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른들은 계속 말합니다. 우리는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줄 의무가 있다고요. 하지만 나는 희망을 원하지 않아요. 여러분이 희망을 가지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공포에 질리기를 원합니다.”
그레타 툰베리의 말이다. 『침묵의 지구』의 작가 데이브 굴슨은 그레타 툰베리의 말을 인용해 모종의 두려움을 드러내려고 한다. 전 세계 인구의 90퍼센트 이상이 환경 문제를 전혀 생각하지 않고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솔직히 당장 걱정스러운 것은, 자꾸만 치솟는 금리다. 입시와 취업이다. 복지 사각 지대에서 기댈 곳 없는 노년의 생활이다. 남극 빙원의 균열이나 해수면 상승, 꽃가루 매개자 수가 감소하면서 일어나는 작물 수확량 문제, 그리고 기후위기는, 매우 심각하지만 지금 당장 나의 문제이거나 당신의 문제가 아니다. 지구가 잃어버리는 봄의 풍경이 무엇인지 가늠하기란 레이첼 카슨의 시대에도, 지금 이 시대에도 마찬가지다. 전 지구적인 문제는 그 중요성이 희석되기 십상이다. 혹은 몰이해되기도 좋다. 이를 테면, 지구상에 존재하는 곤충이 줄어드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모르게 된다는 것. 데이브 굴스는 실제로 오스트레일리아의 라디오 쇼 사회자와 인터뷰하면서 “그러니까 곤충이 사라지고 있다는 거죠? 좋은 일 아닌가요?”라는 질문은 받는다. “이 질문은 곤충을 주로 해충, 성가신 존재, 질병 전파자, 찌르고 물고 들러붙고 짜증을 불러일으키는 존재들로 보는 많은 이들의 견해를 보여준다.”
1977년과 2013년에 같은 지역에서 끈끈이 덫으로 곤충을 채집한 결과, 하루에 잡히는 절지동물의 무게가 470그램이었던 것이 8그램으로 줄어들었다고 한다. 생물의 종 다양성이 심각한 수준의 훼손에 이르렀다고 말하는 건 너무 한가한 소리처럼 들릴까. 곤충이 하는 중요한 일 중의 하나가 바로 딸기나 사과 호박 같은 작물의 수정이다. 중국 남서부 일부 지방에서 꽃가루 매개자가 거의 사라지는 바람에 농민들이 사과나무와 배나무 꽃가루를 직접 손으로 옮긴다는 얘기, 영국의 사과농장에서는 꽃가루 매개자 부족으로 수확량이 현저히 낮아져 잠재 소득이 약 600만 파운드 감소하고 있다는 얘기 정도라면 어떨까? 그리고 이런 현상들은, ‘멸종 소용돌이’를 촉발시켜 상호 멸종을 야기할 수도 있다는 미래 예측이 가능하다면? 곤충도 야생화도 작물도 없는 세계의 풍경화가 바로 ‘침묵의 지구’다.
멸종하는 것들을 다루는 『침묵의 지구』는 근심하고 걱정하는 책이지만, 일말의 기대와 간절함을 갖고 있다. 그것은 이 책이 다루고 있는 주인공이, 손 쓸 수 없을 정도로 녹아내리는 빙하나 먹잇감을 찾아 헤매느라 바짝 마른 북극곰이 아니라 곤충이기 때문에 가능한 기대다. 곤충은 빨리 번식할 수 있고, 우리는 생각보다 손쉽게 그들에게 사라지지 않아도 좋을 공간을 마련해줄 수 있다. 도시에서는 공원을 만들고, 집에서는 가능한 종류의 텃밭을 만드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멸종 혹은 종말에 대한 저항을 펼쳐볼 수 있다. “누구든 얼마든지 곤충을 돌보는 일에 참여할 수 있고, 이 중요한 동물들이 사라지지 않도록 도울 수 있다. (중략) 우리는 도로변, 철도변, 원형 교차로를 꽃들이 가득 피고 농약을 쓰지 않는 상호 연결된 서식지로 바꿈으로써 텃밭과 공원, 나아가 도시로 더 많은 곤충이 모여 들도록 초대해야 한다.” 이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게으름도 미덕이 될지 모른다. 잔디를 심어 놓은 마당이라면 부지런지 관리하지 않는 것도, 이름 모를 잡초들이 피어나도록 그냥 두는 것도, 곤충들을 향한 훌륭한 초대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연의 일부가 되어 살아가는 삶이 목가적이기만 한 시대는 이미 오래 전에 지나갔는지 모를 일이다. 그레타 툰베리가 말한 ‘공포에 질린 삶’에 최선을 다해 맞서는 삶의 방식이 되었다. 희망의 소멸을 바라지 않는 최전선의 삶에는 곤충들이 날아다닌다.
