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주니퍼 지음, 강미경 옮김, 갈라파고스, 1만6500원
“이렇게 아름다운 자연을 파괴하면서, 단순히 경제논리만을 앞세워서 될까요? 경제보다 더 중요한 가치를 생각해야 하잖아요!”
‘단순히 경제논리만을 내세우지 말아요!’ 이런 류의 화법으로 설득될 수 있는 세상이 아니다. 『자연이 보내는 손익계산서』라는 이 노골적인 한글판 제목은 이른바 그런 세상에 눈높이를 맞추기 위한 자구책인지도 모른다. 책의 원제는 부제로 쓰였다. ‘자연은 우리에게 무엇을 주는가? What has nature ever done for us?’ 그동안 무상서비스의 원천지로 여겨왔던, 그래서 경제 가치의 중심에서 밀려나 있던 자연을 비용의 측면에서 접근하려는 시도다.
간단한 사례로, ‘새의 상실’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도록 하자. 1990년대 4000만 마리를 기록했던 인도 독수리가 2007년에 들어서는 90퍼센트 감소되었다고 한다. 가축의 치료에 손쉽게 사용했던 신종 항염제가 문제였다. 치료는 치료로 끝나지 않고, 독수리의 약물 중독으로 이어진다. 항염제로 치료를 받은 동물의 사체를 뜯어먹는 과정에서 약물이 독수리에게 고스란히 흡수되었기 때문이다. 한때 전 세계에서 가장 개체 수가 많았던 맹금류였다가 첫 번째 멸종 위기에 처한 맹금류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이 글을 쓰는 지금 흰등독수리는 1만 마리 정도밖에 남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지금은?
독수리가 사라졌으므로 동물의 사체를 처리하는 비용부담은 지역사회로 떠넘겨졌다. 사체를 불태우거나 땅에 묻는 방식으로 처리하는데, 사체를 깔끔하게 해치우는 독수리의 완벽한 대체제가 부재했다. 독수리의 실종은 인도의 종교 문화에도 큰 타격을 가하는데, 사람이 죽고 난 뒤 외딴 언덕 지대에 놔두는 관습을 수천 년 동안 행해오던 인도 파시공동체에서는 독수리가 해주던 일을 태양 집열기를 이용해 대체하게 되었다. 이때 시체 1구당 4000달러의 비용이 소요된다.
그런데 이것은 ‘국부적’ 사건에 해당할 뿐, 진짜 문제는 공중위생에서 나타났다. 썩어가는 동물 사체는 온갖 세균의 온상으로 전락했고, 쥐와 개의 증가로 이어졌으며, 떠돌이 개의 급증은 브루셀라, 디스템퍼, 광견병 등의 질병의 전파를 야기했다. 새의 상실은, 340억 달러의 피해를 낳았다. 새의 상실은, 인도의 국부적 아비규환이 아니다. 새는, 회복 곤란에 처한 자연환경의 또 다른 이름이다.
눈부시게 발전하는 과학기술 앞에서 언제나 궁금한 점 한 가지, 왜 이토록 위대한 기술을 두고도 환경을 위험에서 구하지 못하는가. 책은 인간 존재의 본성에 대한 근본적인 진단을 내린다. “여기에는 서로 밀접하게 연관된 원인이 수없이 많으며, 그중에는 인간이라는 존재의 의미와 직결되는 것도 더러 있다. 인간에게 수렵-채집인 사회에서 살아남는 능력을 갖게 한 본능이 홍적세의 혹독한 환경에서 진화한 두뇌 깊숙이 각인된 채 여전히 존재한다. 그 본능은 우선순위와 행동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는 지금 당장의 위험을 피하고 기회를 활용하도록 적응했으며, 우리의 뇌는 오늘날에도 기본적으로 동일한 회로에 따라 작동한다.” 다시 말하면, 자연에서 뽑아내는 단기수익은 자연을 종신보험으로 삼는 것에 비해 훨씬 더 유혹적이라는 것이다.
어느 복합 기업의 설립자는 숲과 자연에 대한 관심을 이렇게 표현했다고 한다.
“자연자원은 한정되어 있고, 그래서 없어지기 전에 빨리 차지해야 한다.”
201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입힌 손해는 810억 달러에 달했고, 자연재해로부터 마을을 보호하는 맹그로브 숲의 경제적 가치는 적게는 20만 달러에서 많게는 90만 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코펜하겐에서 자전거 타는 시간을 10퍼센트 더 늘렸을 때 거둘 수 있는 건강상의 이익은 1200만 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그러므로 자연주의를 자본주의적으로 말해보면, 자연은 대박이다. 산을 깎았을 때의 경제적 효과와 그대로 두었을 때 생기는 경제적 효과, 강을 헤집었을 때 생기는 경제적 효과와 그대로 두었을 때 생기는 경제적 효과, 언제나 전자는 과잉 선전되고 후자는 고려대상 조차 되지 못했다. 이 아름다운 강산이 벌어다 주고 있었던 것들을 기준으로 대차대조표가 절실한 때다. 이미 우리에게는 22조 원이 들어간 거대한 쪽박이 등짐으로 얹혀 있다.
