 연구실에서 공무원으로 일하며 단순 반복되는 일을 하는 그는 일에서 찾지 못하는 도전점을 달리기에서 찾는다.
이 영화에서 돋보이는 것은 마라톤 그 자체라기보다는 마라톤을 하기에 극도로 불편한 도시의 일상에서 날마다 자신을 북돋워가며 트레이닝을 하는 발데베니토의 생활 습관이다. 비만의 시대, 자동차로 이동하는 것이 당연시되는 ‘모던 타임즈’에 발데베니토와 같은 이야말로 작은 영웅이 아닐까?
『아버지와 산다면』 (테마전: 핵의 시대)
2005년은 히로시마에 원폭이 투하된 지 꼭 60주년이 되는 해다. 1945년 한여름인 8월 6일 오전 8시 15분에 히로시마는 세계 최초의 핵폭탄 피해 도시가 되면서 수많은 사람들의 운명을 바꾼다. 폭격으로 아버지와 많은 친구들을 잃은 미츠에는 폭격이 있고 나서 3년 뒤, 재건이 한창인 시립도서관에서 일한다.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었지만 사랑할 자격도 없다고 자책하는 미츠에에게 아버지의 혼이 나타난다. 아버지는 그녀를 격려하며 친구와 가족이 떠났어도 사랑하고 아이를 낳으며 행복한 삶을 꾸려나가는 것이 살아남은 자의 의무라고 이야기한다. 아버지의 혼이 핵 폭탄 투하 순간을 회상할 때는 브레히트의 소격 효과를 빌려온 듯 연극적 기법을 활용하기도 한 이 영화의 주인공 미츠에역에는 사진집 『산타페』로 유명해진 일본의 여배우 미야자와 리에가 열연했다. 전범 국가인 일본이 자신의 상처를 이야기하는 영화를 내놓을 때마다 논란이 일곤 하지만 영화 속 미츠에의 죄책감과 행복해져서는 안 된다는 반성적 태도는 일본 자신의 그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여지도 담고 있다.
키아로스타미 비롯 위명 날리는 감독들의 한국행
제2회 서울환경영화제에는 영화팬들을 흥분시킬 특별한 손님들이 초청된다. 필두는 이란영화의 거장, 압바스 키아로스타미(Kiarostami, Abbas) 감독이다. 개막작으로 상영될 『길』과 함께 한국을 찾을 키아로스타미 감독 관련 행사는 다채롭다. 우선 8월 25일부터 시작돼 9월 15일까지 금호미술관에서 열리는 키아로스타미 감독이 영화 작업 사이사이에 찍은 84점의 사진들을 모은 사진전이 준비돼 있고, 개막작 『길』 상영 후 마스터클래스(워크숍)도 열린다. 『길』은 자연의 소중함을 다룬 디지털 단편영화로, 이 영화는 환경재단에서 제작비를 지원해 제작됐고 제2회 서울환경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인다.
이란의 거장 감독 압바스 키아로스타미는 영화 『체리향기』로 1997년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고 2005년 칸 영화제의 심사위원장을 맡았다. 대표작으로는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가 있다.
이번 영화제에 참여하는 그 밖의 감독들로는, 회고전을 가지는 미국의 레스 블랭크(Les Blank) 감독, 『게오르기와 나비들』(Georti and the Butterflies)을 연출한 불가리아의 안드레 파우노프(Andrey Paounov) 감독과 그 주인공인 게오르기 박사(Dr. Georgi), 『세 바퀴 자전거 여행』(Travels by Tricycle)을 연출한 중국의 왕동동(Wang Dongdong) 감독, 『울트라맨-어윈 발데베니토 이야기』(Ultraman-the Minimal Story of Erwin Valdebenito)를 연출한 칠레의 크리스찬 리튼(Cristian Leighton) 감독과 그 주인공 어윈 발데베니토(Erwin Valdebenito), 『안녕하세요, 꽁랴오』(How Are You, Gong Liao)를 감독한 대만의 수 추이(Sue Tsui) 감독, 『마녀들』(The Witch)을 연출한 스페인의 라파엘(Rafael) 감독이 참석하고, 유엔춘(Liu Yan-chun) 중국 길림성 산림청장도 참석한다.
