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상회담』, 『톡파원 25시』 등 방송 프로그램에서 활약하고 있는 벨기에 출신 방송인 줄리안 퀸타르트 씨가 최근 서울환경연합 회원으로 가입했다.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리고, 채식을 전파하며, 웬만한 약속은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는 생활환경운동의 실천자이자 스스로 의미 있는 스피커가 되려 노력하는 사람, 그를 만나 ‘개인은 어떻게 사회를 바꾸고 지구를 구하는 일에 동참할 수 있는가’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줄리안 퀸타르트 씨 Ⓒ함께사는길 이성수
서울환경연합 후원회원이 되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특별한 계기가 있으신가요?
요즘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이 저를 찾아요. 덕분에 강연이며 방송이며 여러 활동을 해오고 있습니다. 그런 기회를 갖게 된 고마움을 환경단체에 나누고 싶은 마음이 우선 있었어요. 제가 ‘플로깅’ 등 작은 환경 캠페인에 자주 참여하는데 거기서 서울환경연합 활동을 자주 접하게 됐어요. 마침 서울환경연합과 채식토크쇼를 함께 할 기회가 생겨 이때다 싶어 후원회원으로 가입했죠. 후원은 환경단체들이 더 큰 목소리를 내고 횔동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드는 동력이라고 생각해요. 내가 못 하는 일을 활동가들이 대신할 수 있도록 후원하는 것도 굉장한 실천입니다. 그래서 이미 오래 회원으로 참여해오신 다른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최근 SNS에 선물을 거절하신다고 올리셨어요!
벨기에에선 크리스마스 같은 특별한 날에 선물을 주고받는 생활문화가 있는데, 매년 주고받는 선물의 70% 이상이 거의 새것인 채 버려지고 있어요. 저희 집에선 부모님이 그런 선물문화를 우리 가족과 친지들부터 바꾸자고 제안하고 실천하셨어요. 그 영향을 받아 저도 제게 선물을 주시는 분들이 참 감사하지만 그만큼 쌓이는 쓰레기 때문에 스트레스도 컸어요. 그래서 선물은 거절하고 대신 ‘좋은 곳에 기부해주세요!’라고 요청을 드리고 있어요.
한국에 와서도 여러 환경 캠페인에 참여해 실천하고 있는데 ‘지구와 환경을 생각하고 참여하는 사람’이 된 건 말씀하신 부모님 영향일까요?
그 영향이 크죠. 부모님이 어릴 때 유기농 가게를 운영하셨고 제가 살았던 마을에는 야생 염소가 사람보다 더 많아요. 작은 마을에서 자연과 살았기 때문에 환경에 대한 이해와 감수성이 높았지요. 그러다 앨 고어의 『불편한 진실』이라는 다큐를 보면서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게 됐고 그후 더욱 에너지를 아끼고, 소비를 줄이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비정상회담에 출연하고부터 저의 목소리를 듣는 사람이 많아졌고 환경에 대한 목소리를 내야겠다 마음먹었어요.

2022년 12월 10일 무의도 플로깅에 참여해 해변 쓰레기를 치우는 줄리안 퀸타르트 사진제공 줄리안 퀸타르트
『불편한 진실』이 이끈 인연이었군요. 또 다른 환경적 통찰력을 준 작품들도 있을까요?
기후위기에 관심을 갖기 전 우연히 보게 된 다큐가 있어요. 코지마 단노리트세르 감독의 다큐 『전구 음모이론(The Light Bulb Conspiracy, 2010)』이란 작품이 있어요. 우리가 쓰는 제품들의 ‘계획적 노후화’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인데, 보고 나서 정말 화가 많이 났어요. 일부러 상품 수명을 단축해 노후화시키는 게 ‘계획적 노후화’인데 전구가 그 시작이었어요. 1920년대의 전구 수명은 2500시간이었는데 제조사들이 담합해 전구 수명을 1000시간으로 줄였던 거죠. 스타킹도 마찬가지예요. 올이 풀리지 않고 자동차도 끌 수 있는 스타킹을 개발했는데, 의도적으로 약하게 만들어서 스타킹을 자주 사게 만든 거죠. ‘계획적 노후화’에 대해 알고 나서 집 안 조명을 LED로 전부 교체했어요. ‘계획적 노후화’라는 제품 생산 시스템은 쓰레기 문제를 만들고 결국엔 환경오염과 기후위기에 악영향을 끼쳐요. 이런 반환경 시스템들을 해결해야 기후위기를 비롯한 여러 환경문제를 풀 수 있다고 생각해요.
