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환경연합에 특별한 후원금이 도착했다. 생일 선물 대신 기부금을 받았다며 환경연합에 보내온 것이다. 후원자는 이송하 씨. 30대 평범한 직장인인 그녀는 그녀 생일에 생일 기부 프로젝트를 직접 기획해 그 어떤 생일선물보다 특별한 선물을 받고 의미 있는 생일을 보냈다. 그녀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이송하 Ⓒ함께사는길 이성수
특별한 생일을 보냈다고 들었어요.
이번 생일에 생일 선물은 사양하고 대신 귀한 마음들을 모아 환경연합에 기부하겠다며 동참하실 분들은 소액의 후원금을 보내달라는 내용을 담아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으로 올렸는데 의외로 많은 분들이 동참해주셨어요.
어떻게 그런 기획을 하게 되었나요?
사실 기부를 먼저 떠올린 건 아니었어요. 평소 쓰레기가 생겨나는 상황에 대해 문제 인식이 있었는데 선물도 그 중 하나였어요. 매년 생일이면 택배 박스가 쌓였어요. 제가 친구가 많아졌거나 인기가 높아져서 그런 건 아니고 선물 배송 서비스가 너무 간편해졌어요. 정말 고맙죠. 친구들은 마음을 표현해주기 위해 선물을 보내준 거잖아요. 헌데 작은 립밤 하나도 이만한 박스에 포장이 돼서 오니까 택배박스 뜯는 게 일이 되고 그게 다 원치 않는 쓰레기가 되더라고요. 무엇보다 제 삶이 선물에 끌려 다니더라고요. 제가 대단한 환경운동가는 아니지만 포장쓰레기를 최소화하기 위해 욕실에 비누 하나만 놓고 살고 싶어요. 그런데 선물로 바디워시나 삼푸 등이 들어오면 어쩔 수 없이 계속 사용해야 되더라고요. 모바일 상품권도 마찬가지에요. 원하지 않는 배달 음식을 시켜야 하고 또 쓰레기가 발생하게 되고. 이것만 다 쓰고 원하는 삶을 실천해야지 하는데 다 쓸 때쯤이면 또 생일 선물로 받게 되는 거예요. 이 고리를 한 번 끊어야겠다 싶었어요. 나에게도 친구들에게도 즐겁고 의미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가 기부를 생각하게 되었어요.
지인들 반응이 궁금합니다.
사실 긴가민가했어요. 과연 참여를 할까, 얼마나 모일까. 아침에 눈을 떴는데 3명이 답을 보냈더라고요. 와 이게 되는 구나 싶었죠. 그리고 하루 종일 친구들로부터 기부에 동참한다는 알림이 계속 왔어요. 평소에 연락이 없던 친구들에게도 축하인사를 받고 직장에서도 소문이 나서 동료분들이 참여해 주셨어요. 친척 단톡방에도 공유가 되어서 다들 축하와 함께 후원금을 보내주셨어요. 보통 10명 정도 생일 축하를 주고 받았는데 60명이 넘는 이들이 제 생일을 축하해주고 기부에 참여해주셨어요. 제 생일이 8월 30일이어서 ‘0’을 하나 더 붙여 ‘8300원’씩 후원해 달라고 했는데 제가 정한 금액보다 더 보태서 주신 분들도 계셔요. 생각보다 많은 금액이 모여서 저도 놀랐어요. 무엇보다 좋은 일 한다고 응원해주고 자기도 생일에 하고 싶다는 반응이 많아 기뻤어요.
친구들 반응에 송하 씨도 놀랐겠어요.
저는 MBTI로 따지면 ‘I’에요. 남들에게 관심 받고 그런 걸 못해요. 이걸 하면서도 굉장히 부끄러웠어요. 혹시나 남들 눈에 유난 떤다고 비춰지면 어쩔까 고민도 많았어요. 그런데 정말 고리를 끊고 싶어 용기를 낸 거였거든요. 근데 결국 큰 선물이 되었어요. 제가 받아본 선물 중 가장 특별하고 가장 행복한 생일이었어요. 내년 생일에도 기대한다는 이야기도 들었어요.
기부금을 환경연합에 후원하신 이유는?
회원은 아니었지만 뉴스레터를 통해 환경연합이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었어요. 거시적인 주제들도 많이 다루고 있지만 일상적인 순간에서 실천할 수 있는 활동들이 상당히 매력적이었어요. 나처럼 평범한 시민들도 재밌게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나 캠페인들이 흥미로웠고 나도 해볼 수 있겠는데 하는 것들이 많았어요. 또 최근에 기후위기에 대한 심각성을 많이 느끼고 있어요. 올 초에 ‘기후우울증’을 겪기도 했어요. 내가 계획했던 날들이 어쩌면 오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막연한 불안감에 무력감까지 왔어요. 이렇게는 안 되겠다 싶어 내가 더 많이 실천을 하겠다는 결심과 함께 더 많은 사람들이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고 실천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환경연합이 그런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환경연합이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리고 함께 실천할 수 있는 일들을 저변에 확산시켜주셨으면 좋겠어요. 저 또한 이번 후원을 계기로 환경연합 회원이 되었어요.
특별한 생일을 보내고 싶은 이들이 적지 않아요. 팁을 준다면?
진짜 선물을 받았다고 생각해요. 포장지에 담긴 물건이 아니라 나에게 기쁨이 되는 의미에서의 선물이요. 어려운 일이 아니에요. 요즘은 ‘선물하기’만큼이나 ‘송금하기’도 잘 되어 있잖아요. 엉성한 방법일지라도 한 번 시도해보면 생각하지 못했던 기쁨과 진심을 받을 수 있으실 겁니다. 꼭 한 번 해보세요.
