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그림[이야기 그림 38] 동물과 인간

10년 전 내가 아르바이트를 했던 동물원은 동물 학대는 기본이고 사육사들의 근무환경도 매우 열악했다. 동물원에서 고양이 두 마리를 구조하고 그 대가로 나와 친구는 아르바이트비를 포기했다. 우린 임신한 어미 고양이와 다 죽어가던 아빠 고양이를 구조했다. 고양이들을 구하고 동물원에 대한 모든 것을 함구했다.

시간이 지나고 동물원 뒤로 거대 조직이 있다는 걸 알고 우리의 선택을 후회했다. 세상은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편법이 아무렇지 않게 자행되고 있었다. 그때 괴로워하는 나에게 후배는 “언니는 꼭 이 이야기를 해야 해.”라고 했지만 난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좋은 편집자와 작가님을 만나 동물원에 관한 이야기를 그림을 그릴 기회가 왔다. 하지만 세상엔 마음만으로는 부족한 것이 있다는 걸 알았다. 그림을 조금 더 잘 그렸더라면 그 후배의 간절한 마음이 전해졌을 텐데.

그래도 유일한 위안은 이게 시작이란 사실이다. 동물원이 사라지는 걸 내 눈으로 보지 못하더라도 계속 떠들고 싶다. 이제 죄책감에서 벗어나 동물원이 어떤 곳인지 말할 때가 아닐까.

<케어>라는 단체는 내가 후원하는 단체 중 하나이며 가장 많은 후원금을 내는 곳이기도 하다. 이번 사태가 터지고 난 후원을 중단하지 않았다. 순전히 추위에 고생할 동물들 때문이다. 그리고 사람이 하는 일이란 게 한계와 오류가 있기 때문이다. 어릴 적 텔레비전에서 보육원이나 양로원에 라면상자 들고 가서 사진 찍는 사람들을 볼 때, 그렇게라도 누군가 한 끼 해결한다면 치사함은 괜찮다고 생각했다. 지역아동센터에서 프로그램 하나 끝날 때마다 형식적으로 했던 발표회에서 아이들에게 일장 연설을 하던 기업 후원인들도 당연하게 여기려고 애썼다.

부도덕하고 비상식적인 대표가 단체를 이끌어가도 남은 동물들 생각해서 참았다.

과연 내가 옳은 것일까?

적선이 아니라 책임이란 문구가 생각난다. 나의 후원이 적선이든 책임이든 살아있는 동물들을 건사하는 데 일조한다면 그걸로 족하다고 생각했는데 앞으로는 아니다. 지켜보고 판단하겠지만 해부용으로 넘겨진 동물들을 생각하면 화가 치민다.

인간과 동물이 공존할 곳은 지구상 어디에도 없는 느낌이다.

 

 글・그림 | 고정순 어린이그림책 작가이자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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