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그림을 공부한 동무가 그림 한 장을 보여줬다. 젊은 여인이 어린아이를 안고 웃고 있는 그림이다. 남편의 부탁으로 어머니 수목장에 놓을 그림을 그렸단다. 평생 몸이 불편해 당신 아들 한 번 편히 안지 못했던 시어머니를 젊고 화사하게 그려드리고 싶었다고. 그림 속 여인은 아들을 꼭 안고 온화하게 웃고 있다.
순간 내가 동무에게 그림 그리는 방법을 알려준 사람이라고 세상에 자랑하고 싶어졌다. 동그라미도 못 그리는 사람에게 내가 사람도 그리고 꽃도 그리고 그림책도 만들게 했노라고 말이다. 처음부터 재능이 있었던 사람일 뿐인데.
예술이 생활 가까이 있길 바란다는 말을 자주 한다. 그림 그리고 춤추는 일이 부유한 자들의 전유물이 아니라고 떠들었다. 이런 명분이 아니더라도 나는 우리가 글을 쓰고 노래를 부르길 바란다. 외롭고 고단한 생활 속에서 기댈 곳이 되어주길, 예술이 그 자리에 있길 바란다.
파주 명소인 아웃렛에 들러 겨울옷을 샀다. 이곳 추위가 만 년 전 헤어진 애인의 눈빛보다 더 매섭다고 해서 온몸을 감싸는 패딩 점퍼와 나의 사랑 운동복을 샀다.
내 기준에서 나름 고가인 옷가지를 들고 쇼핑몰을 걷는데 기분이 이상했다. 곁에 있던 친구에게 어쩐지 옛날보다 부유한 내가 부끄럽다고 했다, 소유물이 과하게 늘었고 규모에 걸맞게 소비에 무감해진 날 느낀다.
친구가 예전에 비하면 우리 부자 됐지, 묻는다. 그게 낯설어 자꾸 뒤를 돌아본다. 달걀 먹는 걸 사치로 여기던 젊은 내가 서 있을 것만 같다. 아버지에게 돈 빌려달라고 말하며 어금니로 볼을 깨물던, 젊디젊은 내가 있을 것만 같다.
동네 도서관에서 글쓰기 수업을 시작했다.
아이와 끝말잇기를 하고 싶어서 공부를 시작한다는 분과 사라지는 기억을 붙들고 싶다는 분까지 다양한 이유로 모인 우리는 이제 긴 항해를 시작한다. 이사 와 이러저러한 변화를 경험하면서 마음에 살짝 구멍이 생기기도 했다. 다시 고개를 들어 사람들을 본다. 나는 이곳에서 다시 길을 잃을지도 모른다.
그것대로 어떤 의미가 있을지도 모른다. 아무것도 없다 해도 나는 이 여행을 계속 이어갈 것이다.
함께 그림을 공부한 동무가 그림 한 장을 보여줬다. 젊은 여인이 어린아이를 안고 웃고 있는 그림이다. 남편의 부탁으로 어머니 수목장에 놓을 그림을 그렸단다. 평생 몸이 불편해 당신 아들 한 번 편히 안지 못했던 시어머니를 젊고 화사하게 그려드리고 싶었다고. 그림 속 여인은 아들을 꼭 안고 온화하게 웃고 있다.
순간 내가 동무에게 그림 그리는 방법을 알려준 사람이라고 세상에 자랑하고 싶어졌다. 동그라미도 못 그리는 사람에게 내가 사람도 그리고 꽃도 그리고 그림책도 만들게 했노라고 말이다. 처음부터 재능이 있었던 사람일 뿐인데.
예술이 생활 가까이 있길 바란다는 말을 자주 한다. 그림 그리고 춤추는 일이 부유한 자들의 전유물이 아니라고 떠들었다. 이런 명분이 아니더라도 나는 우리가 글을 쓰고 노래를 부르길 바란다. 외롭고 고단한 생활 속에서 기댈 곳이 되어주길, 예술이 그 자리에 있길 바란다.
파주 명소인 아웃렛에 들러 겨울옷을 샀다. 이곳 추위가 만 년 전 헤어진 애인의 눈빛보다 더 매섭다고 해서 온몸을 감싸는 패딩 점퍼와 나의 사랑 운동복을 샀다.
내 기준에서 나름 고가인 옷가지를 들고 쇼핑몰을 걷는데 기분이 이상했다. 곁에 있던 친구에게 어쩐지 옛날보다 부유한 내가 부끄럽다고 했다, 소유물이 과하게 늘었고 규모에 걸맞게 소비에 무감해진 날 느낀다.
친구가 예전에 비하면 우리 부자 됐지, 묻는다. 그게 낯설어 자꾸 뒤를 돌아본다. 달걀 먹는 걸 사치로 여기던 젊은 내가 서 있을 것만 같다. 아버지에게 돈 빌려달라고 말하며 어금니로 볼을 깨물던, 젊디젊은 내가 있을 것만 같다.
동네 도서관에서 글쓰기 수업을 시작했다.
아이와 끝말잇기를 하고 싶어서 공부를 시작한다는 분과 사라지는 기억을 붙들고 싶다는 분까지 다양한 이유로 모인 우리는 이제 긴 항해를 시작한다. 이사 와 이러저러한 변화를 경험하면서 마음에 살짝 구멍이 생기기도 했다. 다시 고개를 들어 사람들을 본다. 나는 이곳에서 다시 길을 잃을지도 모른다.
그것대로 어떤 의미가 있을지도 모른다. 아무것도 없다 해도 나는 이 여행을 계속 이어갈 것이다.
글・그림 | 고정순 어린이그림책 작가이자 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