기후우울증을 앓았다고 들었어요. 무슨 일이 있었나요?
패션쇼를 보러 간 적이 있었는데, 쇼가 끝난 뒤 전시에 쓴 물건들이 다 쓰레기로 버려진 걸 봤어요. 그 압도적인 쓰레기의 물량을 보고 ‘내가 1년 동안 텀블러를 아무리 들고 다녀봤자 무슨 소용이야?’ 싶은 마음에 무력감을 느꼈어요. 코로나가 시작될 즈음이었는데 대외적인 활동도 줄이고 방송도 안 하게 됐죠. 그때 많은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러다 『더 게임 체인저스』라는 다큐를 봤어요. 다큐를 통해 내가 알고 있던 채식에 관한 정보가 틀렸다는 것을 알았죠! 근력을 키우기 위해 꼭 닭가슴살을 먹지 않아도 충분히 단백질을 보충할 수 있었던 거예요. 환경을 위해서 소고기 먹는 걸 줄여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어쩔 수 없는 필요악이라 생각했죠. 하지만 알고 보니 꼭 필요하지 않은데도 소비되는 거였어요. 그래서 본격적으로 채식을 시작했어요. 기후위기 해결을 위해 개인이 가장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활동이 채식이라고 생각해요. 오디오 플랫폼인 ‘클럽하우스’에서 월요일마다 채식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그램을 직접 진행했어요. 『더 게임 체인저스』 감독도 초청했었고요. 그리고 ‘와이퍼스’, ‘디프다 제주’, ‘알맹상점’ 대표님도 초청해서 이야기를 나눴고 자연스럽게 다시 방송활동도, 환경 캠페인 참여도 열심히 하게 됐어요. 아! 그러고 보니 실천이 결국 제 기후우울증 치유법이었군요.
채식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최근 캠프리지 대학에서 채식 식단 준수 여부와 사망률의 연관성을 조사하는 연구를 했어요. 연구 결과 채식 식단을 한 사람의 사망률이 25% 더 줄어들었어요. 채식의 이유에는 건강도 있지만 더 큰 이유는 식량의 연결고리를 이해하면 명확히 알 수 있어요. 대두 같은 경우 75%는 가축의 사료로, 6%는 인간의 식량으로 사용돼요. 매년 10억 마리의 동물들이 배부르게 먹는데 8억 명의 인간이 기아를 겪고 있어요. 또 가축용 사료 재배를 위해 산림 벌채도 심각한 문제가 되었고요. 채식은 이런 문제를 줄일 수 있어요. 효과가 바로 생겨요. 최근에는 맛있고 다양한 식물성 대체식품이 나오고 채식 식당도 많이 생겼어요. 과거보다 채식하기 편리해진 거죠.
환경문제에 공감하고 관심을 두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걸 체감하세요?
사회 전체로 보면 많은 이들이 그런 변화를 느끼기엔 힘들 수도 있겠지만, 전 주변에 비교적 환경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많아서 피부로 변화를 느낄 수 있어요. 몇년 전만 해도 서울 강남에 채식 식당이 2개밖에 없었는데 지금은 10개가 넘어요. 한국의 채식 인구만 해도 10년 전엔 10만 명 정도였는데, 지금은 250만 명 정도 돼요. 곧 1%가 된다는 거예요. 작지만 커요! 사회가 변화되는 속도는 초반에는 느리지만 가속이 붙게 되는 티핑포인트가 오면 순식간에 확산된다고 해요. MBTI도 10년 전에는 누가 알았겠어요? 비주류에서 주류로 바뀌게 되면 별 관심 없던 사람에게까지 전파되는 순간이 오고요. 그래서 저는 티핑포인트 10%까지 달성하자고 말해요. 모든 시민이 환경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보단 10%의 시민을 참여시키자고요!
환경문제가 우리와 가까운 일이라고 생각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요?
미디어가 지금보다는 좀 더 책임감을 가졌으면 해요. 프랑스의 한 라디오에서는 기후위기에 나쁜 영향을 끼치는 광고를 안 받는다고 발표했어요. 그리고 우리가 환경문제에 대한 말하는 방식을 바꾸고 알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기후위기 그러면 펭귄이나 북극곰 이야기를 하는데요, 그런 설정은 기후위기를 먼 곳의 이야기로 느끼게 만드는 반작용도 있다고 생각해요. 한국 상황으로 보면 홍수, 태풍 등 얼마나 심각했나요. 그런 자연재해가 기후위기의 결과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데 미디어의 역할이 있다고 생각해요. 화석연료로 인한 공기 오염으로 1년에 전 세계 830만 명이 죽고 있어요. 그런데 교통사고로는 130만 명 정도예요. 기후위기가 일상적 재해를 불러온다는 진실을 알리는 데 미디어가 더 진심이 된다면 사람들이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더 많이 알고 변화의 계기를 찾게 될 거라고 생각해요.

