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그림[이야기 그림 30] 안녕


내 두 손 위에서 노래를 부르면

작은 방을 가득 채웠지

품에 안으면 따뜻한 그 느낌

작은 심장이 두근두근 느껴졌었어.

『날아라 병아리』 - 신해철


지난 6월 첫 날 나의 막내 고양이 마니가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고양이는 죽으면 무지개가 가득한 곳으로 떠나나 보다. 남겨진 반려인을 위한 위안이라 치더라도 다행이 아닐 수 없다. 미안함뿐인 나로서는 천만다행이다. 

이제 나는 쪼그려 앉아 화장실을 치우지 않아도 된다. 옷에서 고양이털을 떼어내려고 애쓰지 않아도 되고 아무 걱정 없이 멀리 오래 여행을 떠날 수도 있다. 반려동물이 없기 때문이다. 내 몸은 자유로운데 마음은 시린 비를 맞은 사람처럼 춥다. 

고양이들과 함께 지내며 해주지 못한 것이 많다. 넉넉하지 않은 경제적 상황보다 동정하는 마음이 앞서 데려온 유기묘들이었기 때문이다. 한 녀석에게 온전히 쏟아야했던 정성을 쏟지 못했고 살림이 나아졌을 땐 녀석들은 하나 둘씩 내 곁을 떠났다. 

시간은 상황에 맞춰 흐르지 않았고 사랑은 언제나 마음보다 반절쯤 허기진 모습이었을 것이다. 그래도 믿고 싶다. 우리의 고군분투 속에 빛나는 추억 한 조각 어디쯤에서 반짝일 것이라고. 그 빛이 있는 한 지금의 슬픔이 슬픔만은 아니란 걸 나는 느낄 수 있다. 충분히 슬퍼하고 나의 고양이들이 남긴 마지막 인사를 기억할 것이다.

동물의 생명에 대해 생각하고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을 내가 살아있는 동안 오래 기억하고 실천하고 싶다. 작은 일부터 찾아서 부지런히 실천하다보면 어느새 우리가 함께 했던 시간처럼 다른 행복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믿고 싶다. 

노래가사처럼 ‘나 역시 세상에 머무르는’ 것이고 영원할 수 없다는 걸 잘 안다. 내게 지지 않는 빛을 남겨준 고양이 친구들의 이름을 하나씩 불러보고 싶다. 

용용하고 부르면 달려오던 용근이, 커다랗고 뭉글뭉글한 왕고, 내게만 웃어주던 만땅이 그리고 아름다운 고양이 자두, 가장 가슴 아프게 보냈던 하늘이, 영원한 막내 마니야. 우리가 다시 만날 수 있는 행운이 있다면 그때도 친구라는 이름으로 만나자. 고맙고 사랑한다.

그림은 나처럼 사랑하는 강아지 미키를 잃고 슬퍼했던 경험이 있는 친구 해경이 그려주었다. 아름다운 그림에는 위로의 힘이 있다는 것을 다시금 느꼈다.  

 

글 | 고정순 어린이그림책 작가이자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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