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그림[이야기 그림 85] 마을회관 옆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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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에 있는 면 소재지 작은 마을에 와 처음 한 일이 동네 작은도서관을 찾는 일이었다. 마을에 관한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핸드폰으로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도서관을 검색했다. 대중교통 생활자에게 불편한 마을에 사는 나는 운전조차 불가능하다. 

도보 가능한 거리에 위치한 작은도서관을 찾았다. 감색벽돌이 예쁜 담장을 이루고 있는 작은도서관에서 두 달째 주민들과 글공부를 한다. 내가 이곳에 와 한 일 중 가장 낭만적인 일이라고 자부한다. 모임을 이끄는 사람이 되고 ‘작가님’이라는 호칭이 붙지만 내 능력이 누구에게 무엇을 가르칠 정도는 아니라는 걸 모르지 않는다. 내가 잘하는 거라고는 뻔뻔하게 시작한 일에 끝까지 책임을 다하는 것뿐이다.

유난히 춥고 눈이 많이 내리던 어느 날 도서관에 앉아 사람들과 장애에 관한 책을 읽고 있었다. 창밖으로 소복하게 눈이 내리고 있고 마을회관 앞에 일렬로 주차된 바퀴 달린 유모차형 장바구니들이 보였다. 마을회관 안에 노인정이 있고 그곳에서 ‘점 십 원’ 고스톱을 치기 위해 모인 노인들의 이동 수단이다. 마을회관을 돌아 철새도래지 앞 국숫집에서 인심 좋은 주인장이 말아주는 양 많은 잔치국수에 낮술을 곁들이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이곳의 모든 풍경이 낭만적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사차선 도로 중앙선에 서 있는 노인들을 볼 때 마음이 서늘하다. 날씨에 비해 얇은 실내복 차림으로 두리번거리는 모습이 방금 나선 자신의 집을 찾지 못하는 듯 보인다. 목줄을 달고 길을 헤매는 유기견을 볼 때도 마음에서 찬바람이 분다. 

서울 집을 정리하고 파주에 오면서 내가 고른 집은 2000년도에 지어진 노인복지주택이었다. 이제는 규제가 풀린 오래된 공동주택은 휠체어가 지날 수 있는 넓은 복도와 저층이면서 승강기가 있는 특징이 있다, 따로 공원이 필요 없을 정도로 곳곳에 산책로가 많고 정미소 옆 철새도래지에 온다는 흑두루미를 볼 날을 기다리고 있다.

나는 이제 이곳에서 노년을 맞이할 것이다. 작은 바람이 있다면 마을회관 옆 도서관에서 글공부하는 시간이 조금 넉넉했으면 좋겠다. 내가 어느 날 현관 비밀번호와 사는 집 호수를 잊어버리고 맨발로 중앙선 위에 서 있는 날이 온다면 누군가 나를 찾아주길 바란다. 그 순간 내 이름을 불러준다면 더없이 고마울 텐데.

그래서 나는 작은도서관이 소중하다.


글・그림 | 고정순 어린이그림책 작가이자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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