"눈으로 볼 수 있고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작은 실천을 먼저 해보세요." ⓒ함께사는길 이성수
시민들이 마음과 달리 지구환경을 해치는 생활에서 벗어날 수 있는 동기를 어떻게 해야 잡을 수 있을까요?
눈으로 볼 수 있고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작은 실천을 먼저 하시라고 권하고 싶어요. 플로깅을 해보고 텀블러를 챙기는 습관을 기르고 채식 요리를 해먹어 보는 거죠. 그렇게 눈에 보이는 나의 실천을 보람으로 삼게 되는 거죠. 전 365일 텀블러를 가지고 다니는데 가끔 깜빡할 땐 맘이 불편하고 불안해요. 그런 마음이 중요한 거죠. 음, 그리고 사람들을 많이 만나세요! 환경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만나면 자극을 받아요. 그 에너지는 굉장히 강하게 전염돼요. 저는 개인의 실천이 작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개인의 변화가 모여 지구의 온도를 0.1도라도 줄이는 데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해요. 0.1도의 차이도 우리 삶의 질을 좌우할 엄청난 요인이거든요. 개인의 변화와 실천은 그가 속한 커뮤니티를 변화시켜요. 그런 커뮤니티의 변화는 결국 정부의 변화를 부를 수밖에 없죠.
그 ‘변화와 실천’에 관해 올해 세운 계획이 있을까요?
저는 올해 테마를 ‘보강의 해’로 잡았어요. 그동안 했던 일들을 보강하자, 새로운 일을 시도하기보다 해오던 것들을 더 구체화하고 발전시키자고 정했죠. 이태원에 제로웨이스트샵을 곧 오픈할 예정이고요, 책도 하나 쓰고 있어서 마무리하려고요. 환경문제 해결에 영향력을 조금 더 발휘할 수 있도록 올 한해, 그간 제가 해온 일들을 더 구체화하는 데 집중하려고 합니다.
글 | 장지은 서울환경연합 시민참여팀장
『비정상회담』, 『톡파원 25시』 등 방송 프로그램에서 활약하고 있는 벨기에 출신 방송인 줄리안 퀸타르트 씨가 최근 서울환경연합 회원으로 가입했다.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리고, 채식을 전파하며, 웬만한 약속은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는 생활환경운동의 실천자이자 스스로 의미 있는 스피커가 되려 노력하는 사람, 그를 만나 ‘개인은 어떻게 사회를 바꾸고 지구를 구하는 일에 동참할 수 있는가’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줄리안 퀸타르트 씨 Ⓒ함께사는길 이성수
서울환경연합 후원회원이 되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특별한 계기가 있으신가요?
요즘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이 저를 찾아요. 덕분에 강연이며 방송이며 여러 활동을 해오고 있습니다. 그런 기회를 갖게 된 고마움을 환경단체에 나누고 싶은 마음이 우선 있었어요. 제가 ‘플로깅’ 등 작은 환경 캠페인에 자주 참여하는데 거기서 서울환경연합 활동을 자주 접하게 됐어요. 마침 서울환경연합과 채식토크쇼를 함께 할 기회가 생겨 이때다 싶어 후원회원으로 가입했죠. 후원은 환경단체들이 더 큰 목소리를 내고 횔동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드는 동력이라고 생각해요. 내가 못 하는 일을 활동가들이 대신할 수 있도록 후원하는 것도 굉장한 실천입니다. 그래서 이미 오래 회원으로 참여해오신 다른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최근 SNS에 선물을 거절하신다고 올리셨어요!
벨기에에선 크리스마스 같은 특별한 날에 선물을 주고받는 생활문화가 있는데, 매년 주고받는 선물의 70% 이상이 거의 새것인 채 버려지고 있어요. 저희 집에선 부모님이 그런 선물문화를 우리 가족과 친지들부터 바꾸자고 제안하고 실천하셨어요. 그 영향을 받아 저도 제게 선물을 주시는 분들이 참 감사하지만 그만큼 쌓이는 쓰레기 때문에 스트레스도 컸어요. 그래서 선물은 거절하고 대신 ‘좋은 곳에 기부해주세요!’라고 요청을 드리고 있어요.