핵과 다큐멘터리, 그리고 이산화탄소
제2회 서울환경영화제의 부대행사들은 영화가 환경이슈를 어떻게 다룰 수 있는가에 관한 프로그램들을 준비했다. 우선 9월 9일에는 일본국제교류기금 서울문화센터 이연홀에서 ‘미디어에 비친 핵문제’를 주제로 석광훈(녹색연합 정책위원), 이오순(부안주민, 가정주부), 정택수(KBS PD), 쯔이 슈신(대만 반핵 영화 감독), 야마가와 겐(일본 반핵 영화 감독) 등의 패널이 좌담한다.
또한 황윤, 김성환, 김서호, 이석재 등 한국 다큐멘터리 감독들의 집담회가 9월 10일, 환경재단 내 레이첼 카슨 룸에서 열린다. 또 다른 영화 관련 프로그램으로 ‘네이버와 함께 하는 온라인 환경영화제’가 영화제 기간 중 서울역사박물관 광장에서 주니버 회원들의 참여로 열리는데, 이 행사에서는 「움직이는 환경학교 달팽이 체험학습」이 진행된다.
그린페스티벌이 특히 공을 들인 프로그램은 기후온난화 문제를 다룬 「CO2를 잡아라」이다. 9일~13일까지 매일 오전 11시부터 저녁 9시까지 10시간 동안 서울역사박물관 앞 광장과 각 상영관, 광화문 일대에서 <한살림>, <녹색연합>, <녹색교통>, <에너지시민연대>, <서울환경운동연합> 등 시민단체와 함께 진행한다.
어디서 볼까?
제2회 서울환경영화제 개막식은 스카라극장에서, 폐막식은 씨네큐브에서 열린다. 주요 상영관은 씨네큐브와 스타식스(5관, 6관), 서울역사박물관(역사박물관 상영작은 무료입장, 당일 현장배부)이다. 티켓 인터넷예매는 8월 22일 시작됐고 9월 14일까지 가능하다. 서울환경영화제 홈페이지(www.gffis.org) 또는 티켓링크 홈페이지(www.ticketlink.co.kr)에서 예매할 수 있다. 단, 역사박물관은 인터넷 예매가 안 된다. 8월 22일부터 9월 6일 사이에는 전화로도 티켓을 예매할 수 있다. 단체관객(20인 이상)에 한하여 영화제 사무국(전화 02-725-3654, 오전 10시에서 오후 5시)에서도 접수한다. 개막식 입장권은 1만 원, 특별상영작인 키아로스타미 관련 행사(개막작, 사진전, 마스터클래스)는 7천 원이다. 사진전만 보려는 성인은 5천 원이고 학생은 3천 원이다. 개막식작 티켓과 특별상영 티켓을 소지한 관객은 무료이고, 일반 상영작 티켓을 소지한 사람은 반액 할인된다. 일반상영작의 경우, 성인은 5천 원, 청소년과 학생, 단체 20인 이상은 3천 원이며 폐막식 입장권은 7천 원이다.
글 | 강윤주 영화사회학 박사, 서울환경영화제 프로그래머
제2회 서울환경영화제가 드디어 9월 8일 그 포문을 연다! 포문이라고 표현하는 까닭은 환경이라는 테마와 환경영화에 대해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을 모두 깨기 위해, ‘전투적 자세’로 무장하고 손님들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제가 다가올수록 프로그래머들은 많은 질문을 받게 된다. ‘어떤 영화들 해요?’, ‘뭐가 재미있어요?’, ‘애들이 볼 만한 영화도 있나요?’ 등 다양한 연령과 계층의 사람들이 속사포처럼 물어오는 질문에 제대로 대답해야 하는 것이 우리 프로그래머들의 의무이자 권리이다. 권리일 수 있는 이유는 한 해 동안 서울환경영화제에 올 관객들을 머리 속에 그리며 여러 영화제들에서 영화들을 골라온 프로그래머들로서는 마침내 그 영화들을 소개하고 추천하며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보람이자 기쁨이기 때문이다.