글 | 조은영 무가지로 발행되는 서평 전문 잡지 『텍스트』 기자
“이렇게 아름다운 자연을 파괴하면서, 단순히 경제논리만을 앞세워서 될까요? 경제보다 더 중요한 가치를 생각해야 하잖아요!”
‘단순히 경제논리만을 내세우지 말아요!’ 이런 류의 화법으로 설득될 수 있는 세상이 아니다. 『자연이 보내는 손익계산서』라는 이 노골적인 한글판 제목은 이른바 그런 세상에 눈높이를 맞추기 위한 자구책인지도 모른다. 책의 원제는 부제로 쓰였다. ‘자연은 우리에게 무엇을 주는가? What has nature ever done for us?’ 그동안 무상서비스의 원천지로 여겨왔던, 그래서 경제 가치의 중심에서 밀려나 있던 자연을 비용의 측면에서 접근하려는 시도다.
간단한 사례로, ‘새의 상실’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도록 하자. 1990년대 4000만 마리를 기록했던 인도 독수리가 2007년에 들어서는 90퍼센트 감소되었다고 한다. 가축의 치료에 손쉽게 사용했던 신종 항염제가 문제였다. 치료는 치료로 끝나지 않고, 독수리의 약물 중독으로 이어진다. 항염제로 치료를 받은 동물의 사체를 뜯어먹는 과정에서 약물이 독수리에게 고스란히 흡수되었기 때문이다. 한때 전 세계에서 가장 개체 수가 많았던 맹금류였다가 첫 번째 멸종 위기에 처한 맹금류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이 글을 쓰는 지금 흰등독수리는 1만 마리 정도밖에 남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지금은?
독수리가 사라졌으므로 동물의 사체를 처리하는 비용부담은 지역사회로 떠넘겨졌다. 사체를 불태우거나 땅에 묻는 방식으로 처리하는데, 사체를 깔끔하게 해치우는 독수리의 완벽한 대체제가 부재했다. 독수리의 실종은 인도의 종교 문화에도 큰 타격을 가하는데, 사람이 죽고 난 뒤 외딴 언덕 지대에 놔두는 관습을 수천 년 동안 행해오던 인도 파시공동체에서는 독수리가 해주던 일을 태양 집열기를 이용해 대체하게 되었다. 이때 시체 1구당 4000달러의 비용이 소요된다.
그런데 이것은 ‘국부적’ 사건에 해당할 뿐, 진짜 문제는 공중위생에서 나타났다. 썩어가는 동물 사체는 온갖 세균의 온상으로 전락했고, 쥐와 개의 증가로 이어졌으며, 떠돌이 개의 급증은 브루셀라, 디스템퍼, 광견병 등의 질병의 전파를 야기했다. 새의 상실은, 340억 달러의 피해를 낳았다. 새의 상실은, 인도의 국부적 아비규환이 아니다. 새는, 회복 곤란에 처한 자연환경의 또 다른 이름이다.
눈부시게 발전하는 과학기술 앞에서 언제나 궁금한 점 한 가지, 왜 이토록 위대한 기술을 두고도 환경을 위험에서 구하지 못하는가. 책은 인간 존재의 본성에 대한 근본적인 진단을 내린다. “여기에는 서로 밀접하게 연관된 원인이 수없이 많으며, 그중에는 인간이라는 존재의 의미와 직결되는 것도 더러 있다. 인간에게 수렵-채집인 사회에서 살아남는 능력을 갖게 한 본능이 홍적세의 혹독한 환경에서 진화한 두뇌 깊숙이 각인된 채 여전히 존재한다. 그 본능은 우선순위와 행동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는 지금 당장의 위험을 피하고 기회를 활용하도록 적응했으며, 우리의 뇌는 오늘날에도 기본적으로 동일한 회로에 따라 작동한다.” 다시 말하면, 자연에서 뽑아내는 단기수익은 자연을 종신보험으로 삼는 것에 비해 훨씬 더 유혹적이라는 것이다.
어느 복합 기업의 설립자는 숲과 자연에 대한 관심을 이렇게 표현했다고 한다.
“자연자원은 한정되어 있고, 그래서 없어지기 전에 빨리 차지해야 한다.”
201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입힌 손해는 810억 달러에 달했고, 자연재해로부터 마을을 보호하는 맹그로브 숲의 경제적 가치는 적게는 20만 달러에서 많게는 90만 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코펜하겐에서 자전거 타는 시간을 10퍼센트 더 늘렸을 때 거둘 수 있는 건강상의 이익은 1200만 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그러므로 자연주의를 자본주의적으로 말해보면, 자연은 대박이다. 산을 깎았을 때의 경제적 효과와 그대로 두었을 때 생기는 경제적 효과, 강을 헤집었을 때 생기는 경제적 효과와 그대로 두었을 때 생기는 경제적 효과, 언제나 전자는 과잉 선전되고 후자는 고려대상 조차 되지 못했다. 이 아름다운 강산이 벌어다 주고 있었던 것들을 기준으로 대차대조표가 절실한 때다. 이미 우리에게는 22조 원이 들어간 거대한 쪽박이 등짐으로 얹혀 있다.
글 | 조은영 무가지로 발행되는 서평 전문 잡지 『텍스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