글 | 조은영 무가지로 발행되는 서평 전문 잡지 『텍스트』기자
“어른들은 계속 말합니다. 우리는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줄 의무가 있다고요. 하지만 나는 희망을 원하지 않아요. 여러분이 희망을 가지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공포에 질리기를 원합니다.”
그레타 툰베리의 말이다. 『침묵의 지구』의 작가 데이브 굴슨은 그레타 툰베리의 말을 인용해 모종의 두려움을 드러내려고 한다. 전 세계 인구의 90퍼센트 이상이 환경 문제를 전혀 생각하지 않고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솔직히 당장 걱정스러운 것은, 자꾸만 치솟는 금리다. 입시와 취업이다. 복지 사각 지대에서 기댈 곳 없는 노년의 생활이다. 남극 빙원의 균열이나 해수면 상승, 꽃가루 매개자 수가 감소하면서 일어나는 작물 수확량 문제, 그리고 기후위기는, 매우 심각하지만 지금 당장 나의 문제이거나 당신의 문제가 아니다. 지구가 잃어버리는 봄의 풍경이 무엇인지 가늠하기란 레이첼 카슨의 시대에도, 지금 이 시대에도 마찬가지다. 전 지구적인 문제는 그 중요성이 희석되기 십상이다. 혹은 몰이해되기도 좋다. 이를 테면, 지구상에 존재하는 곤충이 줄어드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모르게 된다는 것. 데이브 굴스는 실제로 오스트레일리아의 라디오 쇼 사회자와 인터뷰하면서 “그러니까 곤충이 사라지고 있다는 거죠? 좋은 일 아닌가요?”라는 질문은 받는다. “이 질문은 곤충을 주로 해충, 성가신 존재, 질병 전파자, 찌르고 물고 들러붙고 짜증을 불러일으키는 존재들로 보는 많은 이들의 견해를 보여준다.”
1977년과 2013년에 같은 지역에서 끈끈이 덫으로 곤충을 채집한 결과, 하루에 잡히는 절지동물의 무게가 470그램이었던 것이 8그램으로 줄어들었다고 한다. 생물의 종 다양성이 심각한 수준의 훼손에 이르렀다고 말하는 건 너무 한가한 소리처럼 들릴까. 곤충이 하는 중요한 일 중의 하나가 바로 딸기나 사과 호박 같은 작물의 수정이다. 중국 남서부 일부 지방에서 꽃가루 매개자가 거의 사라지는 바람에 농민들이 사과나무와 배나무 꽃가루를 직접 손으로 옮긴다는 얘기, 영국의 사과농장에서는 꽃가루 매개자 부족으로 수확량이 현저히 낮아져 잠재 소득이 약 600만 파운드 감소하고 있다는 얘기 정도라면 어떨까? 그리고 이런 현상들은, ‘멸종 소용돌이’를 촉발시켜 상호 멸종을 야기할 수도 있다는 미래 예측이 가능하다면? 곤충도 야생화도 작물도 없는 세계의 풍경화가 바로 ‘침묵의 지구’다.
멸종하는 것들을 다루는 『침묵의 지구』는 근심하고 걱정하는 책이지만, 일말의 기대와 간절함을 갖고 있다. 그것은 이 책이 다루고 있는 주인공이, 손 쓸 수 없을 정도로 녹아내리는 빙하나 먹잇감을 찾아 헤매느라 바짝 마른 북극곰이 아니라 곤충이기 때문에 가능한 기대다. 곤충은 빨리 번식할 수 있고, 우리는 생각보다 손쉽게 그들에게 사라지지 않아도 좋을 공간을 마련해줄 수 있다. 도시에서는 공원을 만들고, 집에서는 가능한 종류의 텃밭을 만드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멸종 혹은 종말에 대한 저항을 펼쳐볼 수 있다. “누구든 얼마든지 곤충을 돌보는 일에 참여할 수 있고, 이 중요한 동물들이 사라지지 않도록 도울 수 있다. (중략) 우리는 도로변, 철도변, 원형 교차로를 꽃들이 가득 피고 농약을 쓰지 않는 상호 연결된 서식지로 바꿈으로써 텃밭과 공원, 나아가 도시로 더 많은 곤충이 모여 들도록 초대해야 한다.” 이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게으름도 미덕이 될지 모른다. 잔디를 심어 놓은 마당이라면 부지런지 관리하지 않는 것도, 이름 모를 잡초들이 피어나도록 그냥 두는 것도, 곤충들을 향한 훌륭한 초대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연의 일부가 되어 살아가는 삶이 목가적이기만 한 시대는 이미 오래 전에 지나갔는지 모를 일이다. 그레타 툰베리가 말한 ‘공포에 질린 삶’에 최선을 다해 맞서는 삶의 방식이 되었다. 희망의 소멸을 바라지 않는 최전선의 삶에는 곤충들이 날아다닌다.
글 | 조은영 무가지로 발행되는 서평 전문 잡지 『텍스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