개별 영화들을 ‘자랑’하기 전에 이해를 돕기 위해 제2회 서울환경영화제의 섹션을 잠깐 소개한다. 먼저 <널리보는 세상>에서는 최근 2년간의 환경영화를 장르와 시간 구분 없이 볼 수 있다. <지구의 아이들>은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위한 단편과 애니메이션 중심으로 영화를 모아둔 섹션이다. 그 해의 환경 핫이슈를 다루는 <테마전>에서는 ‘핵의 시대’라는 제목으로 핵을 둘러싼 다양한 시각의 영화를 볼 수 있다. 한 감독의 환경영화를 집중 조명하는 <회고전>에서는 독립영화 감독으로 미국 남부의 음식문화를 오랜 세월 관찰해온 레스 블랭크의 ‘슬로우 푸드, 슬로우 라이프’ 관련 영화가 상영된다. 그 밖에도 우수 TV 환경 다큐를 모아 상영하는 <특별상영> 섹션이 마련되어 있으며 올해 처음으로 실시한 ‘사전제작지원제도’를 통해 배출된 두 편의 청소년 환경 영화가 첫 상영을 기다리고 있다.
100년 만의 무더위가 찾아왔다는 역사적 오보를 냈던 올 여름 무더위에 대한 탐구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지구온난화 현상과 올 여름 폭염과의 상관관계를 조명하는 『서울환경영화제』와 SBS 방송 공동제작 다큐 『0.6도의 재앙』에서는 지난 100년간 상승한 0.6도의 온도가 우리들 몸에, 지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상세히 볼 수 있을 것이다.
여기 『함께사는길』 독자들을 위해 특별히 엄선한 영화들을 소개한다. 이곳에 추천하는 영화들은 금방 매진될 수 있으니 8월 22일부터 시작되는 예매를 활용해 얼른 자리를 맡아두시라고 권하고 싶다(제목 옆 괄호 속에는 해당 섹션명을 적어두었다).
『머핀 맨』 (널리보는 세상)
『머핀 맨』은 인류를 멸종위기로 몰아가는 ‘유행성 비만’에 대해 유쾌하면서도 섬뜩하게 그려낸 영화이다. 먼 은하계에서 온 미래의 인류학자들이 고대 행성인 지구를 연구한다. 영화는 인류가 호모 사피엔스(현대 인간)에서 호모 트윈쿠스 (일명 ‘머핀 맨’)로 진화해가는 과정을 추적한다. 동시에 남자가 여자를 만나고 사랑에 빠진다는 고전적 패턴의 러브 스토리 속에, 남자가 너무 많은 도너츠를 먹게 되는 바람에 겪는 비극적 운명을 함께 그려나가고 있다. 『머핀 맨』은 ‘모큐멘터리(Mocumentary)’ 혹은 ‘페이크 다큐멘터리 (Fake Documentary)’라고 불리우는, 다큐멘터리의 형식을 띄고 있되 실상은 허구인 영화이다. 영화 『머핀 맨』의 감독이자 시나리오 작가인 제시카 아이스너는 임상병리학자이기도 한데, 비만이 사람들을 죽이는 전염병이라는 위기 의식에서 직접 이 영화의 대본을 쓰고 제작까지 했다고 한다. 감독 자신이 패스트푸드로만 연명하는 생체실험을 통해 이런 음식의 해로움을 폭로한 다큐멘터리 『수퍼사이즈 미』와 그 의도는 같지만 『머핀 맨』은 그보다 훨씬 더 많은 해학과 풍자로 가득 차 있다.
