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드라 크라우트바술 지음, 류동수 옮김, 양철북, 1만4000원
의문의 1패, 아니 의문의 여지가 없는 무한패. 책을 읽기 전에 이미 패배자의 심정이 되어 버린다. 나는 플라스틱 없이 살지 못하는데…. 이건 내가 플라스틱 애호가라는 의미와는 전혀 다르다. 구구절절한 설명 없이 그것이 나 뿐만 아니라 지금 우리가 처한 생활의 조건이라는 사실을 나는 철저하게 혹은 무기력하게 인정하는 보통의 사람이라는 의미일 뿐이다. 아, 그런데 사실 이럴 필요가 없다. 실제로 플라스틱 없이 사는 프로젝트를 진행한 저자는 급진적이고 근본주의적인 환경운동가가 아니며, 우리의 세상이 플라스틱과 함께 구성돼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말하자면, 우리시대의 모험가가 되어 보기로 작정한 셈이다. 이제 모험은 우리에게 아직 없는 무엇인가를 발견하거나 만들어내는 게 아니라, 우리가 갖고 있는 것 중의 하나를 버리는 방식으로 이뤄지는 시대에 있는 게 분명하다.
“당시의 대화로 내가 분명히 인식한 것은 이러한 기기들을 생활에서 배제한다는 것은 말로는 가능할지 몰라도 실제로는 매우 어려우며, 무리해서 없애는 것이 가정의 평화에 상당한 위협이 될 뿐만 아니라 시대착오적인 일처럼 보인다는 점이었다. 우리는 이미 컴퓨터나 텔레비전, 휴대전화 등이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구조 속에 편입되어 있는 것이다. 나의 업무는 상당 부분 휴대전화의 도움을 받아야 지속 가능했고, 아이들의 학습에 컴퓨터는 필수적이었다. 비록 내가 과잉소비와 정보의 호수, 우리 삶의 세계적 네트워크화에 대해 매우 비판적인 입장에 서 있기는 했지만, 한 달 동안 ‘19세기처럼 살기’류의 사례를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식기세척기는 쓰지 않는다, 냉동고는 그 안에 꽉 찬 식료품을 소비할 때까지 사용한다, 진공청소기는 사용하지 않는다, 세탁기는 사용한다, 믹서와 헤어드라이기를 쓰지 않는다, 화장실 휴지 대신에 재활용 종이로 만든 일회용 손수건을 사용한다, 등등의 결단을 내리는 가족회의 장면들은 유쾌한 선언들이다. 생활을 해 본 사람들이라면 이것들이 얼마나 험난한 일상의 모험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이 모험가 가족들에게 순식간에 감정이입을 하고 함께 짜증을 내게 되는 바로 그 순간은 이런 때다. 잘 세정된 돼지털과 나무막대기로 만들어진 칫솔! 이 완벽한 친환경 제품을 손에 넣기 위해서 이 가족들은 플라스틱 케이스를 열어서 겹겹이 둘둘 말아놓은 비닐 뽁뽁이를 풀어내야만 했다. “한 개인이 생태적 관심에서의 합리적 삶의 방식을 추구하려고 온갖 노력을 다 기울여도, 바깥에는 늘 그 의지와 상관없이 불합리에 빠지고 말 위험”이 있으며, 이는 “쓰레기 안 만들기 측면에서 본다면 참담한 실패”다. 물론 이 모험가 가족들은 그런 참담한 실패들에도 플라스틱 없는 생활을 멈추지 않는다. 그리고 플라스틱 없이 한 달 살기에서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1년 반을 넘어, “우리의 시도는 실험의 범주를 벗어나 발전을 거듭해 왔으며 이제 ‘일상의 한 부분’이 되었다”고 말하기에 이르렀다.
이 책을 손에 쥔 순간, 이미 어느 정도는 짐작한 바, 이 책의 거의 모든 독서후기는 글이 아니라 행동으로 씌어져야 한다. 이 책의 거대한 모험이 한 편의 영화 『플라스틱 행성』에서 시작된 것처럼 말이다. 이를 테면, 전자레인지 없이 살기! 이를 테면, 더 큰 냉장고를 사용하지 않기! 이를 테면, 플라스틱 저장 용기 사용하지 않기! 이를 테면, 가능하면 비닐 포장을 사용하지 않기! 일상의 모험 역시 디테일에 있다. 전자레인지를 쓰지 않는 것보다 비닐을 쓰지 않는 쪽이 훨씬 더 어려울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우선 전자레인지 앞에서부터 갈등해보련다. 다른 건 다 괜찮은데, 아, 냉동만두 이게 문제다. 아니다, 냉장고에 남겨둔 피자 두 조각이 더 급한 문제다. 아니다. 플라스틱 상자에 버튼을 누르는 대신, 가스레인지에 불을 켜고 프라이팬에 데우면 된다. 찜용 냄비에 만두를 넣고 찌면 된다. 하, 이런 갈등의 수준이라니!
