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음이 사라진 오락실에서 엄마는 낡은 의자를 정리하며 마지막으로 가게 안을 눈으로 둘러보았다. 내일이면 우리 다섯 식구는 포구 근처 단칸방이 딸린 오락실을 떠난다. 인터넷 날씨 기사에 ‘입추’라는 단어를 보니 어린 시절 포구 근처 오락실을 떠나기 하루 전 풍경이 떠올랐다.
우리 가족이 오락실을 떠나던 날 아침도 입추였다. 더운 날 이사 간다며 걱정하던 동네 아줌마가 그래도 오늘이 입추라 바람이 좀 분다고 말씀하셨던 것이 어린 내 기억에 남아있다. 입추를 하루 앞둔 날 엄마는 망해버린 오락실을 정리하며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
지금의 내 나이보다 한참 어린 나의 엄마는 망해버린 오락실에서 서울살이의 두려움과 병아리마냥 울어대는 어린 새끼들 생각에 다른 어떤 여유도 없었으리라.
날이 더워 절기가 무슨 소용일까 싶은 요즘이라 입추에 별 감흥이 없었는데 열어둔 창으로 어제와는 다른 바람이 분다. 이사 가던 날 아침 불던 입추의 바람까지 기억한다면 기억력이 좋은 것인지, 이제 내가 추억으로 사는 사람이 된 것인지 알 수 없다.
이사 가기 하루 전 가게 안에 홀로 앉아 계시던 엄마의 뒷모습과 이사 가던 날 트럭 안에서 흐르는 땀을 닦던 엄마의 옆얼굴 그리고 고무줄 놀이하려고 매어놓은 나무에 감긴 고무줄을 풀어주던 언니, 이별을 아쉬워하던 남동생의 울음소리…… 낯선 곳으로 떠나는 우리 가족이 바라본 여름풍경이 오롯하게 기억에 남아 입추라는 단어와 함께 둥실 떠오른다.
녹록치 않은 인생사에도 작은 희망의 빛을 보기를 바라는 마음, 입추라는 절기 속에서 어제와 다른 바람을 느끼는 마음, 당신의 여름이 무사히 지나가길 바라는 마음 모두를 담아 수취인불명의 편지를 보낸다. 바람결에 매미가 운다.
소음이 사라진 오락실에서 엄마는 낡은 의자를 정리하며 마지막으로 가게 안을 눈으로 둘러보았다. 내일이면 우리 다섯 식구는 포구 근처 단칸방이 딸린 오락실을 떠난다. 인터넷 날씨 기사에 ‘입추’라는 단어를 보니 어린 시절 포구 근처 오락실을 떠나기 하루 전 풍경이 떠올랐다.
우리 가족이 오락실을 떠나던 날 아침도 입추였다. 더운 날 이사 간다며 걱정하던 동네 아줌마가 그래도 오늘이 입추라 바람이 좀 분다고 말씀하셨던 것이 어린 내 기억에 남아있다. 입추를 하루 앞둔 날 엄마는 망해버린 오락실을 정리하며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
지금의 내 나이보다 한참 어린 나의 엄마는 망해버린 오락실에서 서울살이의 두려움과 병아리마냥 울어대는 어린 새끼들 생각에 다른 어떤 여유도 없었으리라.
날이 더워 절기가 무슨 소용일까 싶은 요즘이라 입추에 별 감흥이 없었는데 열어둔 창으로 어제와는 다른 바람이 분다. 이사 가던 날 아침 불던 입추의 바람까지 기억한다면 기억력이 좋은 것인지, 이제 내가 추억으로 사는 사람이 된 것인지 알 수 없다.
이사 가기 하루 전 가게 안에 홀로 앉아 계시던 엄마의 뒷모습과 이사 가던 날 트럭 안에서 흐르는 땀을 닦던 엄마의 옆얼굴 그리고 고무줄 놀이하려고 매어놓은 나무에 감긴 고무줄을 풀어주던 언니, 이별을 아쉬워하던 남동생의 울음소리…… 낯선 곳으로 떠나는 우리 가족이 바라본 여름풍경이 오롯하게 기억에 남아 입추라는 단어와 함께 둥실 떠오른다.
녹록치 않은 인생사에도 작은 희망의 빛을 보기를 바라는 마음, 입추라는 절기 속에서 어제와 다른 바람을 느끼는 마음, 당신의 여름이 무사히 지나가길 바라는 마음 모두를 담아 수취인불명의 편지를 보낸다. 바람결에 매미가 운다.
글・그림 | 고정순 어린이그림책 작가이자 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