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3일 수요일 서울에 호우특보가 내렸다. 양동이로 퍼붓는 듯 쏟아지는 폭우 속에 그는 피켓을 목에 걸고 청와대 정문이 보이는 경복궁 신무문 앞에 섰다. 외침도 고성도 없었지만 비를 피하던 사람들의 시선이 그와 피켓으로 향했다. ‘영풍 석포제련소 폐쇄 촉구합니다’ 영남자연생태보존회 정제영 부회장이 폭우에도 일인시위에 나선 이유다.

영남자연생태보존회 정제영 부회장 ⓒ함께사는길 이성수
2년째 상경시위하는 까닭
그는 매주 수요일 서울에서 일인시위를 이어오고 있다. 아침 7시 대구에서 출발해 서울에 도착하면 용산 집무실에서 2시간, 청와대에서 2시간, 서울시청에서 1시간 일인시위를 진행하고 다시 대구로 돌아간다. 2018년부터 석포제련소 폐쇄를 요구하며 대구 지역에서 일인시위 등에 참여해왔지만 지난해부터는 서울로 장소를 옮겼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야 한다는 소명 때문이라고 그는 설명한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그의 일인시위는 멈추지 않았고 이날로 벌써 41회차를 맞았다. 60대 중반인 그에게 5시간 이상 홀로 피켓을 들고 서 있는 일은 체력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그는 밥을 먹거나 화장실 가는 시간도 아까워 캔 커피 하나로 하루를 버틴다.
대구 토박이인 그는 30년 넘게 영남지역에서 활동해온 환경운동가다. “1991년 페놀사태가 발생했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 영풍 석포제련소에 대한 제보가 있었다. 벌써 30년 전의 일인데 아직까지 문제가 진행중이다.”라며 답답해했다.
석포제련소는 영풍문고로 잘 알려진 (주)영풍이 운영하는 아연을 제련하는 공장이다. 1970년 낙동강 최상류인 경북 봉화군 석포면에 제련소를 세운 후 지금까지 50년간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하지만 제련소에서 배출하는 각종 환경오염물질로 인해 주변 토양 및 대기는 물론 낙동강을 망치는 공해공장으로 지목되어 왔다. 실제로 환경부 등의 조사 결과 제련소 반경 4km 이내 토양에서 아연, 비소 등 중금속이 우려 기준을 초과했고, 주변 농작물은 카드뮴으로 오염된 사실이 밝혀졌다. 또한 공장 지하수에서 지하수 생활용수 기준치 최대 33만 배 이상의 카드뮴이 검출되고 오염된 지하수에서 카드뮴이 낙동강으로 유출된 사실도 적발됐다. 인근 주민들의 건강에도 문제가 나타났다. 2018년 제련소 인근 주민의 소변과 혈액을 조사한 결과, 카드뮴 농도는 국민 평균의 3.5배, 납은 2.1배 높게 나타난 것이다. 거기에 공장 불법 증설, 2013년 이후 70여건 환경법 위반, 2016년부터 2019년까지 3년 동안에만 대기측정치 1868건 조작, 52개 미신고 불법 관정 적발 등 최근에 밝혀진 위법사항만도 수십 차례가 넘는다.
대구환경연합과 안동환경연합을 비롯한 지역시민단체들은 <영풍제련소 환경오염 및 주민건강 피해 공동대책위원회>를 결성해 석포제련소의 폐쇄 또는 이전을 촉구하고 있다. 1300만 명의 국민들이 식수로 사용하는 낙동강 최상류에 공해공장은 더 이상 가동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또한 영풍이 석포에 제련소를 세운 이유는 원료를 공급하던 연화광산 때문이었는데 1998년 연화광산이 폐광돼 원료를 외국에서 수입하고 있는데다 무엇보다 50년간 공장 가동으로 인해 공장과 그 주변이 오염의 한계를 넘어서 철거 없이는 복구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영풍은 위법사항 적발 및 그에 따른 처분에 대해 불복해 국내 대형로펌을 선임해 행정소송을 이어가는 한편 시설개선을 통해 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이전 또는 폐쇄 요구에 맞서고 있다.
“석포제련소 폐쇄 또는 이전이 답”
“사실 지역에서 영풍 석포제련소와 맞서기는 쉽지 않다. 지역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갖고 있다. 환경운동가들에 대한 압박도 심하다. 옆에서 지켜보는데 정말 안타깝고 미안하다.”라는 그는 “제 탓이다. 그 시절에 더 열심히 했어야 했는데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이번에는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말했다.
41회차 상경시위 전 그는 마음을 다잡기 위해 머리를 밀었다. “영풍은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 영남의 젖줄이자 식수원인 낙동강을 심각히 오염시키면서 엄청난 부를 쌓아왔다. 더 이상 낙동강 최상류에 있을 이유가 없다. 폐쇄를 하거나 다른 곳으로 이전해야 한다. 낙동강의 마중물에서 더는 문제를 일으켜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영풍 석포제련소의 폐쇄 또는 이전을 요구하는 일인시위는 서울을 비롯해 안동과 부산에서 진행중이다.
