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포를 보내기 위해 동네 우체국을 찾았다.
보낼 곳 주소를 쓰고 있는데 외국인 두 사람이 우체국 안으로 들어왔다. 아동용 자전거를 들고 우체국 안으로 들어선 두 사람의 눈에는 당혹스러움이 서려있었다.
친절한 우체국 직원이 안내 테이블에서 나와 두 사람에게 “무슨 일로 오셨나요?”하고 물었다.
그들은 서투른 한국말로 “베트남에 자전거를 보내고 싶어요.”라고 답하며 들고 있는 자전거를 보여주었다. 우체국 직원은 비닐에 쌓여있는 자전거를 그들만큼이나 당혹스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부피가 큰 물건을 어떻게 할지 몰라서였을 것이다.
나도 하던 일을 멈추고 그들을 바라보았다. 베트남까지 자전거를 어떻게 보내야하나 걱정스러웠다. 누군가 커다란 종이 박스를 갖고 오더니 일단 포장부터 하자고 했다. 조금 지나 우체국 안에 있던 다른 손님도 그들을 거들기 시작했다. 분주하게 움직이는 직원들을 보고 있던 사무실 안 우체국 국장님께서 나오시더니 주소를 대신 받아 적어 주며 그들에게 이것저것 묻기 시작했다.
베트남에서 온 두 사람은 같은 동네에서 나고 자란 고향 친구였고 한국에 같이 와서 우체국 옆에 있는 철도공사장에서 노동자로 일하고 있다고 했다. 두 사람에게는 각각 어린 아들이 있고 그 둘 역시 친구라고 말하며 씩씩하게 웃었다. 베트남 고향 마을에 있는 아이들에게 자전거를 보내주고 싶었다고 말하며 두 사람은 다시 또 한 번 웃었다.
누군가는 자전거를 넣을 박스를 만들고 누군가는 비닐테이프를 적당한 길이로 잘라주고 누군가는 주소를 적고 또 다른 누군가는 그들에게 아이들이 좋아하겠다며 말해 주었다.
어느새 우체국 안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그들을 돕고 있었다.
작은 동네 우체국 안으로 늦은 오후 햇살이 소담하게 내렸다.
그 순간 나는 엉뚱하게도 자전거 바퀴가 같은 소리를 내며 허공으로 천천히 올라 구름을 지나 바람을 가르며 베트남 어느 마을까지 가고 있는 것을 아닐까하는 상상을 했다.
가을이 왔다. 어쩌다 부는 선선한 바람 덕분에 애써 땀을 닦지 않아도 좋은 계절이다.
우연히 만난 행운처럼 가을 우체국처럼 기쁜 소식이 가득했으면 좋겠다.
글 · 그림 | 고정순 어린이그림책 작가이자 화가
소포를 보내기 위해 동네 우체국을 찾았다.
보낼 곳 주소를 쓰고 있는데 외국인 두 사람이 우체국 안으로 들어왔다. 아동용 자전거를 들고 우체국 안으로 들어선 두 사람의 눈에는 당혹스러움이 서려있었다.
친절한 우체국 직원이 안내 테이블에서 나와 두 사람에게 “무슨 일로 오셨나요?”하고 물었다.
그들은 서투른 한국말로 “베트남에 자전거를 보내고 싶어요.”라고 답하며 들고 있는 자전거를 보여주었다. 우체국 직원은 비닐에 쌓여있는 자전거를 그들만큼이나 당혹스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부피가 큰 물건을 어떻게 할지 몰라서였을 것이다.
나도 하던 일을 멈추고 그들을 바라보았다. 베트남까지 자전거를 어떻게 보내야하나 걱정스러웠다. 누군가 커다란 종이 박스를 갖고 오더니 일단 포장부터 하자고 했다. 조금 지나 우체국 안에 있던 다른 손님도 그들을 거들기 시작했다. 분주하게 움직이는 직원들을 보고 있던 사무실 안 우체국 국장님께서 나오시더니 주소를 대신 받아 적어 주며 그들에게 이것저것 묻기 시작했다.
베트남에서 온 두 사람은 같은 동네에서 나고 자란 고향 친구였고 한국에 같이 와서 우체국 옆에 있는 철도공사장에서 노동자로 일하고 있다고 했다. 두 사람에게는 각각 어린 아들이 있고 그 둘 역시 친구라고 말하며 씩씩하게 웃었다. 베트남 고향 마을에 있는 아이들에게 자전거를 보내주고 싶었다고 말하며 두 사람은 다시 또 한 번 웃었다.
누군가는 자전거를 넣을 박스를 만들고 누군가는 비닐테이프를 적당한 길이로 잘라주고 누군가는 주소를 적고 또 다른 누군가는 그들에게 아이들이 좋아하겠다며 말해 주었다.
어느새 우체국 안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그들을 돕고 있었다.
작은 동네 우체국 안으로 늦은 오후 햇살이 소담하게 내렸다.
그 순간 나는 엉뚱하게도 자전거 바퀴가 같은 소리를 내며 허공으로 천천히 올라 구름을 지나 바람을 가르며 베트남 어느 마을까지 가고 있는 것을 아닐까하는 상상을 했다.
가을이 왔다. 어쩌다 부는 선선한 바람 덕분에 애써 땀을 닦지 않아도 좋은 계절이다.
우연히 만난 행운처럼 가을 우체국처럼 기쁜 소식이 가득했으면 좋겠다.
글 · 그림 | 고정순 어린이그림책 작가이자 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