『게오르기와 나비들』 (널리보는 세상)
유럽 최빈국으로 국민의 80퍼센트가 빈곤층인 불가리아의 한 궁벽한 시골구석에 다 쓰러져가는 정신병동이 있다. 현실성은 없으나 병원을 살리기 위한 ‘비즈니스 아이디어’로 가득 찬 다소 엉뚱한 원장 게오르기 룰체프 박사와 너무 순박해서 코믹하기까지 한 정신병 환자들을 이 영화는 경쾌하게 그려낸다. 게오르기는 환자들을 데리고 - 다른 방도가 없어 - 자연을 활용해서 생계 해결과 치료, 이름하야 ‘에코 테라피’를 시도한다. 게오르기는 그 하는 행동들이 어이없으면서도 그의 굳건한 믿음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는, 그런 인물이다. 예를 들어 시골이다보니 달팽이가 많고 프랑스 사람들은 달팽이 요리를 좋아하니 이것들을 잡아다가 팔면 엄청난 수입이 있겠다 라고 게오르기는 생각한다. 그래서 환자들에게 달팽이를 잡아오라고 하지만 환자들의 일 속도로는 ‘사업’이 될 만큼 달팽이를 잡아올 수 없어 결국 이는 실패.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버리지 않는 게오르기와 또 그 게오르기를 믿고 따르는 병동의 환자들. 다큐멘터리지만 생생하게 살아있는 인물들과 그들의 낙천적 자세가 극영화 이상의 재미를 주는 작품이다. 동유럽 특유의 음악이 즐거움을 더해준다.
『말리』 (지구의 아이들)
인도 시골마을의 작은 소녀 말리는 숲에서 장작을 주워 가난한 부모를 돕는 착한 꼬마다. 반짝이는 새 옷도, 새 구두도 없지만, 말리는 행복하다. 몸이 약한 부잣집 소녀와 친구가 되기도 하고, 읍내 가축병원의 동물들과 이야기하는 환상에 빠지기도 한다. 그러나 말리에게도 두 가지 소원이 있다. 아픈 친구가 낫는 것, 그리고 마을 축제에 입고 갈 새 옷이 생기는 것. 이런 말리에게 동네 점쟁이는 숲속에 있는 파란 깃털을 구하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이야기한다. 말리는 파란 깃털을 구할 수 있을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파랑새』를 섞어놓은 듯한 이 환상적인 영화는 동화적 상상력을 인도 발리우드 영화 특유의 흥겨움으로 펼쳐 보인다.
『마늘이 엄마보다 더 좋아』 (회고전: 레스 블랭크)
미국 남부 뉴올리언즈 지방의 독특한 음악과 음식문화를 오랫동안 카메라에 담아온 독립 다큐멘터리 감독 레스 블랭크는 마늘에 대한 푸대접에 정면으로 도전한다.
이른바 ‘케이준 (cajun)’이라는 이름으로 유명한 뉴올리언즈 지방의 음식을 중심으로, 블랭크는 마늘의 역사를 흥미롭게 담아낸다. 소박한 사람들의 지방 문화를 고집스럽게 포착하는 블랭크의 카메라는 대상에 대한 객관적인 거리를 유지하는 동시에 기계적인 대상화를 넘어 애정 어린 시선을 던지는 영상민족지의 미덕을 보여준다.
여기에 이 영화는 마늘 음식문화를 통해 ‘슬로우 푸드 (slow food)’를 찬양하면서 패스트푸드에 익숙해진 우리의 먹거리 문화에 대한 조심스러운 비판을 던지기도 한다.
『이 땅은 너의 땅』 (널리보는 세상)
지난 한 세기 동안 우리의 거리와 우리의 마을은 어떻게 변해왔을까? 추수와 축제가 끊이지 않고 가족과 이웃 간의 온정이 넘치던 우리의 공간은 어느새 다국적 기업의 간판과 네온 사인, 그리고 각종 브랜드로 넘쳐나는 3차원의 광고판이 되어버렸고, 자본은 지역의 다양한 색깔을 지워버렸을 뿐 아니라 지역의 생존까지 위협하는 괴물 같은 힘이 되었다.
