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텍스트당신의 초록이 나를 구원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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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지 않은 미래라 하더라도 그 풍경을 상상하기가 어렵다. 살아보지 않은 시간이어서가 아니다. 어떤 시간일지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짐작은 전 지구적 바이러스 시대와 정면으로 맞부딪히면서 터득하게 된 약간의 예지력이다. 그러므로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런 걸 상상하기가 두렵다. 절멸의 시대가 아닐 리 없다. 김초엽 작가의 젊은 감각 안에서도 미래는 먼지 더께가 가득하다. ‘더스트’라고 불리는 유해먼지에 뒤덮인 세계다. 흡입하는 것만으로도 생명을 위협한다. 그런 세계에서 인간은 돔 시티라는 폐쇄적인 공간의 거주민으로 살아간다. 돔은 공평하게 존재하지 않고, ‘당연히’ 차별적으로 존재한다. 『지구 끝의 온실』에 불려 나온 당신과 나의 미래다. 

“더스트 시대에는 이타적인 사람들일수록 살아남기 어려웠어. 우리는 살아남은 사람들의 후손이니까, 우리 부모나 조부모 세대 중 선량하게만 살아온 사람들은 찾기 힘들겠지. 다들 조금씩은 다른 사람의 죽음을 딛고 살아남았어. 그런데 그중에서도 나서서 남들을 짓밟았던 이들이 공헌자로 존경을 받고 있다고, 그게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거든.”

세상은 어째서 더 좋은 방향으로 굴러가지 않는가. 실은 명백한 답을 우리는 알고 있다. 지구를 구성하는 종들 가운데서도 인간은 압도적으로 이기적이고 잔인하다. 실은 다른 사람의 죽음을 딛고 살아가는 정도가 아니다. 다른 종족의 절멸까지도 자기의 생존에 이용한다. 우리의 전쟁을 일으켜 생존했고, 전염병의 원인이자 생존자이며, 환경을 망가뜨리는 방식의 산업구조의 주인공이자 그것의 희생자다. 이런 세계에 붉은 먼지 더스트가 불어와 숨 쉬는 모든 것을 죽게 한다면, 우리는 충분히 상상할 수 있다. 더스트 그 이상의 잔혹함을 발휘하여 생존 투쟁에 나서는 것 역시 인간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이 잔혹함의 드라마를 쓰는 와중에도 일말의 가능성을 갖고 있는 종족이다. ‘그게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사람들’ 역시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이들 중에 식물을 심는 마음을 가진 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지구 끝의 온실』에서는 두 시점이 교차한다. 더스트 시대를 종식 이후의 더스트생태연구센터 연구원 아영과 더스트 항체를 지닌 덕에 멸망의 시대를 관통하고 살아남은 여성 나오미의 이야기가 등장하고, 둘을 이어주는 것은 기묘한 푸른빛의 식물 모스바나다. 더스트로 죽어버린 생태계의 잔해를 양분 삼아 빠르게 번식해간 이 식물은 끝내 인간이 망쳐버린 지구를 구해낸다. 

“한 명이 아니었어요. 한 장소도 아니었죠. 온실에서 떠난 사람들이 거의 같은 시대에 각자 도착한 곳에서 모스바나를 기르기 시작했어요. 여기가 나오미와 아마라, 당신들이 도착한 지점이죠. 그리고 여기는 중국 남부 지역이고요. 또 여기는 독일이고, 이렇게 점으로부터 퍼져나간 선을 전부 그어보면……. 거의 세계의 전 대륙에 최초의 모스바나들이 심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그래서 모스바나들이 그렇게 단기간에 지구를 뒤덮을 수 있었던 것이죠.”

“식물은 뭐든 될 수 있다.” 원예학을 전공한 작가의 아버지가 작가에게 들려준 말. 어쩌면 이 소설은 식물이 될 수 있는 것의 무한확장판 정도일지도 모르겠다. 뭐든 될 수 있는 식물은 뭐든 할 수 있어서 끝내는 지구를 구한다. 당신과 나의 미래를 구한다. 여전히 미래를 상상하는 일은 어렵고 두렵다. 그래도 그 두려움 속에서 푸른색으로 움트는 것들을 떠올려 볼 수는 있을 것 같다. 나는 최근에 에둘레 소철과 몬스테라를 선물 받아 키우기 시작했다. 마당에는 생강나무를 심었다. 볕드는 방향과 날씨에 좀 더 세심해지기 시작했다. 건강하게 키울 방법들을 궁리하느라 시간을 쓰게 되었다. 이 초록들은 적어도 코시국의 나를 살리고 있다. 그래서 하는 말이지만, 『지구 끝의 온실』을 읽기 전에 자신만의 모스바나 하나를 들이시라. 돔 시티의 거주민은 못 되어도 절멸에서 지구를 구하게 될지 모를 일이다. 


| 조은영 무가지로 발행되는 서평 전문 잡지 『텍스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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