글 | 함께사는길
지난 7월 13일 수요일 서울에 호우특보가 내렸다. 양동이로 퍼붓는 듯 쏟아지는 폭우 속에 그는 피켓을 목에 걸고 청와대 정문이 보이는 경복궁 신무문 앞에 섰다. 외침도 고성도 없었지만 비를 피하던 사람들의 시선이 그와 피켓으로 향했다. ‘영풍 석포제련소 폐쇄 촉구합니다’ 영남자연생태보존회 정제영 부회장이 폭우에도 일인시위에 나선 이유다.
영남자연생태보존회 정제영 부회장 ⓒ함께사는길 이성수
2년째 상경시위하는 까닭
그는 매주 수요일 서울에서 일인시위를 이어오고 있다. 아침 7시 대구에서 출발해 서울에 도착하면 용산 집무실에서 2시간, 청와대에서 2시간, 서울시청에서 1시간 일인시위를 진행하고 다시 대구로 돌아간다. 2018년부터 석포제련소 폐쇄를 요구하며 대구 지역에서 일인시위 등에 참여해왔지만 지난해부터는 서울로 장소를 옮겼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야 한다는 소명 때문이라고 그는 설명한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그의 일인시위는 멈추지 않았고 이날로 벌써 41회차를 맞았다. 60대 중반인 그에게 5시간 이상 홀로 피켓을 들고 서 있는 일은 체력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그는 밥을 먹거나 화장실 가는 시간도 아까워 캔 커피 하나로 하루를 버틴다.
대구 토박이인 그는 30년 넘게 영남지역에서 활동해온 환경운동가다. “1991년 페놀사태가 발생했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 영풍 석포제련소에 대한 제보가 있었다. 벌써 30년 전의 일인데 아직까지 문제가 진행중이다.”라며 답답해했다.
석포제련소는 영풍문고로 잘 알려진 (주)영풍이 운영하는 아연을 제련하는 공장이다. 1970년 낙동강 최상류인 경북 봉화군 석포면에 제련소를 세운 후 지금까지 50년간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하지만 제련소에서 배출하는 각종 환경오염물질로 인해 주변 토양 및 대기는 물론 낙동강을 망치는 공해공장으로 지목되어 왔다. 실제로 환경부 등의 조사 결과 제련소 반경 4km 이내 토양에서 아연, 비소 등 중금속이 우려 기준을 초과했고, 주변 농작물은 카드뮴으로 오염된 사실이 밝혀졌다. 또한 공장 지하수에서 지하수 생활용수 기준치 최대 33만 배 이상의 카드뮴이 검출되고 오염된 지하수에서 카드뮴이 낙동강으로 유출된 사실도 적발됐다. 인근 주민들의 건강에도 문제가 나타났다. 2018년 제련소 인근 주민의 소변과 혈액을 조사한 결과, 카드뮴 농도는 국민 평균의 3.5배, 납은 2.1배 높게 나타난 것이다. 거기에 공장 불법 증설, 2013년 이후 70여건 환경법 위반, 2016년부터 2019년까지 3년 동안에만 대기측정치 1868건 조작, 52개 미신고 불법 관정 적발 등 최근에 밝혀진 위법사항만도 수십 차례가 넘는다.
대구환경연합과 안동환경연합을 비롯한 지역시민단체들은 <영풍제련소 환경오염 및 주민건강 피해 공동대책위원회>를 결성해 석포제련소의 폐쇄 또는 이전을 촉구하고 있다. 1300만 명의 국민들이 식수로 사용하는 낙동강 최상류에 공해공장은 더 이상 가동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또한 영풍이 석포에 제련소를 세운 이유는 원료를 공급하던 연화광산 때문이었는데 1998년 연화광산이 폐광돼 원료를 외국에서 수입하고 있는데다 무엇보다 50년간 공장 가동으로 인해 공장과 그 주변이 오염의 한계를 넘어서 철거 없이는 복구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영풍은 위법사항 적발 및 그에 따른 처분에 대해 불복해 국내 대형로펌을 선임해 행정소송을 이어가는 한편 시설개선을 통해 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이전 또는 폐쇄 요구에 맞서고 있다.
“석포제련소 폐쇄 또는 이전이 답”
“사실 지역에서 영풍 석포제련소와 맞서기는 쉽지 않다. 지역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갖고 있다. 환경운동가들에 대한 압박도 심하다. 옆에서 지켜보는데 정말 안타깝고 미안하다.”라는 그는 “제 탓이다. 그 시절에 더 열심히 했어야 했는데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이번에는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말했다.
41회차 상경시위 전 그는 마음을 다잡기 위해 머리를 밀었다. “영풍은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 영남의 젖줄이자 식수원인 낙동강을 심각히 오염시키면서 엄청난 부를 쌓아왔다. 더 이상 낙동강 최상류에 있을 이유가 없다. 폐쇄를 하거나 다른 곳으로 이전해야 한다. 낙동강의 마중물에서 더는 문제를 일으켜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영풍 석포제련소의 폐쇄 또는 이전을 요구하는 일인시위는 서울을 비롯해 안동과 부산에서 진행중이다.
글 | 함께사는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