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텍스트[에코텍스트 116] 똑똑똑 둥지 문을 두드리다

스즈키 마모루 지음, 황선종 옮김, 이정모 감수, 더숲, 1만8000원

 

이야기 하나. 미니멀리즘이 유행인 모양이다. 자신에게 정말 필요한 것만 갖추고 소박하고 단순하게 사는 라이프스타일이다. 소비로 자기를 증명하는 데에 지친 사람들이 버리고 살기에 공감하고 정서적으로 연대하는 풍경처럼 보이기도 한다. 쟁여두고 사는 쪽에 가까운 편이라 그 미니멀리즘에 합류하지는 못했지만, 계절이 바뀌는 것을 핑계로 계절이 네 번 바뀌는 동안 손대지 않은 여러 종류의 물건들을 끄집어내 처분을 해버렸다. 억지로 수납공간을 만들어두었던 자리가 텅 비고, 여기저기 가벼워진 느낌은 그 작업을 진행한 혼자만의 것이었다. 그리고 문득 집이라는 구조물을 조망하게 되었다. 내가 살고 있는 집, 나의 옆집, 사람들의 집들. 우리가 떠메고 사는 공간을 채우고 있는 유형과 무형의 괴기스러운 것들이 곳곳에 불쑥불쑥 놓여 있는 것 같았다.  

이야기 둘. 코코넛옥토퍼스는 항상 자신의 몸 크기에 맞는 단단한 조개나 야자 껍질 등을 지니고 다닌단다. 위험을 느끼면 뚜껑을 닫고 들어가 천적에게서 자신을 지킨다. 그러니까 방공호이자 집이다. 올챙이 모양의 투명한 몸을 가진 유형류들은 자기 몸의 분비물로 둥근 집을 짓는다. 젤라틴질의 주머니 안에 들어가 바다를 떠다닌다. 언제 어디서든 간단하게 만들 수 있다.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런 집을 상상하게 되는 것은, 모두 알다시피 재난 때문이다. 지진이 났을 때 긴급하게 대피할 수 있도록 지진 짐을 싸두었다는 사람들이 있다. 짐을 싸두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조금은 놓였다고 한다. 그들은 하나같이 내가 사는 이 집을 믿을 수 없다고 했다. 월세든 전세든 자기 소유의 집이든 그 집에 들어가 살기 위해서 생애를 걸쳐 노동을 하는데, 지금의 우리는 바로 그 집에서 가장 안전하게 탈출할 수 있는 방법들을 공유한다. 우리는 코코넛옥토퍼스나 유형류가 존재하는 방식으로 살지 못한다. 우리들의 집은 그렇게 둥지만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이야기 셋. 자석흰개미는 거대한 개미탑을 지어 올린다. 오스트레일리아 북부에 사는 흰개미들은 넓적한 비석 같은 집을 짓는데, 넓은 면을 동쪽으로 세운다. 아침저녁으로 햇빛을 오래 받을 수 있으며, 낮에는 시원하게 지낼 수 있기 때문이다. 작은 새들은 집을 지을 때 거미줄을 주로 이용한다. 자신들이 물어올 수 있는 작고 가벼운 재료들을 이어붙이기에 딱 좋은 재료이기 때문이다. 천적의 침입에 대비해서 비상구를 뚫어 놓은 둥지도 있고, 심지어는 가짜 입구를 만들어두기도 한다. 모든 동물들은 자신의 생존에 가장 적합한 집을 짓는다. 말하자면 집이 곧 생명이라는 전제는 동물들 모두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와중에 인간들은 집과 관련해서 가장 왕성하고 다양한 활동을 공격적으로 진행하는데, 어쩌면 가장 배타적이다.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 이룬 것들과 이루어야 할 것들 그리고 이룰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욕망하는 모든 것을 집을 짓는 일에 쏟아 부으면서 살아가는 존재이니까 말이다.  

p.s. 『둥지로부터 배우다』를 아이와 함께 읽어주는 부모들의 목소리가 선명하게 들려오는 대목은 물론 인간의 집을 다루고 있는 가장 마지막 편이다. 

“지구라는 이 별에 살고 있는 생명체는 우리 인간만이 아닙니다. 다양한 환경에서 여러 가지 생물들이 그 누구에게도 배우지 않고 스스로 집을 짓고, 새로운 생명을 낳아 기르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것은 그중 극히 일부이며, 집을 짓지 않는 생물들도 셀 수 없이 많습니다. 이 지구가 다양한 생물들이 오래도록 함께 생명을 이어날 수 있는 환경이 되기를 바랍니다.”

 

글 | 조은영 무가지로 발행되는 서평 전문 잡지 『텍스트』 기자

 

 


주간 인기글





03039 서울 종로구 필운대로 23
TEL.02-735-7088 | FAX.02-730-1240
인터넷신문등록번호: 서울 아03915 | 발행일자 1993.07.01
발행·편집인 박현철 | 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현철


월간 함께사는길 × 
서울환경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