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평리에 평화를』을 다 읽고 난 뒤, 인터넷에 삼평리라는 검색어를 입력하자 가장 최근(8월 19일) 기사는 “경북도청에서 송전선로 공사 중단을 요구하며 이틀째 농성을 벌이던 경북 청도 삼평리 할머니들이 19일 경찰에 강제 연행됐다”는 소식을 전했다.
“송전선로 공사 반대 삼평리 주민들은 지난 18일 오전 10시 김관용 경상북도 도지사를 직접 찾아가 송전선로(북경남송전선로 1분기) 공사로 인해 입게 된 피해를 알리고 공사 중단과 지중화를 위해 도지사가 적극 나서줄 것을 호소했다. 김관용 지사는 예정시간보다 늦게 나타났고 20여 분간 이뤄진 면담에서 김 지사는 ‘한전과 협상을 주선하겠다’며 할머니들을 설득했다. (중략) 농성 이틀째인 19일 삼평리 주민들과 경북도청, 한전 간 3자 협상이 경북도청 주선으로 이날 오전 이뤄졌다. 그런데 오후 1시께, 협상이 끝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농성장에 공권력이 투입돼 주민들을 끌어냈다. 할머니들은 울부짖으며 ‘그냥 살던 대로 살게 해 달라’, ‘도지사님 도와주이소’라고 외쳤지만 경찰은 아랑곳 않고 강제로 끌고 갔다.”
기사는 참담했다. 삼평리 할매들의 육성으로 쓰인 이 책이 웅웅거리는 것도 같았다. “언제까지 싸울랑가. 저기 철탑 밑에 전답이 천오백 평 있어. 어른한테 물려받았지. 사람들이 돈 더 받으려고 한다 카는데, 그게 듣기 싫다고. 우리가 돈으로 해결하려 했으면 일찍 해결했을 거 아닙니까. 안 그렇습니까? 우리는 돈은 싫다. 우리는 저거만 안 세우면 된다. 그래 하는데 다른 사람들은 돈 더 받을라고 저렇게 버티고 있다니까 그게 진짜 듣기 싫다. 돈으로 해결할라고 했으면 왜 이 고생을 하겠습니까.”
어른한테 물려받은 저 땅, 내 자식들에게 물려줘야 할 저 땅을 지키려고 싸우러 나왔다고, 삼평리 할매들은 그렇게 자기들의 땅에 대해서 말한다. 살던 대로 살고 싶다는 별날 것 없는 소망을 이루기 위해서 할매들은 잘려나가는 나무 둥치를 얼싸안아 함께 뒹굴다 끌려 나가고, 공사를 시작하려는 포클레인 아래 몸을 뉘이고 내동댕이쳐지고, 또 뉘이고 또 내동댕이쳐지는 하루하루를 마다 않고 있다.
“국가가 폭력을 쓰면 힘없는 사람은 어떻게 사노.” 할매들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국가 폭력에 대한 한탄은 그들 대부분이 거의 한 번도 경찰을 의심한 적 없이 살아왔으며, 매번 국가가 요구하는 종류의 희생을 묵묵히 감당해 왔다는 사실 때문에, 더욱 비극적으로 들린다. 살던 대로 살게 두라는 할매들의 외침은 자연스럽게 탈핵/반핵 운동의 기치와도 맞닿는다. “또 이거 반대를 하면서 원자력이랑 탈핵을 알았어. 내가 아는 것은 간단하게 원자력 개수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사고 확률이 높을 거다는 거고, 후쿠시마나 체르노빌이나 뭐 이런 거를 보면 정말 저거는 안 해야 되는 거다 싶어.”
교황의 방문으로 며칠간은 온 나라가 들썩였다. 밀양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에서는 명동성당에서 교황에게 주민 일동 이름으로 쓴 A4 용지 3장 분량의 편지(한글·영어)를 수행 신부를 통해 교황에게 전달했다. 나는 그 편지에 실렸을 할매들의 목소리가 얼마나 절절할지 감히 짐작할 수 없지만, 『삼평리에 평화를』의 목소리와 다르지 않을 것임을 안다. 그리고 그렇게 간절한 마음으로 교황에게 편지를 쓰는 일, 『삼평리에 평화를』과 같은 책을 만드는 일, 한 조각 뉴스라도 마다 않고 인터뷰를 하는 일 같은 게 바로 할매들의 저항을 우리들의 저항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이라는 사실을 확인한다.
“왜 똑바로 안 사노. 원한이 그거라. 내 재산 다 드가도, 조작 꾸몄는 거 똑바로 해 주라. 이게 군청이 똑바리나, 경찰이 똑바리나. 이런 세상 첨봤다. 그카니 아무런 답이 없고, 그래가 있었더라. 그래 노니 쌍둥이 어마이(전 마을 부녀회장 이은주 씨)도 고함을 지르고, 빨갱이라 카거나 말거나 내 발등에 불 꺼야 된다, 그죠? 내 발등에 불 꺼야지. 아들딸이 머라 캐도, 인쟈는 안 된다. 이때까중 싸운 게 얼만데, 싸운 게 원통하니 나뚜라. 내 발등에 불 끌란다.”
세상의 모든 싸움은 그렇게 시작한다. 내 발등의 불을 내가 끄면서. 그것이 결국 내 이웃과 내 아이의 세상에 화염을 드리울 불덩이이므로 그렇게 온몸을 던져 싸운다. 할매들이 그 싸움의 최전선에서 가장 열정적인 시민불복종을 선언하고 있다.
