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텍스트[에코텍스트 120] 박테리아와의 전쟁에 종언을 고하며

 

‘가정 미생물’이라는 게 있다고 한다. 이를 테면, 새로운 공간으로 이사하면서 제아무리 쓸모없는 것들을 버리고 버려도 미생물은 버려지지 않으며, 반짝반짝 쓸고 닦고 광을 낸 새 공간에 우리는 미생물 군집과 함께 옮겨가게 된다는 것이다. 

“가족 구성원 중 한 명이 며칠 동안 외출할 경우, 그 집에 사는 미생물 군집에 그 사람이 미치는 영향력은 유령의 잔상처럼 줄어든다. 하지만 그 사람이 귀가한 후에는 다시 그가 지닌 미생물이 번성한다. 우리는 잭 A. 길버트와 그의 동료들이 시카고 대학에서 벌인 ‘가정 미생물군집 프로젝트 Home Microbiome Project’ 덕분에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런 이야기의 의도는 두말할 것도 없다. 박테리아와 잘 어울리는 단어를 하나 고른다면 아마도 ‘박멸’일 텐데, 그 일방적이고 공격적인 단어 ‘박멸’을 지우고 ‘공생’을 써야 한다는 것. 사실 박테리아의 운동성 혹은 우리와의 공생에 관해서 고심하도록 하는 방법은 따로 있다. 연인과 키스를 하며 혀를 움직이는 사이에 10초 동안 80만 개의 박테리아가 옮겨 다닌다는 사실을 공표하는 것. 

지구 상 어디에든 존재하지만 어디에서도 맨눈으로는 발견되지 않아 그 존재를 의식하기 어려운 박테리아는 우리 피부에만 몇 십억 개의 박테리아가 살고 있고, 내부에 살고 있는 박테리아까지 포함하면 100조 개쯤은 거뜬하다. 처음부터 살균력 최강, 세척력 최고의 세제를 고르고 고르던 노력은 무의미했다고 말해야 할 것이다. 심지어 그것은 우리와 우리 아이들의 세상을 위험하게 만드는 일이기도 하다. 

태초에 박테리아와 함께 세상이 열렸으며, 이것은 선악의 문제로 분할되지 않으며 모든 종류의 생명 활동에까지 관련이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 테면, 식물의 광합성이 그렇고, 동물의 짝짓기가 그러하며, 인간의 면역체계 조율이 그러하다. 제왕절개/자연분만의 문제를 이야기할 때 박테리아를 중심에 놓아보자면, 자연분만을 통해 태어난 아이는 엄마의 질을 통과하면서 프로바이오틱 전신마사지를 받듯 유익한 박테리아의 세례를 받게 되며, 신진대사 프로그램과 면역체계 또한 갖추게 된다. 생명이 활동하는 모든 곳에서 박테리아는 그 어떤 작용을 하고 있는 것이다. 

면역체계가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아서 생겨난 현대의 여러 가지 질병의 문제에서도 역시 박테리아는 소환된다. 숙주와 숙주의 내장에 사는 미생물의 공생으로 완성되는 면역체계는 항생제 처방에 의해서 여러 가지 변화를 겪게 되는데, 그런 변화의 과정에서 유해한 박테리아가 주류의 자리에 들어설 때 우리는 당장의 질병을 해결하는 동시에 미래의 질병을 보유하게 되고 만다. 치료 혹은 치유의 활동에 있어서 박테리아와의 전쟁이 누구의 승리로 남게 되는가 하는 근본적인 질문 하나가 남게 되는 셈이다. 

“선구적인 미생물학자들은 인간의 건강을 ‘인간과 협력하는 미생물 군체의 집단적 속성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다. 국립공원에 사는 동물 집단과 마찬가지로, “인간 미생물 군체의 생태계를 관리하는 일은 예방과 치료에 집중되어야 한다.” 따라서 우리가 오랫동안 치러온 미생물과의 전쟁은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질 것이다. 이제 전쟁은 끝났다.” 박테리아와의 전쟁에 종언을 고한 이후의 서사는 자연스럽게 ‘생물이란 무엇인가?’ 혹은 ‘유기체란 무엇인가?’로 이어진다. 다음의 한 대목이 그 서사를 구성하는 기본 뼈대가 되어 줄 것이다. 

“사람들이 원하기만 하면, 유기체는 기꺼이 미생물을 자신의 인체 내부로 받아들이는 일종의 ‘환영 문화’를 발전시켰다. 그러므로 유기체의 임무는 미생물을 신속히 방어하는 것도 아니고, ‘숙주인 내가 어떻게 미생물인 너희를 떼어버리거나 파괴할 수 있을까?’라고 고민하는 것도 아니었다. 대신 ‘우리가 어떻게 하면 함께 살아갈 수 있을까?’라고 질문하고 답을 찾는 것이었다.” 

 

글 | 조은영 무가지로 발행되는 서평 전문 잡지 『텍스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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