영화는 이에 맞서 싸우는 사람들을 보여준다. 러시아 정교의 트라이폰(Tryphon) 신부는 자신이 개발한 커피의 이름인 ‘크리스마스 블렌드(Christmas Blend)’라는 상표를 사용하기 위해 다국적 커피 대기업인 스타벅스와 오랜 법정 공방을 거쳐야만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대도시 시민은 대기업과 명품 브랜드의 힘에 굴복한다. 영화는 미국 사회의 과거와 현재, 상이한 사회적 스펙트럼 사이의 차이와 충돌을 드러냄으로써, 현대 도시 공간과 우리의 생활 환경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소비자본주의와 대기업의 논리를 냉철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울트라맨-어윈 발데베니토 이야기』 (널리보는 세상)
『울트라맨』은 칠레 사람 어윈 발데베니토의 이야기다. 매일 아침 그는 산 베나르도의 그의 집에서 산티아고에 있는 직장까지 대략 23킬로미터나 되는 길을 달려서 출근한다. 매일 고속도로 갓길을 따라 하는 이 하프 마라톤에서 그는 종종 지나가는 이들에게 욕을 먹기도 하고 달리는 차에 치일 뻔하는 위기를 맞기도 한다. 도시의 오염된 공기, 특히 도로를 달리면서 맡게 되는 배기가스 탓에 그의 얼굴은 붉게 변하고 책상에 자리잡고 앉아 일을 시작해도 한두 시간 가량 여전히 피부가 화끈거린다. 표준국 연구실에서 공무원으로 일하며 단순 반복되는 일을 하는 그는 일에서 찾지 못하는 도전점을 달리기에서 찾는다.
이 영화에서 돋보이는 것은 마라톤 그 자체라기보다는 마라톤을 하기에 극도로 불편한 도시의 일상에서 날마다 자신을 북돋워가며 트레이닝을 하는 발데베니토의 생활 습관이다. 비만의 시대, 자동차로 이동하는 것이 당연시되는 ‘모던 타임즈’에 발데베니토와 같은 이야말로 작은 영웅이 아닐까?
『아버지와 산다면』 (테마전: 핵의 시대)
2005년은 히로시마에 원폭이 투하된 지 꼭 60주년이 되는 해다. 1945년 한여름인 8월 6일 오전 8시 15분에 히로시마는 세계 최초의 핵폭탄 피해 도시가 되면서 수많은 사람들의 운명을 바꾼다. 폭격으로 아버지와 많은 친구들을 잃은 미츠에는 폭격이 있고 나서 3년 뒤, 재건이 한창인 시립도서관에서 일한다.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었지만 사랑할 자격도 없다고 자책하는 미츠에에게 아버지의 혼이 나타난다. 아버지는 그녀를 격려하며 친구와 가족이 떠났어도 사랑하고 아이를 낳으며 행복한 삶을 꾸려나가는 것이 살아남은 자의 의무라고 이야기한다. 아버지의 혼이 핵 폭탄 투하 순간을 회상할 때는 브레히트의 소격 효과를 빌려온 듯 연극적 기법을 활용하기도 한 이 영화의 주인공 미츠에역에는 사진집 『산타페』로 유명해진 일본의 여배우 미야자와 리에가 열연했다. 전범 국가인 일본이 자신의 상처를 이야기하는 영화를 내놓을 때마다 논란이 일곤 하지만 영화 속 미츠에의 죄책감과 행복해져서는 안 된다는 반성적 태도는 일본 자신의 그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여지도 담고 있다.
키아로스타미 비롯 위명 날리는 감독들의 한국행
제2회 서울환경영화제에는 영화팬들을 흥분시킬 특별한 손님들이 초청된다. 필두는 이란영화의 거장, 압바스 키아로스타미(Kiarostami, Abbas) 감독이다. 개막작으로 상영될 『길』과 함께 한국을 찾을 키아로스타미 감독 관련 행사는 다채롭다. 우선 8월 25일부터 시작돼 9월 15일까지 금호미술관에서 열리는 키아로스타미 감독이 영화 작업 사이사이에 찍은 84점의 사진들을 모은 사진전이 준비돼 있고, 개막작 『길』 상영 후 마스터클래스(워크숍)도 열린다. 『길』은 자연의 소중함을 다룬 디지털 단편영화로, 이 영화는 환경재단에서 제작비를 지원해 제작됐고 제2회 서울환경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인다.
이란의 거장 감독 압바스 키아로스타미는 영화 『체리향기』로 1997년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고 2005년 칸 영화제의 심사위원장을 맡았다. 대표작으로는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가 있다.