글 | 조은영 무가지로 발행되는 서평 전문 잡지 『텍스트』 기자
『삼평리에 평화를』을 다 읽고 난 뒤, 인터넷에 삼평리라는 검색어를 입력하자 가장 최근(8월 19일) 기사는 “경북도청에서 송전선로 공사 중단을 요구하며 이틀째 농성을 벌이던 경북 청도 삼평리 할머니들이 19일 경찰에 강제 연행됐다”는 소식을 전했다.“송전선로 공사 반대 삼평리 주민들은 지난 18일 오전 10시 김관용 경상북도 도지사를 직접 찾아가 송전선로(북경남송전선로 1분기) 공사로 인해 입게 된 피해를 알리고 공사 중단과 지중화를 위해 도지사가 적극 나서줄 것을 호소했다. 김관용 지사는 예정시간보다 늦게 나타났고 20여 분간 이뤄진 면담에서 김 지사는 ‘한전과 협상을 주선하겠다’며 할머니들을 설득했다. (중략) 농성 이틀째인 19일 삼평리 주민들과 경북도청, 한전 간 3자 협상이 경북도청 주선으로 이날 오전 이뤄졌다. 그런데 오후 1시께, 협상이 끝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농성장에 공권력이 투입돼 주민들을 끌어냈다. 할머니들은 울부짖으며 ‘그냥 살던 대로 살게 해 달라’, ‘도지사님 도와주이소’라고 외쳤지만 경찰은 아랑곳 않고 강제로 끌고 갔다.”
기사는 참담했다. 삼평리 할매들의 육성으로 쓰인 이 책이 웅웅거리는 것도 같았다. “언제까지 싸울랑가. 저기 철탑 밑에 전답이 천오백 평 있어. 어른한테 물려받았지. 사람들이 돈 더 받으려고 한다 카는데, 그게 듣기 싫다고. 우리가 돈으로 해결하려 했으면 일찍 해결했을 거 아닙니까. 안 그렇습니까? 우리는 돈은 싫다. 우리는 저거만 안 세우면 된다. 그래 하는데 다른 사람들은 돈 더 받을라고 저렇게 버티고 있다니까 그게 진짜 듣기 싫다. 돈으로 해결할라고 했으면 왜 이 고생을 하겠습니까.”
어른한테 물려받은 저 땅, 내 자식들에게 물려줘야 할 저 땅을 지키려고 싸우러 나왔다고, 삼평리 할매들은 그렇게 자기들의 땅에 대해서 말한다. 살던 대로 살고 싶다는 별날 것 없는 소망을 이루기 위해서 할매들은 잘려나가는 나무 둥치를 얼싸안아 함께 뒹굴다 끌려 나가고, 공사를 시작하려는 포클레인 아래 몸을 뉘이고 내동댕이쳐지고, 또 뉘이고 또 내동댕이쳐지는 하루하루를 마다 않고 있다.
“국가가 폭력을 쓰면 힘없는 사람은 어떻게 사노.” 할매들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국가 폭력에 대한 한탄은 그들 대부분이 거의 한 번도 경찰을 의심한 적 없이 살아왔으며, 매번 국가가 요구하는 종류의 희생을 묵묵히 감당해 왔다는 사실 때문에, 더욱 비극적으로 들린다. 살던 대로 살게 두라는 할매들의 외침은 자연스럽게 탈핵/반핵 운동의 기치와도 맞닿는다. “또 이거 반대를 하면서 원자력이랑 탈핵을 알았어. 내가 아는 것은 간단하게 원자력 개수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사고 확률이 높을 거다는 거고, 후쿠시마나 체르노빌이나 뭐 이런 거를 보면 정말 저거는 안 해야 되는 거다 싶어.”
교황의 방문으로 며칠간은 온 나라가 들썩였다. 밀양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에서는 명동성당에서 교황에게 주민 일동 이름으로 쓴 A4 용지 3장 분량의 편지(한글·영어)를 수행 신부를 통해 교황에게 전달했다. 나는 그 편지에 실렸을 할매들의 목소리가 얼마나 절절할지 감히 짐작할 수 없지만, 『삼평리에 평화를』의 목소리와 다르지 않을 것임을 안다. 그리고 그렇게 간절한 마음으로 교황에게 편지를 쓰는 일, 『삼평리에 평화를』과 같은 책을 만드는 일, 한 조각 뉴스라도 마다 않고 인터뷰를 하는 일 같은 게 바로 할매들의 저항을 우리들의 저항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이라는 사실을 확인한다.
“왜 똑바로 안 사노. 원한이 그거라. 내 재산 다 드가도, 조작 꾸몄는 거 똑바로 해 주라. 이게 군청이 똑바리나, 경찰이 똑바리나. 이런 세상 첨봤다. 그카니 아무런 답이 없고, 그래가 있었더라. 그래 노니 쌍둥이 어마이(전 마을 부녀회장 이은주 씨)도 고함을 지르고, 빨갱이라 카거나 말거나 내 발등에 불 꺼야 된다, 그죠? 내 발등에 불 꺼야지. 아들딸이 머라 캐도, 인쟈는 안 된다. 이때까중 싸운 게 얼만데, 싸운 게 원통하니 나뚜라. 내 발등에 불 끌란다.”
세상의 모든 싸움은 그렇게 시작한다. 내 발등의 불을 내가 끄면서. 그것이 결국 내 이웃과 내 아이의 세상에 화염을 드리울 불덩이이므로 그렇게 온몸을 던져 싸운다. 할매들이 그 싸움의 최전선에서 가장 열정적인 시민불복종을 선언하고 있다.
글 | 조은영 무가지로 발행되는 서평 전문 잡지 『텍스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