한국에 와서도 여러 환경 캠페인에 참여해 실천하고 있는데 ‘지구와 환경을 생각하고 참여하는 사람’이 된 건 말씀하신 부모님 영향일까요?
그 영향이 크죠. 부모님이 어릴 때 유기농 가게를 운영하셨고 제가 살았던 마을에는 야생 염소가 사람보다 더 많아요. 작은 마을에서 자연과 살았기 때문에 환경에 대한 이해와 감수성이 높았지요. 그러다 앨 고어의 『불편한 진실』이라는 다큐를 보면서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게 됐고 그후 더욱 에너지를 아끼고, 소비를 줄이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비정상회담에 출연하고부터 저의 목소리를 듣는 사람이 많아졌고 환경에 대한 목소리를 내야겠다 마음먹었어요.
2022년 12월 10일 무의도 플로깅에 참여해 해변 쓰레기를 치우는 줄리안 퀸타르트 사진제공 줄리안 퀸타르트
『불편한 진실』이 이끈 인연이었군요. 또 다른 환경적 통찰력을 준 작품들도 있을까요?
기후위기에 관심을 갖기 전 우연히 보게 된 다큐가 있어요. 코지마 단노리트세르 감독의 다큐 『전구 음모이론(The Light Bulb Conspiracy, 2010)』이란 작품이 있어요. 우리가 쓰는 제품들의 ‘계획적 노후화’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인데, 보고 나서 정말 화가 많이 났어요. 일부러 상품 수명을 단축해 노후화시키는 게 ‘계획적 노후화’인데 전구가 그 시작이었어요. 1920년대의 전구 수명은 2500시간이었는데 제조사들이 담합해 전구 수명을 1000시간으로 줄였던 거죠. 스타킹도 마찬가지예요. 올이 풀리지 않고 자동차도 끌 수 있는 스타킹을 개발했는데, 의도적으로 약하게 만들어서 스타킹을 자주 사게 만든 거죠. ‘계획적 노후화’에 대해 알고 나서 집 안 조명을 LED로 전부 교체했어요. ‘계획적 노후화’라는 제품 생산 시스템은 쓰레기 문제를 만들고 결국엔 환경오염과 기후위기에 악영향을 끼쳐요. 이런 반환경 시스템들을 해결해야 기후위기를 비롯한 여러 환경문제를 풀 수 있다고 생각해요.
기후우울증을 앓았다고 들었어요. 무슨 일이 있었나요?
패션쇼를 보러 간 적이 있었는데, 쇼가 끝난 뒤 전시에 쓴 물건들이 다 쓰레기로 버려진 걸 봤어요. 그 압도적인 쓰레기의 물량을 보고 ‘내가 1년 동안 텀블러를 아무리 들고 다녀봤자 무슨 소용이야?’ 싶은 마음에 무력감을 느꼈어요. 코로나가 시작될 즈음이었는데 대외적인 활동도 줄이고 방송도 안 하게 됐죠. 그때 많은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러다 『더 게임 체인저스』라는 다큐를 봤어요. 다큐를 통해 내가 알고 있던 채식에 관한 정보가 틀렸다는 것을 알았죠! 근력을 키우기 위해 꼭 닭가슴살을 먹지 않아도 충분히 단백질을 보충할 수 있었던 거예요. 환경을 위해서 소고기 먹는 걸 줄여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어쩔 수 없는 필요악이라 생각했죠. 하지만 알고 보니 꼭 필요하지 않은데도 소비되는 거였어요. 그래서 본격적으로 채식을 시작했어요. 기후위기 해결을 위해 개인이 가장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활동이 채식이라고 생각해요. 오디오 플랫폼인 ‘클럽하우스’에서 월요일마다 채식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그램을 직접 진행했어요. 『더 게임 체인저스』 감독도 초청했었고요. 그리고 ‘와이퍼스’, ‘디프다 제주’, ‘알맹상점’ 대표님도 초청해서 이야기를 나눴고 자연스럽게 다시 방송활동도, 환경 캠페인 참여도 열심히 하게 됐어요. 아! 그러고 보니 실천이 결국 제 기후우울증 치유법이었군요.
채식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최근 캠프리지 대학에서 채식 식단 준수 여부와 사망률의 연관성을 조사하는 연구를 했어요. 연구 결과 채식 식단을 한 사람의 사망률이 25% 더 줄어들었어요. 채식의 이유에는 건강도 있지만 더 큰 이유는 식량의 연결고리를 이해하면 명확히 알 수 있어요. 대두 같은 경우 75%는 가축의 사료로, 6%는 인간의 식량으로 사용돼요. 매년 10억 마리의 동물들이 배부르게 먹는데 8억 명의 인간이 기아를 겪고 있어요. 또 가축용 사료 재배를 위해 산림 벌채도 심각한 문제가 되었고요. 채식은 이런 문제를 줄일 수 있어요. 효과가 바로 생겨요. 최근에는 맛있고 다양한 식물성 대체식품이 나오고 채식 식당도 많이 생겼어요. 과거보다 채식하기 편리해진 거죠.
