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그림 고정순 어린이그림책 작가이자 화가 gohssoon@naver.com

서울과 수도권 일부가 물난리로 인해 시름에 잠긴 지난 8월 9일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서 문자메시지가 왔다. 대략 내용은 이러하다.
밤새 내린 폭우로 인해 회원들께서 피해가 없으신지 걱정이 앞섭니다.
당분간 비 예보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특히 저지대, 침수지역에 계신 회원들께서는 안전에 각별하게 유의하기 바랍니다.
‘저지대 침수지역’라는 단어에 눈길이 머문다. 내가 거쳐 온 수많은 저지대 침수지역이 눈앞에 스친다. 그림책을 만들면서 꿈이 하나 있었다. 내 책을 산 독자들에게 그림책을 보며 음악을 감상할 수 있도록 음원을 만들고 싶었다. 고마운 동료들 덕분에 이 꿈을 이뤘다. 그래서 나는 저작권협회 회원이 된 거다.
예술가에게 가난을 짝짓는 사람들이 많다. 마치 예술은 돈을 말하지 않아야만 순수를 지칠 수 있다고 믿는 거다. 하지만 생활이 결여된 예술은 허상처럼 공허할 수밖에 없다. 욕실 없는 지하방, 홍수에 집기가 온 집안을 떠다니던 반지하 방, 절벽에 내리는 폭포수처럼 물이 새던 옥탑방. 사람이 살기 어려운 집인 줄 알면서 저렴한 월세에 눌려 수리 한 번 요구하지도 못하고 살던 날들. 물난리 때마다 피해를 보는 것은 나인데 죄지은 사람처럼 굽신대며 집주인 눈치를 살피던 시간. 지금도 그런 시간을 살고 있을 이 시대를 사는 많은 청년 예술가, 그들에게 더 나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으니 시간을 견디라고 말할 수 있을까. 나는 그럴 수 없다.
얼마 전 창틀이 제대로 달린 집으로 이사했다며 좋아하는 청년을 만났다. 그는 어린 동생과 함께 청년 주택에서 지내며 연극배우를 업으로 산다. 좋은 집에 살게 되었다며 그는 환하게 웃는다. 갓 서른이 된 청년의 미소가 고단하고 애처롭다.
예술가의 집은 어디에 있을까?
건강을 담보삼아 꿈을 이뤄야 하는 청년 예술가들은 어디에 머물고 있을까?
그들의 청춘이 양미간 주름으로 남지 않길 바라지만 기도하는 마음으로 응원하는 무능한 내가 있을 뿐이다.
글·그림 고정순 어린이그림책 작가이자 화가 gohssoon@naver.com
서울과 수도권 일부가 물난리로 인해 시름에 잠긴 지난 8월 9일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서 문자메시지가 왔다. 대략 내용은 이러하다.
밤새 내린 폭우로 인해 회원들께서 피해가 없으신지 걱정이 앞섭니다.
당분간 비 예보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특히 저지대, 침수지역에 계신 회원들께서는 안전에 각별하게 유의하기 바랍니다.
‘저지대 침수지역’라는 단어에 눈길이 머문다. 내가 거쳐 온 수많은 저지대 침수지역이 눈앞에 스친다. 그림책을 만들면서 꿈이 하나 있었다. 내 책을 산 독자들에게 그림책을 보며 음악을 감상할 수 있도록 음원을 만들고 싶었다. 고마운 동료들 덕분에 이 꿈을 이뤘다. 그래서 나는 저작권협회 회원이 된 거다.
예술가에게 가난을 짝짓는 사람들이 많다. 마치 예술은 돈을 말하지 않아야만 순수를 지칠 수 있다고 믿는 거다. 하지만 생활이 결여된 예술은 허상처럼 공허할 수밖에 없다. 욕실 없는 지하방, 홍수에 집기가 온 집안을 떠다니던 반지하 방, 절벽에 내리는 폭포수처럼 물이 새던 옥탑방. 사람이 살기 어려운 집인 줄 알면서 저렴한 월세에 눌려 수리 한 번 요구하지도 못하고 살던 날들. 물난리 때마다 피해를 보는 것은 나인데 죄지은 사람처럼 굽신대며 집주인 눈치를 살피던 시간. 지금도 그런 시간을 살고 있을 이 시대를 사는 많은 청년 예술가, 그들에게 더 나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으니 시간을 견디라고 말할 수 있을까. 나는 그럴 수 없다.
얼마 전 창틀이 제대로 달린 집으로 이사했다며 좋아하는 청년을 만났다. 그는 어린 동생과 함께 청년 주택에서 지내며 연극배우를 업으로 산다. 좋은 집에 살게 되었다며 그는 환하게 웃는다. 갓 서른이 된 청년의 미소가 고단하고 애처롭다.
예술가의 집은 어디에 있을까?
건강을 담보삼아 꿈을 이뤄야 하는 청년 예술가들은 어디에 머물고 있을까?
그들의 청춘이 양미간 주름으로 남지 않길 바라지만 기도하는 마음으로 응원하는 무능한 내가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