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네 입구에서 생선을 팔던 할머님이 계셨다. 할머니는 귀퉁이가 터진 낡은 고무다라에 동태와 고등어를 파셨다.
나는 이맘때쯤 생선장수 할머니 곁을 지나며 ‘날이 더 추워지면 어쩌나?’ 걱정이 됐다.
작년, 가을이 가고 겨울이 깊어지던 어느 날이었다.
산책을 하던 길에 건널목을 건너려고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데 구둣방 아저씨가 과일가게 아주머니에게 얻어 온 종이상자로 무언가를 만들고 계셨다.
언젠가 아저씨가 신발 뒤축을 고치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본 적이 있다.
“부지런히 걸어 다녔나 봐요?”
한 말씀 하시더니 꼼꼼한 손길로 낡은 뒤축을 벗겨내고 새 뒤축을 덧대어 주셨다.
아저씨 말씀대로 나는 걷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늘 신발 뒤축이 한쪽만 닳아있다.
내가 부탁하지 않았는데도 수선이 끝난 신발을 마른 헝겊으로 닦아주셨다.
“신발이 깨끗해야 걸을 맛이 나지요.”
친절한 아저씨가 세심한 손길로 무엇을 만드나 살펴보니 종이상자로 작은 집을 짓고 계셨다. 종이상자를 뜯어 세모난 지붕을 세우고 아래로 다른 박스를 이어 벽을 세웠다.
한쪽 면은 문 모양으로 뚫려있어서 정말 정교한 장난감 집처럼 보였다. 아저씨는 완성된 집을 들어 생선할머니 무릎 위를 감싸 주셨다. 그러니까 문은 할머니의 다리를 넣기 편하게 만든 것이고 삼각지붕은 할머니 다리가 불편하지 않도록 만들어진 것이었다.
그뿐이 아니었다.
할머니 옆에 종이상자를 이어 작은 벽도 세워 주셨다. 종이상자가 겨울바람을 막아낼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내 눈에는 종이상자로 만든 집이 따뜻하게 보였다.
날이 점점 더 추워진다. 가을이 왔으니 이제 겨울이 올 차례다. 혹한이 기다린다던데 종이박스로 만든 집은 이제 더는 볼 수 없다. 아쉽게도 이제 고무다라를 이고 생선을 팔던 할머니도 구둣방 아저씨도 그 자리에 없기 때문이다.
나날이 바뀌는 풍경과 사라진 사람들.
어쩌면 혹한보다 더 서글픈 것은 어제와 달라진 풍경과 개발과 발전이라는 이름으로 빠르게 변하는 이웃의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미국의 시인 에밀리 디킨스는 말했다.
천사가 당신의 옆집을 빌릴지도 모른다고.
우리들의 옆집에 살던 ‘천사’들은 지금 어디로 갔을까?
글 · 그림 | 고정순 어린이그림책 작가이자 화가
동네 입구에서 생선을 팔던 할머님이 계셨다. 할머니는 귀퉁이가 터진 낡은 고무다라에 동태와 고등어를 파셨다.
나는 이맘때쯤 생선장수 할머니 곁을 지나며 ‘날이 더 추워지면 어쩌나?’ 걱정이 됐다.
작년, 가을이 가고 겨울이 깊어지던 어느 날이었다.
산책을 하던 길에 건널목을 건너려고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데 구둣방 아저씨가 과일가게 아주머니에게 얻어 온 종이상자로 무언가를 만들고 계셨다.
언젠가 아저씨가 신발 뒤축을 고치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본 적이 있다.
“부지런히 걸어 다녔나 봐요?”
한 말씀 하시더니 꼼꼼한 손길로 낡은 뒤축을 벗겨내고 새 뒤축을 덧대어 주셨다.
아저씨 말씀대로 나는 걷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늘 신발 뒤축이 한쪽만 닳아있다.
내가 부탁하지 않았는데도 수선이 끝난 신발을 마른 헝겊으로 닦아주셨다.
“신발이 깨끗해야 걸을 맛이 나지요.”
친절한 아저씨가 세심한 손길로 무엇을 만드나 살펴보니 종이상자로 작은 집을 짓고 계셨다. 종이상자를 뜯어 세모난 지붕을 세우고 아래로 다른 박스를 이어 벽을 세웠다.
한쪽 면은 문 모양으로 뚫려있어서 정말 정교한 장난감 집처럼 보였다. 아저씨는 완성된 집을 들어 생선할머니 무릎 위를 감싸 주셨다. 그러니까 문은 할머니의 다리를 넣기 편하게 만든 것이고 삼각지붕은 할머니 다리가 불편하지 않도록 만들어진 것이었다.
그뿐이 아니었다.
할머니 옆에 종이상자를 이어 작은 벽도 세워 주셨다. 종이상자가 겨울바람을 막아낼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내 눈에는 종이상자로 만든 집이 따뜻하게 보였다.
날이 점점 더 추워진다. 가을이 왔으니 이제 겨울이 올 차례다. 혹한이 기다린다던데 종이박스로 만든 집은 이제 더는 볼 수 없다. 아쉽게도 이제 고무다라를 이고 생선을 팔던 할머니도 구둣방 아저씨도 그 자리에 없기 때문이다.
나날이 바뀌는 풍경과 사라진 사람들.
어쩌면 혹한보다 더 서글픈 것은 어제와 달라진 풍경과 개발과 발전이라는 이름으로 빠르게 변하는 이웃의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미국의 시인 에밀리 디킨스는 말했다.
천사가 당신의 옆집을 빌릴지도 모른다고.
우리들의 옆집에 살던 ‘천사’들은 지금 어디로 갔을까?
글 · 그림 | 고정순 어린이그림책 작가이자 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