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그림[이야기 그림 19] 하늘과 마니


나는 “하늘”과 “마니”라는 이름의 고양이들과 함께 산다. 예쁘지는 않지만 사랑스럽다. 

하늘이는 새벽에 내 손으로 직접 관장약을 투여했고 마니는 방광염이 재발해 자주 비명을 지른다. 어쩌면 내 인생 마지막 동거 생명체들이 아닐까 싶다. 두 녀석 모두 사람을 좋아하는데 적적한 인간 만나서 평생 심심하게 보냈다. 무엇보다 미안한 건 가난할 때 만나 제대로 해준 게 없다는 것. 그래도 서로 간병하며 즐겁게 살고 싶다.

하늘이는 17년 전 으슥한 밤에 처음 만났다. 작업실 룸메이트 친구가 밤에 새끼고양이 우는 소리가 난다며 길에 나가 직접 구출한 녀석이다. 당시 녀석은 태어난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은 새끼 고양이였고 눈 한 쪽에 고름이 꽉 차 있었다. 

마니는 명동 한복판에 버려진 고양이였다. 커다란 눈망울이 예뻐서 하루 종일 녀석을 바라본 적도 있었다. 룸메이트 친구의 유별스러운 길고양이 사랑 때문에 나는 아픈 고양이, 늙은 고양이, 버려진 고양이들과 함께 20대 30대를 보냈다. 그리고 지금도 함께 한다.

어쩌면 나는 잘 모르는 존재와 깊이 사랑에 빠진 사람처럼 긴 시간을 고양이들과 보내왔는지 모르겠다. 이제는 눈 감고 그릴 수 있을 만큼 익숙한 동물이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그들의 깊고 고요한 눈은 평생 그리지 못할 것 같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의 총량을 나는 알지 못한다. 반려동물을 사랑하고 또 이별하며 배운 작은 깨달음이 있다면 우린 언젠가 죽는다는 사실이다. 여기를 떠나 어딘가로 가는 것이든 기억과 사랑은 남아있는 것이든 우린 일정 시간이 지나면 모두 떠난다. 행복은 순간을 충실히 사랑한 존재들만 느낄 수 있는 가장 깊고 선명한 기억 아닐까.


눈물이 마를 무렵

희미하게 알 수 있었지

나 역시 세상에 머무르는 건

영원할 수 없다는 것을. 

『날아라 병아리 - 신해철』


글 · 그림 | 고정순 어린이그림책 작가이자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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