이번 영화제에 참여하는 그 밖의 감독들로는, 회고전을 가지는 미국의 레스 블랭크(Les Blank) 감독, 『게오르기와 나비들』(Georti and the Butterflies)을 연출한 불가리아의 안드레 파우노프(Andrey Paounov) 감독과 그 주인공인 게오르기 박사(Dr. Georgi), 『세 바퀴 자전거 여행』(Travels by Tricycle)을 연출한 중국의 왕동동(Wang Dongdong) 감독, 『울트라맨-어윈 발데베니토 이야기』(Ultraman-the Minimal Story of Erwin Valdebenito)를 연출한 칠레의 크리스찬 리튼(Cristian Leighton) 감독과 그 주인공 어윈 발데베니토(Erwin Valdebenito), 『안녕하세요, 꽁랴오』(How Are You, Gong Liao)를 감독한 대만의 수 추이(Sue Tsui) 감독, 『마녀들』(The Witch)을 연출한 스페인의 라파엘(Rafael) 감독이 참석하고, 유엔춘(Liu Yan-chun) 중국 길림성 산림청장도 참석한다.
핵과 다큐멘터리, 그리고 이산화탄소
제2회 서울환경영화제의 부대행사들은 영화가 환경이슈를 어떻게 다룰 수 있는가에 관한 프로그램들을 준비했다. 우선 9월 9일에는 일본국제교류기금 서울문화센터 이연홀에서 ‘미디어에 비친 핵문제’를 주제로 석광훈(녹색연합 정책위원), 이오순(부안주민, 가정주부), 정택수(KBS PD), 쯔이 슈신(대만 반핵 영화 감독), 야마가와 겐(일본 반핵 영화 감독) 등의 패널이 좌담한다.
또한 황윤, 김성환, 김서호, 이석재 등 한국 다큐멘터리 감독들의 집담회가 9월 10일, 환경재단 내 레이첼 카슨 룸에서 열린다. 또 다른 영화 관련 프로그램으로 ‘네이버와 함께 하는 온라인 환경영화제’가 영화제 기간 중 서울역사박물관 광장에서 주니버 회원들의 참여로 열리는데, 이 행사에서는 「움직이는 환경학교 달팽이 체험학습」이 진행된다.
그린페스티벌이 특히 공을 들인 프로그램은 기후온난화 문제를 다룬 「CO2를 잡아라」이다. 9일~13일까지 매일 오전 11시부터 저녁 9시까지 10시간 동안 서울역사박물관 앞 광장과 각 상영관, 광화문 일대에서 <한살림>, <녹색연합>, <녹색교통>, <에너지시민연대>, <서울환경운동연합> 등 시민단체와 함께 진행한다.
어디서 볼까?
제2회 서울환경영화제 개막식은 스카라극장에서, 폐막식은 씨네큐브에서 열린다. 주요 상영관은 씨네큐브와 스타식스(5관, 6관), 서울역사박물관(역사박물관 상영작은 무료입장, 당일 현장배부)이다. 티켓 인터넷예매는 8월 22일 시작됐고 9월 14일까지 가능하다. 서울환경영화제 홈페이지(www.gffis.org) 또는 티켓링크 홈페이지(www.ticketlink.co.kr)에서 예매할 수 있다. 단, 역사박물관은 인터넷 예매가 안 된다. 8월 22일부터 9월 6일 사이에는 전화로도 티켓을 예매할 수 있다. 단체관객(20인 이상)에 한하여 영화제 사무국(전화 02-725-3654, 오전 10시에서 오후 5시)에서도 접수한다. 개막식 입장권은 1만 원, 특별상영작인 키아로스타미 관련 행사(개막작, 사진전, 마스터클래스)는 7천 원이다. 사진전만 보려는 성인은 5천 원이고 학생은 3천 원이다. 개막식작 티켓과 특별상영 티켓을 소지한 관객은 무료이고, 일반 상영작 티켓을 소지한 사람은 반액 할인된다. 일반상영작의 경우, 성인은 5천 원, 청소년과 학생, 단체 20인 이상은 3천 원이며 폐막식 입장권은 7천 원이다.
글 | 강윤주 영화사회학 박사, 서울환경영화제 프로그래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