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대를 위하여[살대를 위하여 126] 420년의 시간을 두고 두 마음이 하나입니다

1596년 병신년 겨울. 임진년의 1차 침입 이후 왜군의 대대적 재침설이 전해진 그때. 영남·전라·충청 3도를 비롯한 전국에서 의병들이 벌떼처럼 일어났습니다. 그들은 왜군의 주요 진격로가 될 거라 예상되는 요충지 산성들의 보수에 나섰습니다. 5년 전 임진란 때 연전연패 끝에 관군이 무너지고 왕이 한양과 평양까지 버리고 도주했지만 초토화된 전란의 산야에서도 백성들은 일어서 성을 쌓았습니다.

대구의 공산산성, 구미의 금오산성, 청주의 상당산성…. 백성을 버린 왕과 왕이 지키려던 왕조를 지키려는 게 아니었습니다. 그들과 그들의 아이들이 살아갈 나라를 지키기 위함이었습니다. 의병들은 도망친 왕의 신하들을 배척하지 않고 뉘우치면 받아주고 함께 석성을 쌓았습니다. 그 성들은 갈라진 나라를 다시 하나로 잇는 석교이기도 했습니다.

1597년 정유년이 되자 왜군이 다시 몰려왔습니다. 재침하는 왜군들은 영남에서, 전라도에서, 남해의 바다에서 저지되었습니다. 돌을 들어 석성을 쌓고 판옥선 수리목을 구하러 산야를 기던 백성들의 피땀이 왜적을 물리친 힘이었습니다.

2016년 병신년 겨울. 낡고 위험한 원전 월성1호기 억지 수명연장도, 신규원전 찬반투표를 실시했다고 삼척시장을 손본 일도 청와대 작품이었다는 게 드러났습니다. 국립공원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은 아예 진두지휘한 것이 밝혀졌습니다. 가습기살균제 사건의 재발을 부를 수 있는 위험한 제도가 포함된 친기업 정책도 재벌기업들과 청와대가 한 편이 되어 추진하고 있습니다. 규제프리존을 지정하고 그곳의 기업들이 만든 제품의 안전성을 ‘기업 스스로 특별인증’할 수 있는 길을 터놓은 것입니다.

이런 반환경정책, 반생명정책들로 이익을 볼 자들의 명부에 재벌과 대통령의 비선실세가 있습니다. 참람한 헌정질서 유린에 분노한 국민들은 촛불을 들어 대통령을 심판했고 국회는 탄핵했습니다. 이제 헌법재판소의 차례입니다.

2017년 정유년이 되면 우리는 ‘비선실세의 조종 아래 헌법을 무시하고 국기를 흔든 대통령’을 헌법재판소가 어찌 처결하는지 알게 됩니다. 헌법재판소가 탄핵심판을 조속히 인용결정해야 대한민국이 정상국가로 수복됩니다. 환경연합이 촛불 국민들의 염원을 담은 엽서를 헌법재판소에 보내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국민엽서에 담긴 마음이 1596년 겨울 맹동에도 석성을 쌓던 백성들의 마음, 의병들의 마음과 다르지 않습니다. 돌 하나 쌓습니다. 국민엽서를 보냅니다. 

420년의 시간을 넘어, 두 마음이 하나입니다.

 

글 | 박현철 편집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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