환경문제에 공감하고 관심을 두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걸 체감하세요?
사회 전체로 보면 많은 이들이 그런 변화를 느끼기엔 힘들 수도 있겠지만, 전 주변에 비교적 환경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많아서 피부로 변화를 느낄 수 있어요. 몇년 전만 해도 서울 강남에 채식 식당이 2개밖에 없었는데 지금은 10개가 넘어요. 한국의 채식 인구만 해도 10년 전엔 10만 명 정도였는데, 지금은 250만 명 정도 돼요. 곧 1%가 된다는 거예요. 작지만 커요! 사회가 변화되는 속도는 초반에는 느리지만 가속이 붙게 되는 티핑포인트가 오면 순식간에 확산된다고 해요. MBTI도 10년 전에는 누가 알았겠어요? 비주류에서 주류로 바뀌게 되면 별 관심 없던 사람에게까지 전파되는 순간이 오고요. 그래서 저는 티핑포인트 10%까지 달성하자고 말해요. 모든 시민이 환경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보단 10%의 시민을 참여시키자고요!
환경문제가 우리와 가까운 일이라고 생각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요?
미디어가 지금보다는 좀 더 책임감을 가졌으면 해요. 프랑스의 한 라디오에서는 기후위기에 나쁜 영향을 끼치는 광고를 안 받는다고 발표했어요. 그리고 우리가 환경문제에 대한 말하는 방식을 바꾸고 알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기후위기 그러면 펭귄이나 북극곰 이야기를 하는데요, 그런 설정은 기후위기를 먼 곳의 이야기로 느끼게 만드는 반작용도 있다고 생각해요. 한국 상황으로 보면 홍수, 태풍 등 얼마나 심각했나요. 그런 자연재해가 기후위기의 결과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데 미디어의 역할이 있다고 생각해요. 화석연료로 인한 공기 오염으로 1년에 전 세계 830만 명이 죽고 있어요. 그런데 교통사고로는 130만 명 정도예요. 기후위기가 일상적 재해를 불러온다는 진실을 알리는 데 미디어가 더 진심이 된다면 사람들이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더 많이 알고 변화의 계기를 찾게 될 거라고 생각해요.
"눈으로 볼 수 있고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작은 실천을 먼저 해보세요." ⓒ함께사는길 이성수
시민들이 마음과 달리 지구환경을 해치는 생활에서 벗어날 수 있는 동기를 어떻게 해야 잡을 수 있을까요?
눈으로 볼 수 있고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작은 실천을 먼저 하시라고 권하고 싶어요. 플로깅을 해보고 텀블러를 챙기는 습관을 기르고 채식 요리를 해먹어 보는 거죠. 그렇게 눈에 보이는 나의 실천을 보람으로 삼게 되는 거죠. 전 365일 텀블러를 가지고 다니는데 가끔 깜빡할 땐 맘이 불편하고 불안해요. 그런 마음이 중요한 거죠. 음, 그리고 사람들을 많이 만나세요! 환경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만나면 자극을 받아요. 그 에너지는 굉장히 강하게 전염돼요. 저는 개인의 실천이 작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개인의 변화가 모여 지구의 온도를 0.1도라도 줄이는 데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해요. 0.1도의 차이도 우리 삶의 질을 좌우할 엄청난 요인이거든요. 개인의 변화와 실천은 그가 속한 커뮤니티를 변화시켜요. 그런 커뮤니티의 변화는 결국 정부의 변화를 부를 수밖에 없죠.
그 ‘변화와 실천’에 관해 올해 세운 계획이 있을까요?
저는 올해 테마를 ‘보강의 해’로 잡았어요. 그동안 했던 일들을 보강하자, 새로운 일을 시도하기보다 해오던 것들을 더 구체화하고 발전시키자고 정했죠. 이태원에 제로웨이스트샵을 곧 오픈할 예정이고요, 책도 하나 쓰고 있어서 마무리하려고요. 환경문제 해결에 영향력을 조금 더 발휘할 수 있도록 올 한해, 그간 제가 해온 일들을 더 구체화하는 데 집중하려고 합니다.
글 | 장지은 서울환경연합 시민참여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