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대를 위하여[살대를 위하여 145] 배꼽을 물어뜯을 일

노루 한 마리가 잡혔다. 사향노루였다. 잡혀서 ‘대관절 이 인간들이 나를 왜 잡았을까?’ 생각해보니 제 배꼽의 사향 때문이었다. 노루는 그제야 배꼽을 물어뜯어 버리려고 모가지를 굽혀보았으나 이가 닿을 리 만무했다. 그럴 작정이었으면 진즉에 바위에 비벼 없애거나 했을 일이었다. 잡히기 전에는 제 몸이 아플까 싶어 도무지 그런 생각이 나지 않았으니 늦고 늦은 후회였다. 서제막급(쉩臍莫及)의 고사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핵발전을 장기적으로 줄여 퇴출하고 재생가능에너지로 중심 발전원을 전환하는 국가에너지정책이 시행되고 있다. 이에 대해 원전산업계와 그 동맹들은 ‘여론조작’을 불사하면서 반발하고 있다. 폭염이 전국을 휩쓸던 지난 8월 16일 원자력학회가 자신들이 의뢰한 설문조사 결과를 의도적으로 왜곡 해석한 주장을 내세우며 ‘탈원전정책 수정을 요구’했다. 그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은 ‘전기생산수단으로서 원자력발전 이용에 대한 생각’을 묻는 설문이었다. 그 질문의 응답은 찬성이 71.6퍼센트였고 반대가 26퍼센트였다. 이것만 보면 사람들이 원자력발전을 찬성한다고 착각할 수 있다. 

진실은 다른 더 중요한 질문에 대한 사람들의 답에 있다. ‘어떤 발전원이 가장 적합한가?’를 묻자 응답자의 44.9퍼센트가 태양광이라고 답했고, 풍력이 9.1퍼센트였다. 재생가능에너지가 54퍼센트였던 것이다. 원전은 29.9퍼센트에 불과했다. 다시 말해 응답자들은 ‘원전보다 재생가능에너지원으로 발전하는 게 좋지만 아직은 원전도 전력생산수단의 하나로 인정’한다는 게 사실 관계에 부합하는, 그나마 원전에 최대한 유리한 해석일 것이다. 그러나 원자력학회는 복수의 발전원을 제시하지 않고 ‘원전을 발전원으로 인정하는가, 않는가?’를 묻는 질문 하나의 결과를 부풀려 해석한 뒤 에너지전환정책에 쌍지팡이를 짚고 나섰다. 최대전력수요가 연일 갱신되는 와중의 폭염 속에서 진행된 설문이었는데도 재생가능에너지원발전에 대한 선호가 높았다는 것이 진실이다. 

1기 건설에 수조 원씩 목돈이 돌아가고 업계의 일자리가 늘어나는 원전산업계의 이익을 지키려 안전한 에너지를 원하는 국민의 뜻을 저버리는 행위가 계속된다면 정부가 세운 질서 있는 원전 퇴각 계획보다 더욱 전격적인 산업의 해체를 국민이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매일 재생가능에너지원 발전설비와 발전량이 늘어나 현실적으로 원전을 대체해나가고 있는 것이 세계 에너지산업의 현실이자 2030년에는 한국의 현실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때 배꼽을 물어뜯으며 ‘단기이익에 취해 명분 없는 항전을 택했던 과거를 후회’한들 무슨 이익이 있을까. 서제막급일 뿐! 

  

글 / 박현철 편집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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