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텍스트상상할 수 없는 위기에 대해서 말하는 법

25c3cbffb62ad.jpg


“다큐멘터리를 보면 녹아내리는 빙하는 극적인 장관이다. 어마어마한 얼음덩어리가 우르릉 쾅쾅 부딪히며 바다로 흘러든다. 하지만 죽어가는 빙하는 봄만큼 조용하다. 얼음은 열기와 햇볕에 녹아 개울이 되어 졸졸 흐른다. 사실 죽어가는 빙하는 슬프고 연약한 광경이다. 말없이 사라지는, 레이첼 카슨이 살충제가 자연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 책의 제목에 이미 쓰지 않았다면 이 상황을 ‘침묵의 봄’이라고 불러도 좋으리라. 봄이 가면 여름이 온다. 기나긴 지구의 여름이.” 

『시간과 물에 대하여』의 한 단락이다. 작가 안드리 스나이르 마그나손은 아이슬란드의 작가이고 환경 운동가다. 환경과 사회문제에 대해서 글을 쓰고 있으며, 아이슬란드 고원 파괴 계획에 대항해서도 오랜 기간 적극적으로 글을 써왔다. 그리고 2019년 8월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 북동쪽에서 열린 빙하 장례식의 추모비문을 쓴 작가이기도 하다. 『시간과 물에 대하여』에서 작가는 시간과 물에 대해서 매우 개인적인 동시에 과학적인 태도로 신화적 언어를 구사한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유기적인 연결성을 확인시키고, 지구상의 물이 겪게 될 유례가 없는 변화, 바닷물이 5천만 년을 통틀어 한 번도 보지 못한 수준으로 산성화되는 현상 같은 게 얼마나 끔찍하게 ‘다가올 미래’인지 그걸 확인시키기 위해서다. 시간과 물에 대해서라면 우리는 작가의 신화적인 언어가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비극을 가정해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오늘 태어난 아이가 살게 될 기나긴 지구의 여름날은 높은 확률로 기후 난민으로서 사는 시간이 될 것이다. 

근거가 있는 얘기다. 2007년, <유엔 정부 간 기후변화위원회(IPCC)> 보고서에서는 인간의 활동이 지구 온난화에 미치는 영향을 90~100%로 보았다. 기억나지는 않지만 우리가 무엇을 했을지 충분히 짐작이 간다. ‘지금보다 더 나아진다면’이라는 가정 아래에 세워둔 여러 가지 행동강령들이 존재했을 것이다. 그로부터 15년이 지난 지금,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인간 활동은 95~100%로 상향되었다. 그러니까 ‘지금 보다 더 나아진다면’ 같은 가정이 아니라, 온실가스가 현재 수준으로 방출된다는 가정을 세우는 게 맞다. 그리고 그렇게 된다면, 미국, 뉴욕, 영국, 런던, 상하이 등 거대 도시들이 물에 잠기게 된다. 거대 도시가 물에 잠기는 정도라면, 오늘 태어난 아이가 어디에 살든 아이는 살 곳을 잃게 될 것이다. 아이의 생애는 내내 기후 재난 아래에서 고통 받는 하루하루로 채워질 것이다. 

비록 나는 이런 극단적인 상상으로 오늘 태어난 아이를 몰아넣었지만, 작가는 2008년에 태어난 아이의 2010년에 대해서 지극히 반성적인 신화의 한 장면을 쓴다. “너희 시대를 상상해보렴. 할머니는 2008년에 태어났는데, 너희는 2260년에도 살아 있는 사람을 알게 되는 거야. 그게 네가 연결되어 있는 시간이야. 250년 넘게 말이지. 그건 너희 손으로 만질 수 없는 시간이야. 너희의 시간은 너희가 알고 사랑하는 누군가, 너희를 빚는 누군가의 시간이자 너희가 알고 사랑하는 시간, 너희가 빚는 시간이란다. 너희가 하는 모든 일에 의미가 있어. 너희는 하루하루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단다.” 우리가 우리의 아이에게, 그 아이의 아이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려줄 방법이 물론 아예 없지는 않다. 코로나 시대에 의사와 간사호사들을 신뢰하고 그 경고에 귀 기울여 신속하게 대처했던 것처럼, 기후학자들을 신뢰하고, 탄소 배출을 낮추기 위해 빠른 대응을 해야 한다. 

만약에 최선을 다해 노력해 해수면 상승 속도를 낮출 수 있다면, 2100년까지 25cm 상승 수준에 그친다면, 부분적인 피해는 있으나 관리 가능한 수준이 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니까 우리는 선택이 없는 삶 속에 있다. 시간과 물에 대하여 말이다. 


글 | 조은영 무가지로 발행되는 서평 전문 잡지 『텍스트』 기자




주간 인기글





03039 서울 종로구 필운대로 23
TEL.02-735-7088 | FAX.02-730-1240
인터넷신문등록번호: 서울 아03915 | 발행일자 1993.07.01
발행·편집인 박현철 | 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현철


월간 함께사는길 × 
서울환경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