글 | 박은수 기자
지난 9월 환경연합에 특별한 후원금이 도착했다. 생일 선물 대신 기부금을 받았다며 환경연합에 보내온 것이다. 후원자는 이송하 씨. 30대 평범한 직장인인 그녀는 그녀 생일에 생일 기부 프로젝트를 직접 기획해 그 어떤 생일선물보다 특별한 선물을 받고 의미 있는 생일을 보냈다. 그녀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이송하 Ⓒ함께사는길 이성수
특별한 생일을 보냈다고 들었어요.
이번 생일에 생일 선물은 사양하고 대신 귀한 마음들을 모아 환경연합에 기부하겠다며 동참하실 분들은 소액의 후원금을 보내달라는 내용을 담아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으로 올렸는데 의외로 많은 분들이 동참해주셨어요.
어떻게 그런 기획을 하게 되었나요?
사실 기부를 먼저 떠올린 건 아니었어요. 평소 쓰레기가 생겨나는 상황에 대해 문제 인식이 있었는데 선물도 그 중 하나였어요. 매년 생일이면 택배 박스가 쌓였어요. 제가 친구가 많아졌거나 인기가 높아져서 그런 건 아니고 선물 배송 서비스가 너무 간편해졌어요. 정말 고맙죠. 친구들은 마음을 표현해주기 위해 선물을 보내준 거잖아요. 헌데 작은 립밤 하나도 이만한 박스에 포장이 돼서 오니까 택배박스 뜯는 게 일이 되고 그게 다 원치 않는 쓰레기가 되더라고요. 무엇보다 제 삶이 선물에 끌려 다니더라고요. 제가 대단한 환경운동가는 아니지만 포장쓰레기를 최소화하기 위해 욕실에 비누 하나만 놓고 살고 싶어요. 그런데 선물로 바디워시나 삼푸 등이 들어오면 어쩔 수 없이 계속 사용해야 되더라고요. 모바일 상품권도 마찬가지에요. 원하지 않는 배달 음식을 시켜야 하고 또 쓰레기가 발생하게 되고. 이것만 다 쓰고 원하는 삶을 실천해야지 하는데 다 쓸 때쯤이면 또 생일 선물로 받게 되는 거예요. 이 고리를 한 번 끊어야겠다 싶었어요. 나에게도 친구들에게도 즐겁고 의미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가 기부를 생각하게 되었어요.
지인들 반응이 궁금합니다.
사실 긴가민가했어요. 과연 참여를 할까, 얼마나 모일까. 아침에 눈을 떴는데 3명이 답을 보냈더라고요. 와 이게 되는 구나 싶었죠. 그리고 하루 종일 친구들로부터 기부에 동참한다는 알림이 계속 왔어요. 평소에 연락이 없던 친구들에게도 축하인사를 받고 직장에서도 소문이 나서 동료분들이 참여해 주셨어요. 친척 단톡방에도 공유가 되어서 다들 축하와 함께 후원금을 보내주셨어요. 보통 10명 정도 생일 축하를 주고 받았는데 60명이 넘는 이들이 제 생일을 축하해주고 기부에 참여해주셨어요. 제 생일이 8월 30일이어서 ‘0’을 하나 더 붙여 ‘8300원’씩 후원해 달라고 했는데 제가 정한 금액보다 더 보태서 주신 분들도 계셔요. 생각보다 많은 금액이 모여서 저도 놀랐어요. 무엇보다 좋은 일 한다고 응원해주고 자기도 생일에 하고 싶다는 반응이 많아 기뻤어요.
친구들 반응에 송하 씨도 놀랐겠어요.
저는 MBTI로 따지면 ‘I’에요. 남들에게 관심 받고 그런 걸 못해요. 이걸 하면서도 굉장히 부끄러웠어요. 혹시나 남들 눈에 유난 떤다고 비춰지면 어쩔까 고민도 많았어요. 그런데 정말 고리를 끊고 싶어 용기를 낸 거였거든요. 근데 결국 큰 선물이 되었어요. 제가 받아본 선물 중 가장 특별하고 가장 행복한 생일이었어요. 내년 생일에도 기대한다는 이야기도 들었어요.
기부금을 환경연합에 후원하신 이유는?
회원은 아니었지만 뉴스레터를 통해 환경연합이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었어요. 거시적인 주제들도 많이 다루고 있지만 일상적인 순간에서 실천할 수 있는 활동들이 상당히 매력적이었어요. 나처럼 평범한 시민들도 재밌게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나 캠페인들이 흥미로웠고 나도 해볼 수 있겠는데 하는 것들이 많았어요. 또 최근에 기후위기에 대한 심각성을 많이 느끼고 있어요. 올 초에 ‘기후우울증’을 겪기도 했어요. 내가 계획했던 날들이 어쩌면 오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막연한 불안감에 무력감까지 왔어요. 이렇게는 안 되겠다 싶어 내가 더 많이 실천을 하겠다는 결심과 함께 더 많은 사람들이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고 실천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환경연합이 그런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환경연합이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리고 함께 실천할 수 있는 일들을 저변에 확산시켜주셨으면 좋겠어요. 저 또한 이번 후원을 계기로 환경연합 회원이 되었어요.
특별한 생일을 보내고 싶은 이들이 적지 않아요. 팁을 준다면?
진짜 선물을 받았다고 생각해요. 포장지에 담긴 물건이 아니라 나에게 기쁨이 되는 의미에서의 선물이요. 어려운 일이 아니에요. 요즘은 ‘선물하기’만큼이나 ‘송금하기’도 잘 되어 있잖아요. 엉성한 방법일지라도 한 번 시도해보면 생각하지 못했던 기쁨과 진심을 받을 수 있으실 겁니다. 꼭 한 번 해보세요.
글 | 박은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