글 | 조은영 무가지로 발행되는 서평 전문 잡지 『텍스트』 기자
산드라 크라우트바술 지음, 류동수 옮김, 양철북, 1만4000원
의문의 1패, 아니 의문의 여지가 없는 무한패. 책을 읽기 전에 이미 패배자의 심정이 되어 버린다. 나는 플라스틱 없이 살지 못하는데…. 이건 내가 플라스틱 애호가라는 의미와는 전혀 다르다. 구구절절한 설명 없이 그것이 나 뿐만 아니라 지금 우리가 처한 생활의 조건이라는 사실을 나는 철저하게 혹은 무기력하게 인정하는 보통의 사람이라는 의미일 뿐이다. 아, 그런데 사실 이럴 필요가 없다. 실제로 플라스틱 없이 사는 프로젝트를 진행한 저자는 급진적이고 근본주의적인 환경운동가가 아니며, 우리의 세상이 플라스틱과 함께 구성돼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말하자면, 우리시대의 모험가가 되어 보기로 작정한 셈이다. 이제 모험은 우리에게 아직 없는 무엇인가를 발견하거나 만들어내는 게 아니라, 우리가 갖고 있는 것 중의 하나를 버리는 방식으로 이뤄지는 시대에 있는 게 분명하다.
“당시의 대화로 내가 분명히 인식한 것은 이러한 기기들을 생활에서 배제한다는 것은 말로는 가능할지 몰라도 실제로는 매우 어려우며, 무리해서 없애는 것이 가정의 평화에 상당한 위협이 될 뿐만 아니라 시대착오적인 일처럼 보인다는 점이었다. 우리는 이미 컴퓨터나 텔레비전, 휴대전화 등이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구조 속에 편입되어 있는 것이다. 나의 업무는 상당 부분 휴대전화의 도움을 받아야 지속 가능했고, 아이들의 학습에 컴퓨터는 필수적이었다. 비록 내가 과잉소비와 정보의 호수, 우리 삶의 세계적 네트워크화에 대해 매우 비판적인 입장에 서 있기는 했지만, 한 달 동안 ‘19세기처럼 살기’류의 사례를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식기세척기는 쓰지 않는다, 냉동고는 그 안에 꽉 찬 식료품을 소비할 때까지 사용한다, 진공청소기는 사용하지 않는다, 세탁기는 사용한다, 믹서와 헤어드라이기를 쓰지 않는다, 화장실 휴지 대신에 재활용 종이로 만든 일회용 손수건을 사용한다, 등등의 결단을 내리는 가족회의 장면들은 유쾌한 선언들이다. 생활을 해 본 사람들이라면 이것들이 얼마나 험난한 일상의 모험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이 모험가 가족들에게 순식간에 감정이입을 하고 함께 짜증을 내게 되는 바로 그 순간은 이런 때다. 잘 세정된 돼지털과 나무막대기로 만들어진 칫솔! 이 완벽한 친환경 제품을 손에 넣기 위해서 이 가족들은 플라스틱 케이스를 열어서 겹겹이 둘둘 말아놓은 비닐 뽁뽁이를 풀어내야만 했다. “한 개인이 생태적 관심에서의 합리적 삶의 방식을 추구하려고 온갖 노력을 다 기울여도, 바깥에는 늘 그 의지와 상관없이 불합리에 빠지고 말 위험”이 있으며, 이는 “쓰레기 안 만들기 측면에서 본다면 참담한 실패”다. 물론 이 모험가 가족들은 그런 참담한 실패들에도 플라스틱 없는 생활을 멈추지 않는다. 그리고 플라스틱 없이 한 달 살기에서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1년 반을 넘어, “우리의 시도는 실험의 범주를 벗어나 발전을 거듭해 왔으며 이제 ‘일상의 한 부분’이 되었다”고 말하기에 이르렀다.
이 책을 손에 쥔 순간, 이미 어느 정도는 짐작한 바, 이 책의 거의 모든 독서후기는 글이 아니라 행동으로 씌어져야 한다. 이 책의 거대한 모험이 한 편의 영화 『플라스틱 행성』에서 시작된 것처럼 말이다. 이를 테면, 전자레인지 없이 살기! 이를 테면, 더 큰 냉장고를 사용하지 않기! 이를 테면, 플라스틱 저장 용기 사용하지 않기! 이를 테면, 가능하면 비닐 포장을 사용하지 않기! 일상의 모험 역시 디테일에 있다. 전자레인지를 쓰지 않는 것보다 비닐을 쓰지 않는 쪽이 훨씬 더 어려울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우선 전자레인지 앞에서부터 갈등해보련다. 다른 건 다 괜찮은데, 아, 냉동만두 이게 문제다. 아니다, 냉장고에 남겨둔 피자 두 조각이 더 급한 문제다. 아니다. 플라스틱 상자에 버튼을 누르는 대신, 가스레인지에 불을 켜고 프라이팬에 데우면 된다. 찜용 냄비에 만두를 넣고 찌면 된다. 하, 이런 갈등의 수준이라니!
글 | 조은영 무가지로 발행되는 서평 전문 잡지 『텍스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